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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M]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 성격과 노동운동 과제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웹진 [e-품]의 <PRISM> 꼭지는 노동과 이어지는 다양한 사회운동과 관련한 내용을 싣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지난번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 대응하는 노동운동의 전략전술에 대한 글을 싣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글을 써주신 이창근 동지께 감사드립니다. [편집자주]

이 글은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에서 발행한 이슈페이퍼,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 성격과 노동운동 과제-노사관계와 노동시장정책을 중심으로(이창근)를 축약한 것임을 밝힙니다. 이슈페이퍼 전문은 민주노동연구원 웹사이트(링크)에서 다운로드받을 수 있습니다. [필자주]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 성격과 노동운동 과제

 

이창근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도 거의 두 달이 지나간다. 새 정부 국정 운영 방향이 무엇인지, 윤석열 정부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지, 노동 분야에서는 어떤 정책이 주로 시행되는지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글은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노동정책의 성격을 분석하고, 노동운동 과제를 모색한다. 분석 자료는 국정과제와 국정과제 이행계획서를 주로 참고했다. 이하 본문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주요 노동정책과 특징 역사주의적 시각에서 본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 평가 노동운동 과제 등의 순서로 살펴보도록 한다.

 

 

1. 주요 노동정책과 특징

 

  윤석열 정부 노사관계정책은 노사협의회 기능 강화와 원하청 공동노사협의회 활성화 부분 근로자대표인정 및 적극 활용 쟁의권 제약 및 노사자치 통제가 핵심이다. ‘노동조합의 힘과 권리를 약화시키고 대신 노동조합 이외의 기구/제도를 강화하여, 노동조합을 우회하는 노사관계의 탈집단화(decollectivization)를 본격 추진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노사관계 탈집단화(decollectivization)는 개별 노사관계를 집단 노사관계로 전환시키는 핵심 기제인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고,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노동조합 이외의 이해대변기구/제도의 기능을 강화하고, 노동자의 집단적 권리 행사를 체계적으로 억압하는 일련의 흐름을 말한다. 노사관계 탈집단화는 세 가지 경로를 통해 추진된다. 먼저 단체교섭권, 쟁의권 등 노동조합 권리는 방치하거나 축소하고, 대신 집단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노사협의회 등 노동조합 이외의 기구·제도를 강화하는 경로이다. 다음으로 부분 근로자대표제인정과 활용을 통해 과반수 노동조합조차 현장 노사관계 주체에서 배제할 뿐만 아니라, ‘노동자 갈라치기를 통해 노동조합()의 집단적 대응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대등결정의 원칙이 실현될 수 있는 전제조건인 쟁의권을 제약하고, 단체협약 시정명령 등 현장 노사자치에 대한 행정적 개입을 강화함으로써, 집단적 노사관계 자체를 형해화시키는 경로이다.

 

  윤석열 정부 노동시장정책은 선택적 근로시간제·특별연장근로 확대 등 노동시간 유연성 확대 직무·성과형 임금체계로 개편 플랫폼 노동자 등 노무제공자에 대한 차별적 노동권 보호 사라진 비정규직·최저임금 정책으로 요약할 수 있다. 노동시간 유연화와 직무· 성과형 임금체계 유연화는 IMF 외환위기 이후 정권의 변화와 상관없이 추진되어 온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흐름을 더욱 심화·확대하는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노동시간 유연화에 대해 정부는 노사 양측의 자율적 시간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본질은 노동시간에 대한 사용자 재량권을 강화하여 장시간 노동에 대한 규율 체제를 훼손하고 노동자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정책이다. 직무·성과형 임금체계 개편은 이미 탈연공급과 혼합급이 확산되고 있는 실태에 부합하지 않고, 정작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는 임금체계 자체가 없는 중소영세사업체 노동자를 위한 적절한 임금체계와 임금격차 축소를 위한 초기업적 대안 임금체계 마련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또한, 노동시간과 임금체계 유연성 확대가 부분 근로자대표제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추진된다는 점에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 노사관계 탈집단화를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핵심적인 문제인 저임금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법을 국정과제에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어, 집권 기간 동안 방치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플랫폼 노동자 등 노무제공자에게는 별도 입법을 통한 보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근로기준법의 상대화와 노동권의 전반적인 하향평준화를 견인할 우려가 있다.

 

 

2. 역사주의적 시각에서 본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 평가: 변화와 연속

 

