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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M] 전태일 3법의 내용과 의미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웹진 [e-품]의 <PRISM> 꼭지는 노동과 이어지는 다양한 사회운동과 관련한 내용을 싣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민주노총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태일3법에 대해 권두섭 변호사의 자세한 설명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전태일 3법의 내용과 의미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전태일 3법에 대한 입법청원 10만인 서명이 완료되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되었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내용은 3가지 법안의 개정안, 제정안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가 근로기준법 제11조 개정안이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11조는 상시 5인 이상 사업장을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다. 상시 4인 이하 사업장(5인 미만)은 시행령 별표에서 열거하고 있는 조항만 적용하고(일부 적용), 가사 사용인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배제하고 동거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장도 적용이 배제된다.

 

  이제 이 조항을 근로기준법은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하는 것으로 개정하자는 것이다. 코로나19 일자리 대책 중에 대표적인 것이 휴업수당의 90%를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이다.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대상이 되려면 먼저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야 한다. 4인 이하 사업장도 고용보험 적용대상이지만, 실제 가입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온다. 한국노동연구원(정흥준, 2020) 조사에 따르면 4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 378만명 중 226만명 가량이 고용보험에 미가입이다. 60%에 가깝다. 그런데,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4인 이하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의 휴업수당 규정이 적용이 안된다. 정부의 위 정책은 사업주가 고용을 유지하면서 휴업수당을 지급할 경우에 그 지급금액의 90%를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준다는 정책이다. 4인 이하 영세사업장 노동자는 사업주가 법을 위반하여 고용보험 가입도 않고 있고, 가입하고 있다손 치더라도 휴업수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사실상 위 고용유지정책 대상이 되지 못한다. 직장갑질 11920209월에 조사한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 설문조사에 따르면 4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의 28.9%가 실직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용직 실직경험에 비해 7배나 높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직, 소득감소 등의 피해를 가장 심각하게 겪고 있지만, 정부 정책 대상에서는 제외되고 있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에서 4인 이하 사업장에도 적용하는 조항을 열거하고 있지만, 해고제한 조항, 근로시간, 연장과 야간, 휴일근로 가산수당, 연차휴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 근로기준법의 중요조항들은 대부분 적용이 제외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최저기준을 정해둔 것이다. 최소한 이 정도의 노동조건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국가가 법으로 강제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법의 취지와는 거꾸로 정작 필요한 4인 이하 사업장은 적용을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4인 이하 영세사업장은 사업주의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부터 적용을 배제해 왔다. 70년간 준비할 시간을 주고 기다려주었다면 이제 충분하지 않는가

 

  두 번째는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노조법 제2조 개정안이다. 노동법 적용이 배제되어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하여 노조할 권리부터 보장하라는 것이다. 모든 노동법을 적용해야 하지만, 백보를 양보하여 그것이 당장 어렵다면, 우선 노조법 제2조 제1호의 근로자 개념 조항을 개정하여 노조할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스스로 노조 단결하여 단체교섭과 단체협약 체결을 통해서 노동조건을 개선할 길을 열어주자는 것이다. 이는 당장 사업주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것도 아니니 반대할 이유도 없다. 그리고 노조법 제2조 제2호의 사용자 개념 조항을 개정하여 원청 사업주도 사용자 책임을 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원청 사업주는 사내하청, 용역, 파견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에서 생기는 이익을 누리고, 사용자로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정작 노동법의 책임은 지지 않고 있다. 도둑질을 그만하라는 것이니, 이 또한 무언가 새로운 부담을 지우는 것도 아니다. 노동법이라는 것이 원래 노동의 이익을 가져가는 자, 그리고 권한을 가지고 있는 자에게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우는 법이기 때문이다. 근로자를 찾아 그에 합당한 권리를 부여하고, 사용자를 찾아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우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이다.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노동자의 생명보다는 이윤이 더 우선되고,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 회사가 들이는 비용보다, 그로 인한 처벌, 경제적인 부담이 훨씬 덜하기 때문에 현실을 바뀌지 않고 있다. 위험업무에 대한 도급 금지대상을 확대하고 산업안전보건법을 더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 사후적으로라도 원청, 대표이사 등 경영책임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이들의 직접적 관여범위를 넓혀야 한다. 법적 책임이 회사내 하급 관리에게 외주화되지 않도록 그물망을 더 손질해야 한다. 현장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되어야 하고, 노동안전과 관련한 노동자참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법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전문성 부족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산재예방행정 시스템도 개혁해야 한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위험을 만들어낸 자에게 그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바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이다. 지금은 사업장에서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하여도 기껏 처벌을 받는 사람은 하청업체 현장관리자 정도이다. 기업도 처벌을 받는 경우가 있지만, 벌금 몇 백만원에 불과하다. 형사처벌은 고의, 과실을 요하기 때문에 원청의 경영자, 관리자, 나아가 어떤 경우에는 하청업체의 대표조차도 쉽게 그 책임에서 빠져 나갈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장 관리자가 회사에서는(대표이사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하라고 지시하였으나, 제가 잘못하여 이런 일이 생겼다라고 하면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에 원청의 대표이사 등 경영자에게 징역형 등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회사에도 벌금 몇 백만원이 아니라, 1억에서 20억 이하, 나아가 전년도 수입액의 10분의 1 범위내에서 벌금을 가중할 수 있도록 하여 실질적인 부담을 주어야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이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50년 전 근로기준법을 지켜라!”,“우리는 기계가 아니다외치며 산화한 전태일 열사의 인간선언은 오늘날 모든 노동자에게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 모든 노동자에게 스스로 단결할 권리, 원청 사업주에게 사용자 책임을 지워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외침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태일 3법은 이 시기 노동자들의 인간선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