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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꺼리] 아들만 다섯?! 늘그막에 터진 자식 복

작년 e-품의 엄청난 인기컨텐츠였던 <비단이의 묘생일기>를 번역(?)했던 조영미 회원님의 특별기고를 섭외했습니다! 귀염폭발 이전 연재글은 여기(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

 

아들만 다섯?! 늘그막에 터진 자식 복

 

조영미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인천 회원

 

난 출산을 한 적이 없다. 그런데 팔자에도 없는 아들 다섯을 키우며 육아 노동을 하고 있다.

 

오랜만에 만나는 비단이입니다! [편집자주]

 

9년 전 어느 날, 비단결 같이 새하얀 털, 고개를 갸우뚱하며 신비로운 초록색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는 인형같은 고양이 첫째 비단이를 입양했다. 비단이를 들인 나는 따스한 햇살아래 인형 같은 고양이를 옆에 두고 향기로운 커피 한잔을 들고 있는광고 같은 상황을 기대했으나 실제 결과는 참혹했다. 따스한 햇살이 비추면 고릉거리는 인형같은 고양이는 구르고 뛰면서 털을 뿜어내고 고양이 털이 눈처럼 내리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낭만은 개뿔, 마시던 커피잔에서도 털을 건져내고 마셔야 할 만큼 날마다 털을 먹고 마시며 쓸어내고 찍어내는 털과의 전쟁이다. 장모종 고양이와의 평화와 낭만은 광고에서만 존재한다는 걸 명심하라!

 

고양이를 집에 들여서 불러온 참사(?)는 털 뿐만이 아니다. 고양이가 고양이를 불러들이는 묘~한 인생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비단이로 시작해 보리, 봄이, 겨울이까지 4마리의 고양이와 인간의 탈을 쓴 고양이 한 마리까지 다섯 마리의 숫컷들 뒤치다꺼리에 내 후반 인생의 절반을 쓰는 느낌이다. 겨울이는 며칠 전 새로 들어와 방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놈이다. 내 팔자의 말년 자식복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유기견 3마리를 들여서 돌보는 후배(브라보 마이 개고생 라이프를 쓰고있는 송기애)가 어느날 동네 공원에 구내염과 영양실조로 쓰러져있던 고양이 한 놈을 구조해 치료를 했다. 그 집에는 이미 대형견 3마리가 있어서 종이 다른 고양이를 들일 수가 없고, 그렇다고 다시 공원으로 돌려보내기에는 생존할 확률을 기대하기 어려운 터라 입양 광고를 냈지만 좀처럼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아 병원 살이를 계속하고 있었다.

 

고양이를 구조했다는 말을 들은 날부터 나는 애써 외면하고 또 외면했다. 그러나 우리 집 애들을 볼 때마다 그 구조 냥이가 생각이 나 양심 한켠이 영~불편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퇴근길에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 후배에게 저녁이나 먹자고 전화했고 그 전화를 끊고 나는 예감했다. “그놈이 우리집 넷째가 되겠구나...” 그 날 후배와 저녁을 먹으면서 그 애 데려 와라 내가 맡으마라고 말해버렸고 바로 다음 날 데려와 방 하나를 내줬다.

 

겨울이는 흰색 바탕에 노란색 줄무늬 옷을 입은 숫컷 고양이다. 추정 나이는 5-6, 발견 당시 언제 매준 목줄인지 목을 조르듯 매여있었고 지금도 선명한 목줄 자국이 남아있다. 이름은 겨울이라고 지었다. (겨울에 와서) 겨울이라고 이름을 지으면서 여름이 가을이까지 생기는 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

 

내가 성별을 고른 것도 아닌데 공교롭게 숫컷들만 들어오는 걸 두고 누구는 나한테 남자복이 많다고 놀렸다. 이왕 남자복이 터지려면 돈 많은 남자가 주변에 널려서 그덕에 놀고먹는 복이 터졌으면 좋으련만 내 덕에 놀고 먹으며 호의호식 하는 건 내가 아닌 저 다섯 마리의 숫컷들이라니...... 이번 생은 호된 수행을 하라고 태어난게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한 수행으로도 사리가 나올 판인데 평생 빼박 육아라니! 늙어 꼬부라질 때까지 생활비를 벌어야 저 생명체들을 거둬 먹이고 병들면 치료해 줄 수 있으니 내 몸이라도 튼튼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밀려든다.

 

나의 하루의 시작은 출근 전 네 마리가 먹고 싸놓은 뒤치다꺼리로 시작해 퇴근 후 같은 노동의 반복으로 끝난다. 퇴근이 아니라 육아 노동을 하러 다시 출근하는 것이다. 6억명의 지구인중에 하필이면 내게로 온 저놈들은 전생에 어떤 인연이었던 건지 궁금해졌다. 저 생명체들이 하필 고양이로 태어나 하필 내게로 왔고 나는 저들의 노예처럼 집사노동을 하며 살아가니 말이다.

