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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M] 노동자 투쟁으로 보수양당 ‘노답’ 정치 균열내야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웹진 [e-품]의 <PRISM> 꼭지는 노동과 이어지는 다양한 사회운동과 관련한 내용을 싣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윤석열 정부 시대를 맞아 노동운동의 시선으로 보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글을 싣습니다. 흔쾌히 글을 써주신 방성준 사무국장님과, 필자를 소개해주신 익명의 모 동지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편집자주]

 

 

노동자 투쟁으로 보수양당 ‘노답’ 정치 균열내야

- 180석으로 아무것도 안 한 더민당, 반노동·친자본 성격 명확히 한 윤석열 정부

 

방성준

금속노조 포항지부 사무국장

 

  국정농단으로 시작한 전 국민의 촛불이 박근혜를 탄핵하면서 출범한 문재인 정권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라는 구호와 함께 양극화 해소, 비정규직 문제해결, 재벌개혁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5년 임기가 끝날 때까지 무엇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이 국정을 운영한 기간에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자영업자와 노동자 등 힘없는 서민들은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받았다. 그 결과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부의 재분배를 위한 사회적 논의는 전무하다. 사회 갈등과 분열의 원인인 양극화는 더 심화했다. 

  문재인 정권이 스스로 약속한 개혁정책과 공약을 후퇴한 원인이 코로나19인 것은 아니다. 임기 시작하고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이미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공약은 끊임없이 후퇴했다. 코로나 사태는 문재인 정부가 처음부터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결할 의지가 없었음을 확인하는 계기일 뿐이었다. 그렇게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국민을 속였다.

  지난봄에 치른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보수 양당 독점 정치라는 명백한 한계를 보여주며 갈등과 혐오만 남겼다. 전체 표의 96%를 나눠 가진 1번, 2번 후보의 정책과 공약에서 차이를 찾기 힘들었다. 노동자를 위한 제대로 된 정책과 공약도 없었다. 

  3월 9일 대선 결과, 정치 초보이자 전 검찰총장인 윤석열이 당선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 10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취임식을 열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 기간 “필요한 경우 주 120시간 바짝 일하고 쉴 수 있는 예외 조항을 둬야 한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대기업과 같은 비용의 최저시급을 적용하면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는 발언으로 논란이 일었던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자 노동자들은 큰 우려를 하고 있다.

  대통령 취임식을 지켜본 노동자들의 우려는 더욱 커졌다. 취임식에는 재계 5대 그룹을 포함한 주요 대기업 총수와 6개 경제단체장이 참석했다. 대기업 총수들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것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9년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도약과 성장’이었다. 대한민국은 성장지상주의로 짧은 기간 내 이례적으로 빠른 성장을 했지만, 양극화와 사회 갈등 또한 이례적으로 심화하였다. 지금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부의 재분배와 평등의 가치다. 그런데 새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도약과 성장을 제시했다. 취임식에 참석한 5대 그룹 총수와 6개 경제단체장, 취임사에서 강조한 도약과 성장. 앞으로 5년, 윤석열 정권이 나아갈 방향은 명확하다.

  대선 결과 발표 다음 날인 3월 10일 경총은 논평으로 윤석열 당선인에게 ‘자유로운 경제 활동과 기업가정신이 존중받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규제 개혁과 노사관계 선진화를 주문했다. 이에 화답하듯 5월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등 개정,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 노동시간 유연화, 직무가치와 성과를 반영한 임금체계 개편 등을 골자로 하는 윤석열 정부 110개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그동안 노동계가 꾸준히 요구해온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노동3권 보장,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 등 노동계가 요구한 의제들은 빠졌다. 다만 배달 등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산재 전속성 요건 폐지 등 산재보험 사각지대를 해소를 약속하고,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을 제외하면서 생색내는 정도다. 많은 노동자의 예상처럼 윤석열 정권은 반노동, 친자본 정부임이 드러났다.

  최근 경총은 현대중공업지부의 파업과 현대제철지회의 점거 농성을 지목하며 “노동계의 불법행위에 대한 정부의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많은 기업이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불법·탈법 경영을 지속했다. 그 과정에 수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정권이 여러 차례 바뀌어도 기업의 불법·탈법에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업의 노동자 살인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경총이 뻔뻔스럽게 노동3권을 부정하는 입장문을 낼 수 있는 이유는 윤석열 정권에 무한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은 180석 거대 여당을 가지고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 확대, 중대재해처벌법 5인 미만 제외’ 등의 개악으로 반노동·친기업 성격을 드러냈다. 이러한 문재인 정권과 지금의 윤석열 정권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리고 과거 노골적으로 노조를 파괴하고, 혐오했던 이명박근혜 정권과 앞으로 5년의 윤석열 정권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선거기간과 인수위에서 내놓은 노동정책과 공약 등은 대부분 입법을 통해서 가능한 것들이다. 수많은 노동법이 지금의 더불어민주당 정권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국회 과반을 점유하고 있는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덮어놓고 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매번 기업 편드는 친자본 정부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투쟁해온 노동자들이 있기에 윤석열 정부도, 더불어민주당도 그들이 원하는 것을 쉽게 이루지는 못할 것이다. 보수 양당은 우리 노동자의 답이 될 수 없다. 전선은 그어졌다. 앞으로 나갈 것인가, 멈춰있다가 뒤로 밀릴 것인가. 언제나처럼 우리 노동자는 선택을 마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