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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꺼리] 늦깍이 노조 상근자로 살아가기_ (12) 학교내의 유령같은 존재

지난 번외편 다들 보고 오셨죠? 한회 쉬고 힘차게 돌아온 이점진동지의 글입니다^^! [편집자주]

 

학교내의 유령같은 존재

 

이점진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세종지부 조직부장

 

  학교라는 곳은 그 어느 곳보다도 굉장히 보수적인 경향이 강하다. 특히 세종특별자치시는 충청권인 충남과 충북 사이에 만들어진 곳으로, 소위 말하는 시골 중 시골이다.

 

  또한 학교는 법령으로 학교장 재량권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존재하는 곳이다. 유치원장이나 학교장은 거의 학교 내에서 절대 권력이다. 그리고 그 밑에 교사와 공무원이 있고, 그 밑에 교육공무직이라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다. 이런 구조속에서 맨아래 있는 교육공무직은 이중삼중의 갑질을 당하며 생활하고 있다. 교사의 업무 경감을 위해 만들어진 교육공무직......

 

  내가 세종으로 발령 받고 현장을 누빌 때, 처음 스스로 전화해서 노조가입을 한 직종이 특수교육실무사 직종이다. 학교 내에서 가장 힘든 직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특수교육실무사는 특수교사의 지시를 받아 수업중에 장애아동의 상황에 맞게 지원하는 업무를 한다.

 

  특수교육실무사 쌤들을 조직하려고 현장방문을 시작하였다. 몇몇 학교를 돌아다니던 중 기가 막힌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종 특수교육실무사쌤들은 학교내에 본인의 책상과 의자가 없었다. 유치원의 경우 교실에 특수교사의 자리만 존재하였고, 특수교사가 자리에 앉아 있으면 실무사쌤은 서 있어야 했다. 그나마 자리가 있는 학교는 창고 비스무리한 곳에 있었다.

 

  조직사업을 하던중 설문지를 통해 조사해 보니 실무사쌤이 의자와 책상을 달라하면 예산이 없으니 필요하면 본인이 사라 했단다. 컴퓨터가 필요하다고(매일 장애아동의 상황을 근무일지로 써서 특수교사에게 제출) 하면 창고에 쳐박혀 있던 교사나 공무원 쓰다가 폐기처분 되다시피한 구형 컴퓨터를 준단다.

 

  근무처에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것은 존재를 부정 당하는 일이다. 너무 오랜 세월을 이렇게 근무한 실무사쌤들은 이게 얼마나 차별받는 일인지도 모르고 당연하게 생각하며 유치원의 경우 교실이 좁아서 자신의 책상까지 놓을 자리가 없다는 소리에 억장이 무너지기도 했다.

 

 

  교육청과 교섭하면서 쌍욕과 함께 울분을 토해냈다. 교육청에서는 현장을 제대로 상황 파악도 하지 않은 채 절대 그럴리가 없다고 한다. 현장조사에 들어갔고 타 지역에서는 책상과 의자 뿐만 아니라 따로 특수교육실무사실이 있음을 사진을 찍어 자료로 제출했다.

 

  몇차례의 교섭을 통해 올해 4월말까지 전 학교에 책상 의자 컴퓨터를 배치하기로 합의하였다. 교섭이 끝나자마자 당연한 권리임에도 조합원쌤들이 너무 좋아한다. 그 모습을 보니 좋기도하고 한편으로 맘이 아프다

 

  이번 교섭을 통해 우리 조합원쌤들은 알게 되었단다. 우리가 요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수 없다는 것을......

 

  또한 처음 교섭때는 긴장하여 말도 버벅거리던 분과장님은 이제 우리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업무거부도 할수 있다는 말도 서슴없이 할수 있게 되었다 ㅎㅎㅎ

 

  이제 겨우 첫 발을 내딛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