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 이야기 2편이 나올 차례인데 갑자기 하니얘기가 나와서 놀라셨죠? 송이 이야기는 다음에 올라옵니다^^ [편집자주] |
하니는 행복할까?
송기애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인천 회원
모든 생명체는 최선의 삶을 살 권리가 있다
‘하니’는 브·마·개 5회에서 소개했던대로 끔찍한 개농장에서 구조한 장애견이다. 뒷다리를 쓰지 못하는 하니, 걸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재작년 7월과 10월에 큰 수술을 했지만 수술 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동안 집에서 운동을 시키기도 하고 전신 휠체어를 태우기도 했지만, 겁이 너무 많은 하니는 어떤 것에도 적응을 하지 못했고 이런 저런 노력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애초에 엄마 혼자서 장애가 있는 대형견을 운동시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기도 했다. 수술한 병원과 아이들이 다니는 병원에서는, 재활병원에서 하는 수중운동·침치료 등의 특별한 재활치료는 권하지 않았다. 재활치료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효과는 미지수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나아지는 게 전혀 없이 시간만 보내면서 어느새 수술한 지 1년이 넘었고, 걸을 수 있다는 희망은 점점 꺼져가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 어떤 것이 하니를 위한 일인지 많은 고민을 했다.
■ 하니는 지금 행복할까?
■ 걸을 수 있다면 분명히 지금보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더 행복한 삶을 살텐데…
■ 걸으면 더 행복하다는 건 인간의 기준일까? 하니는 이대로도 행복한데 걷게 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시키는 게 오히려 하니를 괴롭히는 일은 아닐까?
■ 아니야, 하니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해서 그런거야. 고생스럽지만 걸을 수 있게 되면 분명히 더 행복해질거야.
■ 하니는 집밖에 나가는걸 두려워하는데 어떡하든 바깥 세상을 보여주려는 건 인간의 기준과 욕심 아닐까?
■ 아니야, 하니가 바깥을 무서워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아서야. 당장은 아니지만 외출은 분명히 하니에게 즐겁고 행복한 일이 될거야
■ 그런데 걷기 위해서 견뎌야 하는 힘든 과정들을 과연 하니가 원할까?
하니의 입장과 인간의 기준에 대해서 정말로 많은 생각을 했다.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했다. 과연 어떤 것이 하니를 행복하게 하는 일일까? 하니와 대화를 할 수 없으니 결정은 내가 해야 했다. 나는 아직 어린 하니가 평생을 이렇게 앞발로만 기어다니는 삶을 살게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걸을 수 있는 아이를 엄마의 잘못된 판단으로 평생을 앉아서 지내게 하는 것 아닐까 두려웠다. 오랜 고민 끝에 많은 사람들이 말렸던 재활치료를 시작했다.
두 달 전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멀리 있는 동물병원에 가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에서 레이저, 한방침, 전기자극, 수중운동, 하니스운동, 휠체어운동, 짐볼운동 등을 번갈아가면서 한다. 관절의 부담을 줄이고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 다이어트도 한다. 걷지 못하는 데다가 무서워서 똥오줌을 싸고 몸부림치는 하니를 데리고 병원을 오가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그리고 힘든 운동을 해본적이 없는 하니도 병원에 갔다오면 힘들어서 녹초가 된다.
치료가 힘들긴 하지만 그동안 하니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고 하니의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하니는 전신 휠체어를 뒷다리용 휠체어로 바꿨고, 발목의 이상을 발견해서 앞다리 양쪽 발목에 발목보조기를 맞췄다. 하니는 ‘하니스’라는 보정기를 하고 난생 처음으로 서서 바깥 세상을 보기도 했고(감격), 여기저기 쿵쿵 부딪치긴 하지만 휠체어를 타고 뒤뚱뒤뚱 걷게 됐다. 비록 보정기를 착용하지만 물속 걷기는 꽤 익숙해졌다. 그리고 병원에 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사람도 보면서 조금씩 집밖의 세상도 알아가고 있다. 운동을 하지 못해서 속수무책으로 찐 살도 1kg이나 뺐다!(17kg→16kg) 힘든 시간을 이겨내면서 하니는 분명히 좋아지고 있다. 아니 정확히는 적응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어쨌거나 재활치료를 시작한 것은 정말로 잘한 일이었다.
하니에겐 모든 것이 처음이고 모든 것이 신기하다. 그리고 모든 것이 힘들다. 지금 하니는 접혀있던 두 개의 뒷다리 중에서 한쪽 다리만 수술로 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땅에 디딜 수 있는 다리는 세 개다. 보통의 강아지들은 한 다리를 잃게 되면 스스로 방법을 찾아서 세발로 걷지만, 태어나서 한번도 걸어본 적이 없는 하니는 걷는 방법도 모르고 세발로는 더더욱 걷지 못한다. 어쩌면 하니는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자기 발로 걷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다만 하니의 보호자로서 하니의 더 나은 삶, 더 넓은 세상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최선의 삶을 살 권리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달렸다 하니! ☞https://youtu.be/QVsdwDI-zmc
※이곳에서 ☞ https://www.youtube.com/c/dungnansong 아이들의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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