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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원 이모저모] 활동가 기초과정 수강후기(서울44기)

얼마 전에 수료한 기초과정 서울44기 졸업생의 수강후기를 싣습니다. [편집자주]

 

활동가 기초과정 수강후기

 

고가희

활동가 기초과정 서울44기 수료생

 

2023년 기후 위기로 폭우가 내리는 8월의 중순 끝자락, 평등사회노동교육원 활동가 기초과정 44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아현과 애오개 사이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저를 포함한 10명 플랫폼 C 활동가 동지들이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모였습니다. 평소 평등사회노동교육원 활동가 기초과정은 기업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또는 노동조합원인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번 기수는 대다수가 플랫폼 C 상근자들 중심으로 이루어진 구성이라 새롭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10주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사회운동가로 고민하는 시간이었고, 한국 사회에서 지나온 역사를 되새길 수 있는 수업이었습니다.

 

 

평등사회노동교육원 활동가 기초과정에 나오기까지

 

안녕하세요. 저는 평소에 사회운동, 노동운동에 관심이 많은 일반 직장인이었습니다. 20대 내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연명하느라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았으나 어떤 소속으로 참여하지는 않았었고, 정규 임금노동을 하게 되면서부터 집회나 모임, 세미나 등을 찾아다니며 사회운동에 보탬이 되고자 참여했습니다. 사회운동에 발 디딘 시간도 제법 길었었는데 그 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노동교육 과정을 이번 기회를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평등사회/노동교육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혹시 어떤 치우친 영역 안에서의 평등과 노동이 아닐지 처음에 의심도 했었습니다. 그건 제 경험상 스쳤던 많은 사람들로 인해 대의를 운운하며 한쪽 면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진보계 활동가 및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단번에 신뢰가 가지 않은 점이 있었고, 처음 기초과정 내용을 공유했던 동지에게 이 수업의 강사진이 누구냐고 물어보고 확인을 한 후에야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이 얘기는 첫날 뒤풀이 장소에서 임혜숙 선생님께도 말씀드렸고, 본인이 여성이라서 좋은 경우였다고 웃음 지으며 지나갔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떠실까 궁금하네요.

 

수업 중 게시판토론

 

 

학습 내용에서 배우는 역사와 다양한 사회문제들

 

여는 마당 1강에서부터 저를 제외한 활동가 동지들의 나에게 공부란이라는 주제로 키워드를 뽑아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자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들, 누구는 공부를 떠올리면 괴롭고, 피곤하고 또다른 누구는 긴장이 되고 집중해야 한다는 말을 적은 사람도 있었으나 저는 즐겁고 설레인다라는 내용을 적었습니다. 제가 그 말을 선택한 건 수많은 공부의 결 중에 사회 운동 공부였고, 함께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과 문제들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의미했습니다.

초기 1~5강까지는 관점에 관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사회에 내재하여 있는 수많은 차별적인 내용들과 익숙해져서 생각조차 못하고 지나치는 판에 박힌 생각들로 인해 우리가 어떤 생활 속에서 살아가는지에 관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2강인가 3강쯤에서 하루 동안 먹고 노동하고 돌봄하는 시간을 그려내는 시간표 만들기가 있었었는데, 돌봄 노동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각자 어떻게 살아가는지, 저 개인적으로는 얼만큼 회사에 착취당하고(눈물) 자기 돌봄시간을 보내는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노동자 스스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어떤 구조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자각하는 지점도 참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되었고, 수도권의 1인 가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공동체와 동떨어진 삶을 사는데 그 안에서 어떻게 돌봄윤리를 만들까하는 생각도 들었었습니다. 좀 적게 일하고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게 참 안되는구나하고..

중간 과정에서는 노동조합의 여러 사례, 한국 사회 현실과 노동 운동사 등을 볼 수 있었는데, 절반 이상은 아는 내용이었음에도 다시 영상이나 자료를 통해 되새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사실 현재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현안에 집중하다 보면 예전의 역사와 그 근원에 대해 말하는 시간은 아주 적은 편이었던 거 같습니다. 이번 교육을 통해 과거의 맥락과 현재를 잇는 사회운동이 되면 좋겠다고, 그렇게 실천해 봐야지 다짐했습니다.

9강에서는 지금 한창 문제 되고 있는 기후 위기와 환경문제, 그 원인을 제공하는 국가와 기업을 공부할 수 있었고 가장 현안적인 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10강에서는 대안사회를 상상하기챕터였고 스페인 몬드라곤 생산협동체, 독일 금속노조 사례를 통해 한국사회에서도 시도와 실행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지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기존의 한국에 존재하는 협동조직을 공부하고 저도 곧장 주변 동네의 지역 협동조합 공동체를 떠올려볼 수 있는 마지막 장이었습니다.

 

서울44기 수료식

 

 

마무리로

 

사회운동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즐거웠던 10주였습니다. 일주일 하루 매주 만나서 저녁 3시간씩 강의를 듣고 때때로 뒤풀이를 하며 늦은 밤까지 토론한다는 게 결코 쉬운 건 아님에도 뜻깊었습니다. 활동가로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지치지 않은 자세는 함께하는 동지들이 있어서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대만이 우리의 길이구나 라는 단순하고도 저에겐 진리인 말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연대합시다. 현장에서 또는 공부 자리에서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