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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원 이모저모] 활동가 길라잡이 수강후기 - 왜 모두 다 꽃이야??

 

왜 모두 다 꽃이야??

 

무명성 지구인

노동운동 활동가 길라잡이 <모두 다 꽃이야> 서울 1기 수료생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일들이 있지.
내가 날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 맘이 가난한 밤이야.

 

제가 좋아하는 노랫말입니다.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며 아주 자주... 눈물을 흘립니다. 글로 쓰니 너무 얌전해서 맛이 없네요. 그냥 꺼이꺼이 눈물콧물 범벅이 될 정도로, 3등신 만화 캐릭터(눈에서 폭포처럼 눈물나는 장면을 상상해보세요.)들처럼 웁니다. 반백년을 살아왔지만 아직도 전 어떻게 하면 날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구상에 나만큼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동물이 없는데 말입니다.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 맘이 가난하고, 그래서 인간이라는 종족 자체에 대한 애정도 없는 듯 합니다.

 

<모두 다 꽃이야> 수업 중 실습 [편집자주]

 

모두 다 꽃이야라는 평등사회노동교육원의 교육과정 소개를 보았을 때 왜 모두 다 꽃이지?’라는 궁금함이 생겼습니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난 길가에 피어난 잡초도 안 되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교육을 듣게 되었습니다.

 

교육원의 모두 다 꽃이야교육은 총 6강으로 진행되었는데 나의 고민에서 시작해서 리더란 어떤 사람인가, 대중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 운동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리더의 자세는 어때야 하는가,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등에 대한 참석자들의 진지한 토론이 함께 했습니다.

 

교육 과정 중에 제가 가장 많이 집중했던 건 매슬로의 5단계 욕구론이었습니다. 1단계에서 5단계까지로 인간의 욕구를 구분하는데 단계가 높아질수록 실로 상상이 안 되는 형이상학적 가치인 자기실현 욕구에 가까워지게 됩니다. 사회가 평등하고 자유로울수록 5단계에 도달하기는 쉬워지겠죠. 이 욕구단계론을 배우며 저는 제가 저를 사랑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를 찾게 되었습니다.

 

1단계 생리적 욕구. 맛있게 먹을 것, 안전하게 잠잘 곳 등 인간이 생명체로서 타고난 이상 가지는 원초적인 욕구. 저는 이 1단계의 욕구도 충족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매달 받는 월급으로 간신히 먹고 사는 형편에 내 집 마련은 한번도 상상해본 적도 없습니다. 가장 원초적인 욕구조차 해결하지 못하니 5단계에나 가능한 자기실현=온전히 자신을 사랑함은 꿈꿀 수도 없었던 것이죠. 욕구가 충족되어야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는 거구나... 별 거 아닌 듯이 보였던 이 5단계가 제게 소박한 답이 되어 주었습니다.

 

나를 사랑하기 위한 첫 걸음. 먹고 자는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모두 다 꽃이야> 서울1기 졸업사진 [편집자주]

 

교육이 끝난 지금 저는 생각합니다. 그 답은 너무나 재미없게도 빌어먹을 세상아 싸우자~~!!’가 아닐까 라구요. 마지막 시간에 실습을 하며 내 옆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 불가능해 보이던 일도 해낼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여기 있는 이 사람들과 함께 싸우면... 최저임금을 인상하라고, 임대주택을 더 지으라고 싸우면 되지 않을까? 그럼 나도 베베 꼬여있고 초라하더라도 작은 꽃 한송이를 피울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쓰는 글이라 두서가 없어도 심하게 없습니다. 그래도 결론은 내야 하니 제가 좋아하는 노래의 끝 노랫말로 마칠까 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끔은 삶에게 지는 날들도 있겠지.
또다시 헤매일지라도 돌아오는 길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