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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원 이모저모] 33기 수강생 과제 - 2019년 투쟁에 참여하면서...

 

안녕하세요! 미디어국장 예준입니다. 교육원 스케치는 좀 더 모아서 올리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 이모저모에는 (지난 호에 실으려다 깜빡 잊어먹고 못실은ㅠㅠ) 33기 수강생의 과제를 하나 올립니다. 그럼, 다음 달에 뵙겠습니다^^ [편집자주]

 

2019년 투쟁에 참여하면서...

 

조재용

사무금융노조 KB손해보험지부

 

 

KB손해보험 노동조합 서부협의회 의장! 2019년에 새로 갖게 된 나의 직함이다. 2006년 말에 젊은 혈기로 현장의 부조리와 부당노동행위에 맞서 보겠다고 위원장 후보로 출마한 이후, 재야에서 조용히 보냈다. 전임 집행부의 친회사적인 행보에 분개하던 터에 새로 당선된 위원장님과 부위원장님의 권유로 다시 노동조합에 발을 들이게 됐다.

 

  전 어용노조의 묵인 및 협조 속에 이미 회사는 자기들의 입맛대로 인사의 시퍼런 칼을 휘두르며 전횡을 일삼고 있었다.

회사를 위해 평생을 바쳐온 선배님들을 본인의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창구에 배치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지방 발령까지 서슴지 않았다. 마치 노동조합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한 태도였다. 잘못 선출한 전임 집행부로 인해 마이너스 3년의 역성장이 아닌 마이너스 6년의 세월을 잃어버린 셈이다.

 

  노동조합은 이와 같은 만행에 강력히 항의하고, 노노갈등을 야기하는 창구배치에 대한 재고를 요청했으며, 더불어 전집행부가 손놓았던 2018년 임단협까지 서둘러 진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회사는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면서 노동조합을 길들이려고만 해 항의의 의미로 본사에 현수막을 설치하고 회사를 압박했다.

 

  이 당시 조합에서는 조합원 의식화의 일환으로 노동조합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한 연극 공연을 사옥별로 순회하며 진행하고 있었다. 마침 내가 의장으로 있던 서부협의회 합정사옥에서 연극 공연 관람을 마치고, 다음날 대전에서 있을 집행간부회의 일정 때문에 귀가를 서두르고 있었는데 인사부에서 기습적으로 본사에 부착된 현수막을 사전 협의도 없이 강제 철거했다는 소식을 SNS로 접했다. 노동조합 창립 이후 초유의 일이었다.

 

  집행간부들은 모두 분개하고 익일 대전에서 예정되었던 집행간부회의를 본사로 옮기고 피케팅 및 항의 시위를 하기로 결정했다. 회사가 경험이 부족한 집행부와 조합원 전체를 무시하고 겁박하는 행위에 기가 차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 출근길 1, 2층 출입구에서 피케팅을 하며 조합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점심시간에도 피케팅이 이어졌고, 회사의 부당행위를 조합원들에게 알리며 우리의 분노를 표출했다.

 

  한편 아침 피케팅후 사장실 항의 방문 및 대표이사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올라 탔다. 임원실과 사장실이 있는 층에 내렸을 때 입구에는 인사부 직원들이 막아서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대치상황이 되자 그때부터 심장이 요동치며 긴장과 흥분이 몰려 왔다. ‘회사에 찍혀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살짝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노동조합 간부로서 조합원들과 후배들을 위해 내가 찍히는 게 낫겠다고도 생각했다. 힘껏 밀어붙이며 몸싸움을 시작했다. 물론 몸과 얼굴이 큰 나는 다음날부터 동영상속 유명인이 되어 한동안 인사치레도 받게 됐다.

 

대치 상황과 연좌 농성을 하면서도 뭘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민주노총내 상급단체 사무금융서비스노조, 손해보험업종본부, 타사 노조 간부님들께서 함께 해주셔서 든든하게 투쟁할 수 있었다.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우쳤다. 실제 산교육이 되어 앞으로 나의 노조 활동과 노동 운동의 자양분이 된 것 같다.

 

  회사의 개념없는 도발이 촉진제가 되어 본사에만 부착했던 현수막을 전국의 모든 사옥에 도배를 하고, 모든 조합원들이 참여하여 아침마다 피켓팅을 하며 회사를 압박하자 회사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대표이사는 임금인상, 성과급 지급 뿐만 아니라, 고용안정 보장을 5년 더 연장하는데 서명했다. 물론 회사 내부의 일이었지만 조합 간부들의 솔선수범과 전 조합원의 참여, 그리고 아낌없이 지원을 해준 민주노총의 여러 동지들 덕분에 우리는 회사와의 싸움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번 투쟁은 몸소 배우고 느끼게 된 소중한 경험이 아니었나 싶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9년 임금협상 뿐만 아니라 향후 전개될 회사와의 모든 투쟁에서 조합원들을 하나로 모으고, 당당한 KB손해보험 노동조합의 간부가 될 수 있도록 학습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이번 노동 활동가 기초과정의 교육도 부족한 내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모두에게 감사함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