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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꺼리] 브라보 마이 개고생 라이프_(4) 끔찍한 곳에서 구조한 니모 이야기 ②

 많은 분이 기다리시던 <브라보 마이 개고생 라이프>입니다! [편집자주]

 

끔찍한 곳에서 구조한 니모 이야기(2)

- 마침내 행복을 찾은 니모-

 

송기애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인천 회원

 

니모는 2022327일에 비행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의 평생가족에게 떠났다. 니모를 입양한 가족은 미국인들로 아버지,어머니와 독립한 아들이 있고, 아들분이 니모와 함께 살고 있다. 니모는 아빠와 할아버니,할머니, 그리고 사촌으로 셰퍼트믹스인 데이지, 치와와인 벨라가 생겼다.

 

 

강아지를 해외입양 보낼 때는 동물병원에서 발행한 검역서류(입양가는 나라의 규격에 맞는 예방접종 및 건강증명서)가 필요하고, 해외단체에서 요구하는 서류들을 모두 갖추어야 된다. 서류는 매우 꼼꼼하게 준비해야되고 서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검역을 통과할 수가 없다. 사실 단체를 통해서 일을 진행할 때는 이런 일에 숙달된 봉사자가 있어서 검역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문제는 비용이다. 병원서류와 검역은 돈이 많이 들진 않지만 비행기값은 엄청나게 비싸다.

 

해외로 입양가는 강아지가 비행기를 타는 방법은 두가지이다. 먼저 강아지만 비행기의 동물칸에 태워 보내는 카고가 있다. 카고 비용은 강아지의 몸무게와 항공사에 따라서 다르지만 니모같이 20kg 정도인 아이가 카고로 해외로 가려면 대략 350만원 정도가 든다. 해외로 입양가는 아이들이 거의 대형견임을 감안하면 카고를 이용해서 입양을 보낼 때는 한 아이당 300만원~500만원 사이의 카고비를 내야된다. 특히 우리나라 항공사들은 코로나로 승객이 줄었을 때 이 카고비용을 올려받아서 해외입양 가는 아이들에게 받는 돈으로 적자를 메운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두 번째는 해외 이동 봉사자와 함께 나가는 방법이 있다.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이 해외로 입양가는 아이들을 자신의 수하물로 등록해서 데리고 나가는 것이다. 강아지는 한 사람 당 총 3마리까지 등록할 수가 있는데 기내에 한 마리(켄넬 포함 5~7kg), 동물칸에 2마리를 태울 수 있다. 기내에 같이 타는 강아지는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동물칸에 타는 아이들은 몸무게와 항공사에 따라 다른데 한 마리당 대략 30만원~60만원 사이이다. 모든 비용과 수속은 아이들을 입양보내는 단체에서 공항에 나와서 처리하고, 해외에 도착하면 해외단체에서 공항에 나와서 아이를 인계받는다. 이동봉사자가 할 일은 보통의 출국수속 때보다 30분 일찍 나와서 단체사람을 만나서 같이 수하물을 등록하고, 해외에 도착하면 수하물을 찾아서 게이트 밖으로 나가는 것으로 끝난다. 간단하지만 생명을 살리는 너무나 소중한 일이다.

 

해외이동봉사자를 구하는 것은 무척 힘들다. 쉬운 일이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기도 하고 귀찮아하기도 해서다. 거의 모든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대형견들을 해외입양 보내는데, 운좋게 입양처가 확정되었더라도 이동봉사자를 구하지 못해서 출국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 한 해에 수십마리를 해외로 보내는 단체들은 엄청난 카고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니모는 운좋게 해외이동봉사자가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교민으로 한국에 들어오실 때마다 이동봉사를 하시는 분이다. 니모와 다른 아이까지 대형견 2마리와 함께 나가신 그 분 덕분에 우리 니모는 끔찍한 기억을 뒤로하고 새출발을 할 수 있었다.

 

 

지금 니모는 아빠와 함께 산으로 들로 바다로 다니면서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다. 사실 니모는 우리집에서 병을 치료하긴 했지만 완치판정을 받진 않은 상태였다. 니모는 치료 중에 호흡곤란과 폐렴이 와서 입원하는 등 조마조마하며 치료를 마쳤다. 심장사상충은 예방은 쉽지만 치료는 무척 어렵다. 심장사상충은 두달간의 치료를 마치고 6개월 후에 하는 키트검사를 통해서 최종적으로 완치 여부를 판단한다. 니모는 치료완료 후 6개월이 지나지 않았지만 니모의 아빠는 기꺼이 이를 감수하고 니모를 입양했다. 매우 드문 경우다. 지난 7월에 병원에 가서 심장검사를 받았는데 이상이 없다고 했다. 미국은 동물병원비가 엄청나게 비싼데(그래서 병을 치료한 아이만 입양한다) 니모는 정말로 좋은 가족을 만났고 나는 니모의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나는 니모의 아빠와 인스타그램과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느라 때아닌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나는 니모가 떠난 후에 니모가 무척 보고 싶고 평생 다시는 못만난다는 생각에 가슴 한켠이 무척 쓰라렸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나는 그 속상함이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집 아이들도 모두 그런 감정일 거라는 걸 미쳐 생각하지 못했었다. 니모가 떠난 후 우리집의 세 아이는 한동안 무기력증에 시달렸다. 특히 우리집에서 제일 덩치가 작은 송이는 자기보다 세 배나 덩치가 큰 니모와 신나게 뛰어놀았는데 매우 어리둥절한 표정이 역력했다. , 아이들도 모두 감정이 있는데 왜 난 내 생각만 했을까...

 

니모는 우리집에 있을 때보다 더 행복하게 살고 있다. 니모를 구조하고 치료하고 입양보내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돈이 들어갔다. 그 많은 노력이 결국 한 생명의 행복으로 귀결됐으니 그래도 니모는 행운을 잡은 아이다. 이름도 없이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다가 비참하게 죽는 수많은 개들이 존재하는 한국에서, 비록 끔찍한 환경에서 고통받았지만 이제는 행복한 반려견으로 누군가와 사랑을 주고받는 귀한 존재가 되었으니 말이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서 단 한 명이라도 해외이동봉사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호 글을 썼습니다.

 

*아이들을 기록하기 위해 작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https://www.youtube.com/c/dungnansong 아이들의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