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 <PRISM>에서는 노란봉투법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설명을 싣습니다. 감사한 글 보내주신 권두섭 변호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편집자주] |
노란봉투법과 파업권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대우조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파업과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 파업을 계기로 손배가압류 문제가 다시 사회적으로 쟁점화되었다. 대우조선 사내하청 노동자 파업에 대하여 47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하였고(파업 당시에는 무려 8천억원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대우조선측은 주장하였다.[필자주]) 하이트진로 파업 당시에도 27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대우조선 사내하청 파업은 용역, 하청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노동3권을 행사하는 것이 막혀서 발생한 것이었고, 하이트진로 파업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파업을 하였으나, 노동3권 자체가 부정당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진짜 사장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서 이들의 파업권 행사는 아주 쉽게 이른바 불법행위가 되었고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노란봉투법에서 첫 번째로 들어가는 내용이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 즉 노동3권이 온전히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야 위와 같은 사례의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1999년 특수고용 노동자들인 재능교사노조가 설립되었으나, 이내 곧 검찰, 법원에서 노조가 부정되었다. 20년이 시간이 흘러 2018년 대법원은 학습지 교사도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연이어 방송연기자, 홍익매점, 카마스터 사건에서 대법원은 노조법상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보다 더 넓고 특정사업주에게 주로 소득을 얻거나, 전속될 필요도 없다고 보는 등 진전된 판단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하이트진로 사례에서 보듯이 노동부에서 설립신고를 받거나, 대법원까지 가서 노동자성을 인정받아오기 전에는 위 판례를 적용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노조를 결성하고 파업을 하는 과정에서 사측은 배차제한, 계약해지, 대체운송투입 등 현행법상 부당노동행위와 불법대체근로를 하였지만, 노동부, 검찰은 노동자가 아니라, 개별 운송사업자로 취급하여 노조법을 적용하지 않았다. 그 사이 노조의 파업은 무력화되었다. 노란봉투법은 그래서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한 사람은 노조법상 노동자로 추정하는 조항을 둘 필요가 있다. 여기서 노조는 꼭 설립신고를 받은 노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또 최근에 있었던 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 사건, LG 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건,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 파업, 대우조선 사내하청 노조 파업은 모두 실질적인 사용자인 원청이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서 발생한 사건들이다. 힘도 없는 하청, 용역업체에게 사용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이미 2010년 대법원이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사건에서 실질적 지배력설을 채택하여 원청인 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조법상 사용자라는 판단을 한 적도 있다. 노란봉투법에는 이런 판례를 반영하여 이른바 사내하도급 형태인 경우에 원청 사업주는 구조적으로 사용자 지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노조법상 사용자로 간주한다. 그리고 노동조합과 관계에서 상대방의 지위에 있는 자는 사용자로 보도록 하고, 노동조건, 수행업무 또는 노조활동 등에 사실상의 영향력이나 지배력을 행사거나, 보유하고 있는 자라면 사용자로 보는 것이다. 한마디로 하면 진짜 사장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온전하게 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원청을 상대로 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활동과 파업이 이른바 불법행위가 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노란봉투법을 이야기하면 늘 듣는 반론이 불법파업을 해서 손해를 입혔는데도 손해배상 청구를 못하게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 위헌이다. 이런 이야기를 한다. 언뜻 들으면 그럴듯하다. 그런데 한국에서 노동자들이 하는 파업이 왠만하면 불법파업이 되는 것이 현실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부분의 파업이 이른바 ‘불법파업’이 되는 현실을 우선 바꾸어야 한다.
쌍용자동차 파업은 정리해고가 문제가 되었고 처음부터 불법파업으로 규정되었다. 파업이 불법으로 규정되면 교섭으로 해결될 문제도 안된다. 불법파업의 위험 때문에 파업에 못들어갈 것이라는 생각,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불법파업을 빌미로 대대적으로 탄압하여 이참에 노조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생각을 사용자들이 하기 때문에 그렇다. 파업권만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단체교섭권, 단결권 등 노동3권 자체가 무력화되는 것이다.
정리해고, 구조조정 등 노동자들의 권리,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한데도 법원은 이른바 ‘경영권’ 논리를 내세워 목적상 정당성을 부정하고 있다. 단체협약 위반, 해고자 복직 문제도 얼마든지 단체교섭에서 다룰 수 있어야 함에도 이를 넣으면 권리분쟁이라고 하여 또 불법이라고 한다. 100여개가 넘는 단체협약 조항이나, 단체교섭 과정에서 노조가 대화를 하고자 하는 사항들 중에 혹 이렇게 걸리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빌미로 불법파업을 만들기가 쉽다.
그래서 노동쟁의 정의 조항을 개정하여 정리해고, 사업재편 등 노동자의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들, 권리분쟁, 그리고 나아가 노동자들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라면 이를 이유로 파업을 했다고 해서 불법파업으로 규정되는 것을 개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노조법 제3조 개정이다. 노동3권은 헌법에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고, 노조법 등 법률이 없어도 직접 사용자 등 제3자에게 효력을 미치는 권리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대법원도 동일한 취지로 이를 확인한 바 있다. 즉 ‘노동3권은 법률의 제정이라는 국가의 개입을 통하여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법률이 없더라도 헌법의 규정만으로 직접 법규범으로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체적 권리라고 보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대법원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전원합의체 판결 [필자주])
헌법에 의한 쟁의행위 등이라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원칙을 명시해야 한다. 그리고 쟁의행위 기타의 행위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등 불법행위로 발생한 경우에는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노동조합 이외에 개인, 신원보증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제한해야 한다.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거나 근로자를 괴롭히기 위한 수단으로 소를 제기하거나 가압류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소권 남용으로 보아 각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폭력이나 파괴행위 등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고 절차, 목적 등이 문제가 된 경우에도 노무제공 거부 자체로 인해 발생한 손해는 제외해야 한다. 노무제공 거부는 결근이고, 이를 집단적으로 하는 것일 뿐이다. 그것이 무단결근이 되어 징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다시 막대한 손해배상 청구의 위협에 놓여 있다면 노동3권 행사가 무력화된다. 결근을 하면 무노동 무임금으로 임금을 못 받는 것에 그치면 될 일이다. 이런 평화적인 파업에 대하여도 손해배상 청구를 가능하다고 하면 그 위협에 못이겨서 강제로 근로를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일반 민사법 법리를 그대로 노동법에 적용하면 안되고 노동법에는 그에 맞는 법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소송 절차내에서 쟁의행위에 이르된 경위나, 재정상태, 생계비 등을 고려하여 필수적으로 감면 여부를 판단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노란봉투법은 저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불법파업’을 없애고 헌법에 기초한 정당한 파업권을 회복시키자는 법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헌법상 노동3권을 회복시켜 모든 활동이 불법이 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법이다. 애초에 불법파업도 없었거니와, 그동안 사용자들이 손해배상제도를 노조 무력화에 악용해 왔기 때문에, 그로 인한 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버려야 했고 노동기본권이 억압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더 이상 노동3권이 손해배상의 위협앞에서 무력화되는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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