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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 문수 그리고 금수
노중기
한신대학교 교수(노동사회학)
첫 비정규직 출신에다 최초로 연임에 성공한, 그리고 젊은 40대 위원장 이력이 돋보이는 민주노총 위원장이 바로 양경수 위원장이다. 그가 올 노동절에 특별한 주목을 받았다. 노동절 기념 청와대 행사에 참여했기 때문이었다. 60년 이상 싸워 되찾은 노동절 이름, 첫 국가 휴일이란 사실보다 왜 ‘청와대 참가’가 더 중요한 쟁점이 되었을까?

그는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의 심각한 여러 반대를 뚫고 스스로 결정해 ‘참가’하였다. 한편으로는 한국노총, 다른 편으로는 자본단체 대표와 나란히 서서 대통령의 중재나 그 지휘를 받는 듯한 모양새가 필자에게도 꼴불견이었다. 그 연출 자체가 ‘노사 화합’이나 ‘국가경쟁력’에 대한 인정이었고 ‘중립적 국가권력’에 대한 승인이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계급적 노동운동의 ‘자주성 훼손’이었다.
양경수 집행부의 관련 경력은 잘 알려져 있듯이 화려하다. 2023년 봄 다음 해 총선을 앞두고 선거·정치방침 파동을 불러일으켰던 일, 그해 9월 가까스로 결정한 두 방침을 2024년 총선 때 스스로 파기한 일, 민주당 위성정당으로 행세했던 진보당을 옹호한 일, 선거에서 민주당을 노골적으로 지지·지원한 점 등은 대표적 사례였다. 그밖에 대외정책과 노동정책 등에서 민주당 2중대를 자처한 일들은 헬 수도 없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곧 또 다른 이를 떠올리게 만든다. 지난 호에서 생각해본 김문수다. 그 ‘변절’ 혹은 ‘배신’의 핵심은 바로 민주노조운동 자주성 훼손이기 때문이다. 그는 변혁적 노동운동에서 바로 냉전·수구 ‘국민의 힘’으로 날았다. 전노협, 민주노총은 물론 민주당도 건너뛰어 단번에 노동자계급과 그 자주성을 팔아먹었다면 과할까? 그걸 팔아서 3선 국회의원도 하고 재선 도지사도 했으며 심지어 대통령선거 후보도 먹을 수 있었다.
우리는 문수도 용인하는데, 또 그와 비슷한 이들이 널려 있는데 왜 경수가 문제인지 알 수 없다. 문수보다 훨씬 덜하고 변명의 여지도 많은 경수가 정녕 억울하겠다는 것이 필자의 상념이다. 요컨대 문수는 경수의 알리바이다. 그런데 진짜 맘속 질문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내친김에 떠오르는 이는 금수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를 창립하고 장기간 민주노조운동을 ‘지도’하였던 김금수 이사장은 전설이면서도 실력자였다. 그는 4.19. 시기부터 변혁운동의 실천가이자 이론가였다. 60년대 인혁당 사건 등 고초도 여럿 겪었으나 전혀 물러서지 않았고 군부독재 기간 내내 운동에 매진했다. 특히 한국노총에서 해직된 후에는 한국노동교육협회, 노사연에서 계급적 노동운동을 설파한 민주노조의 ‘진정한 스승’이었다. 그가 길러낸 민주노조운동 활동가·이론가는 셀 수 없다.
그러나 ‘구조조정·정리해고’ 김대중 정부에서 KBS 이사로 취임해 전환을 시작한다.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 노사정위 위원장, KBS 이사장 등 최고위급 정부 직책을 받아 화려하게 변신하였다. 천 명 이상 노동자를 구속하고 수십, 수백 명 노동자를 죽였던 바로 그 정부였다. 이해가 쉽지 않으나 이명박·박근혜 기간에는 ‘세계노동운동사’ 공부팀을 이끌고 다시금 계급적 노동운동을 설파한다. 요컨대 경수, 혹은 문수를 용인하기 어렵다면 금수 문제는 어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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