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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원 이모저모] 활동가 기초과정 수강후기_활동가가 된다는 것

얼마 전 활동가 기초과정 38기가 끝났습니다. 김성훈 수강생의 수강후기를 싣습니다.
수강후기는 수료식 하루교육 이전에 쓰여졌습니다. [편집자주]


활동가가 된다는 것

 

김성훈

민주노총 법률원 총무부장, 활동가 기초과정 38기

 

  2020818일부터 시작된 38기 활동가 기초과정이 코로나19로 인해 휴식기를 가지고 20216월 현재 수료식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수련회나 교육이 끝난 후의 뒤풀이도 중요한 교육 프로그램의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무척 아쉬운 마음입니다. 그렇지만 근 1년간 진행된 교육, 토론이 매우 유익했고 새롭게 배우고 느낀 점이 많기에 그 소회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38기 수료식 사진, 제일 귀여운 사람이 편집자입니다. [편집자주]

 

  활동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요? TV 뉴스에 나와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기사에서도 자주 접하는데 활동가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활동가 회사가 있는 것도 아니니 직업이라고 볼 수 있는지조차 모호한 것 같습니다. 저는 민주노총에서 일하면서 스스로를 활동가라고 생각하게 됐는데, 총무 업무는 일반 회사와 비슷한 일들이 더 많아서 정말 내가 활동가인지 의문이 들었던 것이 평등사회교육원에서 진행하는 활동가 기초과정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초과정이 끝난 지금, 활동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가치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관심입니다. 매주 이뤄지는 교육 시간에 노동, 여성, 환경 등 다양한 사회적 주제에 대해 모두가 순서대로 교재를 한 소절씩 읽어가면서(그래서 졸 수가 없음) 공부했고, 크게 관심이 없던 주제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제 개인적인 관심사를 넘어서 차별받고 있는 타인, 여러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우리 공동체와 고통받는 지구에까지 관심의 영역을 넓히게 되었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누가 만들어 준 것이 아니라 활동가들의 투쟁으로 가진 자들로부터 쟁취해낸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런 변화는 누군가의 관심에서 시작되는 것이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합니다.

 

  두 번째는 오픈 마인드입니다. 좀 더 고급스러운 단어가 있을지 생각해봤지만 이보다 직관적인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교육 중간중간 이뤄지는 토론 시간에 다른 활동가분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해당 주제에 대한 제 의견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지 못했거나 반대하는 의견에 대해서도 다시 정리하면서 열린 사고방식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연습할 수 있었고, 이는 오히려 제 의견에 더욱 자신을 갖게 해준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고 자신의 의견만을 주장하는 태도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공고히 하고 차별의 토대가 되기 때문에, 이 또한 활동가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실천연대를 들고 싶습니다. 매주의 교육과 별도로 조별·개별 과제가 주어지는데, 저는 투쟁사업장 조로 아시아나케이오지부 농성장을 방문하고, 다른 조이긴 하지만 이주노조 위원장님과 만나는 자리에도 함께 했는데 이를 통해 활동가가 무엇인지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 분의 현장 활동가를 만나 이야기하면서 이분들이 위에서 언급한 관심열린 사고방식을 가지고 직접 실천하고 다른 사람들과 연대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오히려 제가 갖고 있던 편견인 투쟁정신으로 무장한 노동운동가가 아니라 주위에 있는 평범한 한 사람의 노동자에 더 가까웠기에 저 또한 실천하고 연대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자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활동의 의미가 몸을 움직여 행동하는 것이니 실천과 연대는 활동가에게 없으면 안되는 자질일 것입니다.

 

38기 조별과제 투쟁사업장 방문조가 아시아나케이오지부 연대방문을 했습니댜. [편집자주]

 

  한마디로 활동가는 오픈 마인드관심을 가진 문제에 대해 실천하고 연대하는 사람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마치 운동이나 다이어트처럼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렇지만 활동가 기초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지식과 경험들은 앞으로 삶에서 마주하게 될 여러 선택의 순간에 망설임을 줄이는 지표가 되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미 훌륭하게 활동가로서 활약하고 계신 분들은 몰라도, 저처럼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에 의구심을 가진 분들은 꼭 수강을 권유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자질을 갖춘 활동가 동지들이 많이 늘어나서 우리 사회가 정말로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길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