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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진보] 몸에 좋은 음식 이전에 소식(小食)을

이장규 회원님의 <건강과 진보> 입니다. 이번 글은 왠지 저를 저격하는 것 같습니다 ㅠㅠ [편집자주]

 

몸에 좋은 음식 이전에 소식(小食)을

 

이장규

평등사회노동교육원 경남 회원, 한의사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 알려진 각종 식품들을 일부러 찾아먹는 사람들이 많다. 꼭 식품류가 아니더라도 각종 건강기능식품이나 영양제 등도 꼬박꼬박 챙기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기후위기나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 등을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역으로 포화지방이나 나트륨 등 몸에 안 좋다고 알려진 성분을 기피하는 경우도 많고, 통풍 등 특정 질환에 피해야 할 음식을 가리는 경우도 많다.

 

이런 노력이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이든 나름대로는 도움이 되거나 의의가 있으므로, 이런 노력 그 자체를 폄하할 이유는 없다. 물론 어떤 경우는 잘못 알려진 정보 내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의 피해를 입기도 하지만, 이것도 그런 정보를 맹신하여 과도하게 복용하거나 지나치게 관련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만 섭취하는 경우라면 사실은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실제로 더 중요한 것은 식품의 종류 내지 어떤 식품이냐라는 것보다도, 섭취하는 총량이라는 사실이다. 몸에 좋다고 알려진 것이라도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 많이 먹으면 총칼로리가 늘어나거니와 이를 처리하기 위한 우리 몸의 각종 활동도 그만큼 늘어난다. 즉 그만큼 세포가 일을 많이 해야 하며 노폐물도 늘어난다. 또한 어떤 종류의 식품을 많이 먹으면 다른 것을 그만큼 적게 먹게 되므로 영양상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도 있다. 영양제 등이라 해도 이 또한 지나치게 복용하면 역시 우리 몸이 이를 처리하기 위해 그만큼 일을 많이 해야 하므로 부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오히려 굳이 몸에 좋으니 안 좋으니 생각지 않고 이것저것 먹더라도 전체적으로 양 자체를 적게 먹는 것이 더 좋은 경우가 많다. 이른바 소식(小食)을 하라는 것이다. 소식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각종 성인병에 대해 가장 효과적인 처방 중 하나이다. 체중이 줄면 혈압이나 혈당치 등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혈중 지질을 줄임으로써 심혈관질환의 위험도 낮춘다. 각종 염증을 줄임으로써 염증으로 유발되는 각종 질환 및 노화를 막는 효과도 있다. 각종 동물실험의 결과에 따르면 소식을 하면 장수하게 된다는 보고도 많다. (다만 이는 아직 사람에게서는 충분히 검증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람에게도 비슷한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법 있으며 그 기전도 나름대로 설명되고 있다. 주로 대사 및 면역 질환에 관여하는 대식세포의 기능을 활성화시킨다는 추적보고가 있다.)

 

결국 좋은 것은 많이 먹고 안 좋은 것은 피한다는 생각보다, 좋은 것이든 안 좋은 것이든 적게 먹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간헐적 단식 등도 결국은 총량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꼭 단식이 아니더라도 하루 두 끼만 먹는 것도 괜찮다. 다만 두 끼를 먹으면서 과식하면 오히려 역효과다.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총량이 중요하므로. 두 끼만 먹기 힘들다면 두 끼를 먹을 분량을 세 끼로 나눠 먹어도 된다.

 

또는 평소 먹는 분량의 80% 정도만 먹는다는 생각을 가지면 좋다.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먹으면 그건 실제로는 과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포만감이 뇌에 전달되는 데에는 일정한 시간이 걸리므로, 그 시간 동안 추가로 먹는 것은 사실은 먹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천히 먹는 것도 총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천천히 먹을수록 과식을 하지 않고서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고 소화흡수에도 도움이 된다. 일할 때만이 아니라 식사 때도 여유를 가지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주의할 것은 당뇨병으로 인해 약을 먹고 있는 사람에게는 지나친 소식은 오히려 권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당뇨병 환자라도 과식은 좋지 않지만 혈당치를 낮추어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소식을 하면 약의 효과와 결합해서 도리어 저혈당 상태가 초래될 수도 있다. 저혈당은 자칫하면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으므로, 당뇨병 약을 먹고 있다면 오히려 적절한 수준에서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적절한 수준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기후위기나 공장식 축산의 문제 역시 꼭 채식이 아니더라도 과소비 내지 성장에 대한 강박만 벗어던지면 상황이 훨씬 개선될 수 있다.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도, 자본주의적인 소비 및 성장 중독에 따른 피해를 입고 있는 지구와 인류를 위해서도, 새해에는 좀 더 적게 먹는 생활을 실천해보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