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돌아온 '개고생라이프' 입니다^^! [편집자주] |
‘사랑’이라는 것 - 내 눈에 콩깍지
송기애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인천 회원
연재 첫 회에 쓴 ‘둥이’는 아주아주 예쁜 아이였다.
둥이는 처음 구조했을 때 4kg이 조금 넘었는데 집에서 잘먹고 잘자고 심장사상충을 치료하고 사랑을 듬뿍 받아서 집에 온 지 몇달만에 6kg을 넘겼다.
둥이는 ‘어떤 종과 어떤 종의 믹스다’라고 정의하기 어려울 정도로 조상이 많은 외모였다. 작은 체구에 매우 귀엽고 예쁜 얼굴, 사람에게 애교 많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참을성 있고 무던한 성격, 외모나 성격이나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아이였다.
나는 둥이가 이세상 모든 강아지 중에서 제일 예쁘다고 생각했었다(지금도 그렇다). 내 아이니까 예쁘다고 생각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눈에도 둥이가 아주아주 예쁜 아이일거라고 굳게 믿었다. 둥이와 산책을 나가면 세상에 이렇게 예쁜 강아지가 다 있다고, 우리 둥이 좀 봐달라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들고 얘기하고 싶은 지경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강아지의 엄마로 살아가던 어느날, ‘브라보 마이 개고생 라이프’에 앞서 ‘비단이의 묘생일기’를 연재했던 영미언니가 충격적인 말을 했다.
“둥이가 성격이 좋아서 글치, 얼굴은 그냥 보통 얼굴이야”
“뭐? 우리 둥이가 보통 얼굴이라고? 세상에서 제일 예쁜 얼굴인데??”
“무슨 소리. 솔직히 얼굴은 그냥 그래”
우리 둥이가 평범한 외모라니! 우리 둥이가!! 난 큰 충격을 받았다.
‘눈에 콩깍지가 씌였다’는 말의 뜻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어떤 할머니가 손주가 너무 예뻐서 아기차에 태워서 동네를 돌면서 자랑을 하고 다녔는데 아무도 예쁘다는 말을 안해서 무척 서운했다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었다. 내가 딱 그 꼴이었다. 어디 내놔도 자랑스러운 우리 둥이, 나에게 둥이는 우주에서 제일 예쁘고 사랑스런 생명체인데 다른 사람 눈에는 안그랬나보다. 아흑...ㅠㅠ
사전적 의미의 ‘예쁘다’는 말이 아닌, 감정으로의 ‘예쁘다’는 말에는 많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들어있는 것 같다. 단순히 외모가 잘났다를 넘어 대상의 특징, 성격, 향기, 스토리, 분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나에게 사랑스럽고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을 때 우리는 그 대상을 ‘예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예쁘다는 말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감정적이다. (그래서 세상 모든 사람들이 연애를 하나보다...)
우리집 아이들은 각자 큰 상처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다루기 힘든 아이들이다. 그러나, 매우 예쁘다. 생김새도 제각각, 성격도 제각각이지만 모두 사랑스럽다. 아이들 때문에 외출도 제대로 못하는 나의 삶을 한탄하며 혼술을 마시기도 하지만, 고단한 삶에서 그래도 아이들 때문에 울고 웃고 특별할 것 없는 내 삶이 아이들 때문에 특별해진다.
특별하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존재들. 그래서 둥이를 비롯한 우리집 아이들은, 모두, 최고로 예.쁘.다.
*아이들을 기록하기 위해 작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 https://www.youtube.com/c/dungnansong 아이들의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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