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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꺼리] 좌충우돌 수영이 아빠 되기 _ (2) 왜 아이들은 아프면서 크냐고!

 

수영이 아빠의 두번째 육아일기입니다! 지난 번 귀여운 수영이 사진과 수영이 가족의 캐리커쳐가 엄청난 반응을 얻었어요! 응급실 가랴 아빠 돌보랴 고생 많이 한 수영이에게 격려의 인사를 보냅니다! [편집자주]

 

왜 아이들은 아프면서 크냐고!

 

조경석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서울 회원

 

수영이가 14개월 정도 됐을 때다. 저녁 우유를 맛나게 먹고 잘 자고 있던 수영이가 갑자기 구토를 했다. 옆에 있던 지니가 재빠르게 수영이를 안고 기도를 확보했지만, 구토는 한참 지나서야 멈췄다. 수영이를 안고 있던 지니뿐만 아니라 잠자리 전체가 구토물로 곱게 장식됐다. 자기 전에 우유를 너무 많이 먹였나 생각했다. 날이 밝는 대로 병원에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구토는 수차례 반복됐고 열까지 나서 결국 짐 싸서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에 도착해서 엑스레이 찍고, 피검사하고, 수액 링거를 꽂은 후에야 수영이가 안정됐다. 그 와중에 간호사 선생께서 링거 바늘을 잘 못 꽂아 응급실 바닥을 수영이 피로 흥건하게 만들었다. 워낙 정신없던 상황이어서 마치 내가 민폐를 끼쳤다고 생각해서 핏자국 치우는데 정신이 없었다. 링거를 3시간 동안 맞은 후에 흔한 열감기로 추측됐고, 폐렴까지는 가지 않았다는 의사소견과 해열제 처방을 받아 집으로 올 수 있었다. 집에 오니 조만간 해가 뜰 기세였다. 수영이와 지니 그리나 나는 그야말로 파김치가 됐다.

 

설연휴엔 A형 독감에 걸렸다. 고열도 위험하지만 해열제저체온도 위험하다. 자가격리 5일동안 체온 점검한 메모.

 

수영이가 아프다는 소식에 어머님이 불이나케 집으로 오셨다. 아픈 손자를 돌보려고 오셨지만, 실상은 영혼 털린 딸과 사위까지 돌보는 모양새였다. 어머님께서 투입됐으니 모든 게 안정적이었고, 수영이가 완쾌되기만 기대했다. 그러나 수영이 구토는 이튿날 새벽에 다시 재발했다. 진료와 처방까지 받았는데 증세가 재발하니 더 당황스러웠다. 다시 짐 싸서 응급실로 향했다. 처음 응급실에 갔을 때처럼 같은 순서대로 같은 검사를 받았다. 심지어 그 간호사 선생이 또 링거 바늘을 잘 못 꽂아 수영이 피가 응급실 바닥에 떨어지는 것까지 똑같았다. 이번엔 지니가 유심히 감시(!)하고 있다가 첫 번째 핏방울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돌아서는 간호사 선생을 불러세워 다시 꽂게 했다. 3시간 동안 링거를 맞고 들은 의사소견도 이전과 같았다. 처방약도 같았다. 쌍욕이 목까지 나왔지만 수영이가 진정됐으니 참았다. 역시 집에 돌아오니 조만간 해가 뜰 기세였다. 수영이와 어머님, 지니 그리고 나는 그야말로 파김치가 됐다.

 

요즘엔 전태일 통신을 읽으며(?) 뭐라뭐라 옹알거린다.

 

이젠 진짜로 완쾌하기만을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체온이 조금 높은 것 빼고는 수영이 상태도 별로 나쁘지 않았다. 할머니 품에 안겨서 딩가딩가했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젠장! 그런데 두 번째 응급실을 갔다 오고 삼 일째 되는 날 저녁, 땀에 젖은 수영이 옷을 갈아입히는데 수영이 몸 전체가 빨갛게 발진이 올라와 있는 게 아닌가? 드디어 쌍욕이 목 바깥으로 나오고야 말았다. 세 번째 짐을 싸서 응급실로 향했다. 이번엔 진료도 진료지만 이 돌팔이들 멱살이라도 잡을 참이었다. 지니가 수영이를 안고 진료실로 들어가고, 어머니와 나는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또 같은 소리 하면 진상의 새역사를 세우겠다고 다짐하고 준비하고 있었다. 웬걸? 수영이를 안고 진료실을 나오는 지니가 싱글벙글 웃고 있다. 수영이는 링거도 안 꽂고 있다. 순간 뭐지 했다. ‘돌발진이란다. 지니 설명을 들으니 돌발진은 바이러스로 감염된다고 한다. 다행히 평생 한 번 걸리고 다시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딱 수영이 월령에 많이 걸린단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돌발진은 완쾌되면서 온몸에 열꽃이 생겨야 진단할 수 있단다. 그 전에는 그냥 감기와 증상이 같다고. 한마디로 수영이 열꽃은 완쾌되는 증거였다. 집에 돌아오니 아직 자정이 안 됐다. 집에 오자 수영이는 그새 잠들었다. 어른 세 명은 안도하면서 맥주 한 캔을 들고 모여 앉았다. 당연히 안주는 지난 며칠 동안 겪은 고생담과 응급실 간호사 선생이었다.

 

늦은 밤 수영이네서 편집자에게 보내온 사진. 편집자는 집에 가다가 차를 돌려 수영이 엄마아빠의 술자리에 끼었습니다. [편집자주]

 

왜 수영이는 꼭 깊은 밤이나 새벽에 아픈 걸까? 꼭 어두울 때 열이 오르고, 구토해서 지니와 내 영혼을 탈탈 턴다. 응급실 가는 짐을 쌀 때마다 당황하고 허둥거린다. 반복한다고 적응되는 일이 아니다. 어머님께선 투덜대는 사위에게 애들은 아프면서 크는 거야! 아기 아프다고 투덜 대지 마!’라고 하신다. 어머님 말씀이 맞다. 신기하게도 수영이가 아프고 난 다음엔 확실히 이전보다 달라진다. ‘돌발진때는 엄청 말이 많아졌다. 베트남어 같기도 하고, 러시아어 같기도 한,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자기 말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지니와 나 사이에 끼어 훈수를 들기도 한다. 또 기저귀에 응가를 하면 화장실 앞에 서서 응가! 응가!’한다. 씻기라는 거다. 신기하다. 최근에 A형 독감에 걸리고 난 이후엔 그렇게 싫어하던 신발을 제 손으로 들고 와서 신겨달라고 하곤 복도로, 놀이터로 나가자고 온갖 패악질(!)을 한다. 이젠 나가면 집에 들어올 생각을 안 한다. 산티아고 델 콤포스텔라까지 걸어 갈 기세다. 그런데 수영아! 꼭 클 때마다 그렇게 아파야만 하는 거니? 제발 엄마, 아빠 나이 생각해서 그냥 커주면 안 되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