 

아무튼,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다둥이 가정이 되고 보니, 인간 사회가 가족구성원의 개념을 더욱 확장 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법 제도가 이성가족 중심에서 동성가족, 동거가족 등 가족구성 범위를 확장해 가고 있지만 아직 종이 다른 개체간의 가족구성으로까지 확장하지는 못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같이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고 그 중에 많은 사람들이 인간 가족보다 반려동물 가족에게 더 친밀한 정서적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법 제도에서는 이런 정서적인지를 수용하지 못하고 각종 사회제도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내가 뭐 그리 급진적인 사람은 아니기에 반려동물을 가족관계 증명서에 포함시켜 달라는 말까지는 안하겠지만 가령 반려동물이 아파서 치료를 받아야 할 때 병가를 쓸 수 있거나 치료비에 대해 보험 적용을 받거나 돌봄 휴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민주당 모의원이 반려동물 돌봄휴가 법안을 발의했다고 하는데, 무능력하기 짝이없는 민주당이지만 이 부분은 살짝 칭찬하고 싶다) 물론, 모든 생명체는 평화롭게 공생하는 것이 답이지 인간사회에 편입시키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그거야 말로 인간중심적 사고니까) 그러나 인간이 지구를 독점하고 다른 생명체들의 삶터를 빼앗고 폭력적으로 밀어내거나 생존을 위협한 결과로 피해를 입은 생명들에 대한 책임으로서 말이다.

 

생명을, 이윤을 위한 상품으로 매매되지 않도록 하고 반려동물로 등록하면 사회구성체로서 세금을 내고 그에 따른 사회적 보장을 받게 하는...머지 않은 날에 사업장 단체협약에 가족 돌봄 휴가와 병가에 반려동물 사유가 포함되는날이 올까? 정의로운 산업전환 단협을 가장 먼저 체결한 금속노조 답게 반려동물 돌봄 휴가 단협도 금속노조가 가장 먼저 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금속노조 반려동물 가족을 조직해서 반려동물 돌봄 휴가 보장하라투쟁을 벌여야 하나? 이대로 살수 없지않습니까라는 말 한마디로 국민들 마음을 울렸던 비정규직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금속노조 정책국장이 정신나간 소리를 할 때냐는 말이 돌아올테니 일단은 참기로 하자.

 

우리 비단 보리 봄 겨울이를 예뻐해주시는 독자들을 위해 자식 자랑 팔불출이 되어보고자 한다.

 

▲ 첫째 비단이, 말해 뭐해~ 까칠하고 쉬크한 매력을 무기로 풀 장착하고 집사를 간식 자동급여기로 만들어 버리는 능력자!

 

 

▲ 둘째 거대 돼냥이고 충청도 출신답게 타고난 선비정신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뛰는 법이 없는 보리, 안아달라고 품에 파고들고 궁뎅이를 내 얼굴 앞에 대고 자는 통에 외양간에서 자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늘어진 배살이 치명적으로 귀여운 고양이다.

 

 

▲ 셋째 봄이, 이놈은 그냥 건달이다. 시비를 거는데 이유가 없다. 집안에 물건이라는 물건은 최다 건들고 선반이나 테이블에 물건이 놓여있을 때 앞발로 살살 밀어 떨어뜨리고 떨어진 물건으로 축구를 한다. 지 형들이 지나갈 땐 괜히 앞발로 냥펀치를 날리며 시비를 건다. 골목길에 기대서 지나가는 사람 슬쩍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딱 그 심보다.

 

새로 얻은 별명은 “3보 이상 철퍼덕인데 너무 살이쪄서 세발짝 걷고 철퍼덕 드러눞는 꼬라지를 보고 있노라면 웃기다가도 저 살을 어찌할까 한숨이 난다.

 

 

 새 식구가 된 겨울이, 아직은 영양실조에서 회복되지 못해 빼빼마른 몸에 배만 빵빵하다. 목줄이 매여있는걸 봐서는 사람과 같이 살던 고양이 같은데 어쩌다 길고양이가 된 건지는 모르지만 누구든 쓰다듬으면 골골송을 부르며 드러눕는 애교쟁이다. 이렇게 사람을 잘 따르고 좋아하는데 공원에 방치돼 영양실조로 쓰러져 죽음 직전까지 간게 더 안쓰럽게 한다. 비단, 보리, 봄이와 합사가 잘 돼야 하는데 걱정이다. 3:1을 어찌 헤쳐나갈지....

 

서열 최하위 마지막 한 놈, 아침에 나가기만 하면 매일 한밤중에 들어오니 길고양이인지 집고양이인지 구분이 안 간다. 이놈의 정체는 내게 별 관심사가 아니기에 인간의 탈을 쓴 도둑 고양이라고 해두자.

 

* 막내고양이(?)의 사진은 필자께서 제공해주시지 않은 관계로, 저만 보려고 꽁쳐놨던 겨울이 영상을 올려봅니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