  IMF 외환위기 이후 역대 모든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는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노동유연성 확대였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도 이러한 노동유연화 흐름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연속적이다. 하지만 정권의 성격과 정치·경제·사회적 조건에 따라 구체적인 정책의 초점과 추진 방식 등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연속적인 측면은 노동기준 등 개별적 노사관계 권리를 박탈축소하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에서 발견된다. 노동시장 유연화는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정권의 성격에 상관없이 고용, 임금, 노동시간 등 거의 전 영역에 걸쳐 심화·확대되어 왔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노동시간 유연성 확대는 이전 정부인 문재인 정부에서도 꾸준히 추진되었다. 1주는 7일이라는 일반적 상식을 법으로 명료화하면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6개월까지 확대했으며, 선택적 근로시간제 역시 신상품 또는 신기술의 연구개발 업무에 대해 정산 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을 핑계로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을 대폭 완화한 조치도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실시됐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물꼬를 튼 노동시간 유연성을 좀 더 다양한 제도로 확대하고 한 단계 심화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임금체계 유연성 확대 정책도 비슷하다. 김대중 정부 이후 역대 모든 정부는 연공성 완화와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선적으로 공공기관에 도입하려고 했던 시도도 비슷하다. 박근혜 정부는 2015915일 노사정위 합의를 통해 직무와 숙련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 확인하였다. 문재인 정부도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는 임금 격차를 심화시키고 청년 세대에게 불공정하기 때문에, 직무급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동일하게 가지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20201118일 경사노위를 통해 공공기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합의문을 도출하여 객관적인 직무가치가 임금에 반영되는 임금(보수)체계 개편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이 과거 정부와 가장 크게 변화된 측면은 노동시간·임금체계 등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 부분 근로자대표제적극 활용 등 집단적 노사관계의 탈집단화와 결합되어 추진된다는 점이다. , 노동시간 유연성 확대와 임금체계 개편은 그 자체로도 심각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집단적 노사관계를 집단주의에서 개별주의(탈집단화), 주요 행위자를 헌법상 주체인 노동조합에서 행정 해석상 인정되는 부분 근로자대표로 전환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결론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주요 노동정책은 김대중 정부 이후 추진되어 온 신자유주의적 노동 유연화 정책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노동시장 유연화의 심화확대만이 아니라 노사관계의 탈집단화(개별화)와 결합되고, 본격화된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정부는 노동조합의 권리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행정지침을 통해 임금체계 유연성 확대를 시도했으며, 문재인 정부는 노사합의를 강조하면서 단계적으로 추진했다면, 윤석열 정부는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노동조합의 우선적 지위를 상대화하고 노동조합 이외의 제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이러한 변화는 노사관계 탈집단화 정책과 연결된다. , ‘노동조합 이외의 기구/제도강화를 통해 집단적 노사관계의 탈집단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집단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노사협의회 기능 강화, 원청의 공동 단체교섭 책임 부여 등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보장 반대, ‘부분 근로자대표제적극 활용에 따른 노동조합의 집단적 대응력 약화, 쟁의권 제약 등의 정책이 상호작용되면서 노사관계 탈집단화 흐름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 집단적 노사관계의 핵심 주체로서 노동조합의 권리 확대는 방치 또는 축소하면서, 미조직 노동자 이해 대변을 명분으로 노동조합 이외의 기구/제도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미조직 노동자의 이해대변 제도를 강화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헌법에 보장된 집단적 노사자치의 핵심적인 주체로서 노동조합의 권리 확대가 병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3. 노동운동 과제: 반보수 전선 매몰 경계와 연대주의적 노동운동 재구성

 

  윤석열 정부 주요 노동정책이 김대중 정부 이후 정권의 변화에 상관없이 신자유주의적 노동유연성 확대 흐름의 연장선에 있으며,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과도 연속의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동운동이 이명박-박근혜 시절처럼 소위 반보수 전선으로 집중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과의 관계는 사안별 국회 입법 중심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단기적 현안 대응에 매몰되는 것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현안 대응은 불가피하겠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노동운동의 주체 역량 강화와 혁신을 위한 활동에 좀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특히 노사협의회와 근로자대표제도 등 노동조합 이외의 기구/제도를 중심으로 집단적 노사관계를 재편하려는 정부와 자본의 시도에 대응하는 것은 전략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의 노동자 이해를 노사협의회와 근로자대표제를 통해 대변하겠다는 논리에 대해 노동조합이 어떻게 실천적으로 답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는 결국 노동조합 스스로가 구호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모든 노동자를 대표하는 조직으로 혁신되지 않으면 해법이 없다. 노동조합이 노동자 내부 격차 해소와 대표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상정하고 중단 없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노사협의회와 근로자대표제도에 의해 노동조합 영향력은 점진적으로 잠식당할 수밖에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까지 포괄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노동조합을 구축하기 위한 혁신 노력, 노조 조직률 제고를 위한 노력, 비정규불안정 노동자 노조할권리와 교섭할권리 보장하고 확대하기 위한 노력, 초기업교섭과 단체협약 효력확장을 통한 노동자 내부 격차 해소 노력 등 전략적 과제에 노동운동의 역량이 집중될 필요가 있다.

 

  현재 조직률 14%가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증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비조합원까지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기업별 협약의 효력을 확장시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산업·업종직종 등 다양한 유형의 초기업교섭을 촉진하고 체결된 초기업협약을 공익적(질적) 기준만으로도 효력을 비조합원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노동조합이 이를 전략적 과제로 상정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노동조합이 집단적 노사관계의 주요 행위자에서 주변부 행위자로 밀려나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 더구나 요즘처럼 사회 전반에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 정서가 팽배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 시기는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이해를 대변하는 조직인가?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조직인가?’에 대해 단호한 답변과 실천이 필요하다.

요약하면 미조직 노동자의 이해 대변과 노동자 내부 격차 해소 문제를 노동조합이 나서서 해법을 제시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노사협의회와 근로자 대표제도가 집단적 노사관계의 주요 행위자로 떠오르고 노동조합은 주변부로 밀릴 수 있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미조직 노동자 이해 대변과 노동자 내부 격차 해소에 초점을 맞추는 연대주의적 노동운동은 집단적 노사관계의 주요 행위자로서 지위와 역할을 지속하기 위한 민주노조의 생존 전략이라는 점이다. 중장기적으로 노동조합이 노동자 내부 격차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단체협약 효력확장과 초기업교섭 촉진 등 연대임금 실현을 위한 구조적 조건 형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과 노동조합의 사회적·사회운동적·공익적 성격을 강화하는 활동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조합원과 비조합원, 조합원과 일반 시민의 이익이 충돌할 때, 우리는 좀 더 큰 공공의 이익을 옹호할 태세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기후위기, 취약계층 연대 등 연대주의적 실천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