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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꺼리] 늦깍이 노조 상근자로 살아가기 시즌2_ (2) 교육복지사

이점진 회원님의 <늦깍이 노조 상근자로 살아가기> 시즌2 두번째입니다. 진작에 조직국장으로 승진하셨는데 지난 호 까지 조직부장으로 잘못 썼습니다. 선배님 죄송! [편집자주]

 

교육복지사

 

이점진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세종지부 조직국장

 

교육복지사는 취약계층 학생들의 든든한 지원자로써 학생, 부모 상담, 가정방문 등을 통해 학생을 위한 복지수준 향상과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하는 선생님들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힘들어한다. 상담과 가정방문 등 근무시간이 길어지고 출장을 잦은 직종임에도 이에 대한 복지는 전무한 상태이다.

 

세종교육청의 교육복지사 배치기준은 각 학교 취약계층 학생 20명당 1명이다. 이 배치기준이라는 것이 진짜 웃긴 것이 몇명 당 1명이라는 것은 그 인원을 지원하기 적정인원 이라는 것인데, 예를 들어 초등학교 급식실 배치기준이 150명당 1명이라면 299명일때도 1명이다. 왜냐면 300명이 되어야 2명을 배치할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 부분은 단협에서 정리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교육복지사의 배치기준은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한 학교에 대상학생이 20명 이하인 경우는 교육복지사가 연합형이라 하여 두 곳의 학교에 배치된다. 당연히 관리자(교장)2명이 되어버리고, 지원해야할 학생은 38명에 달한다. 당연히 어느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새로 배치되어 3개월을 버틴 선생님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퇴직을 고려하는 고통을 호소했다. 연합형 폐지를 내걸고 면담을 진행하기로 했다

 

담당사업부서 면담 일정을 잡았다. 분과 단톡방이 난리가 났다. 생전 처음 면담을 진행해야 하는 선생님들은 두려움마저 느끼는 듯 했다. 어느 선생님은 직설적으로 말을 못하겠다고 옛날 얘기처럼 이야기를 지었다. 면담 당일날은 조합원 5명과 면담장소에서 만났는데 한 분이 계속 화장실을 왔다갔다한다 어디 아프냐고 물어보니 너무 긴장해서 장염에 걸렸다고 했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선생님들에게 조끼를 입히고 앉아있는데 주무관과 장학사가 와서 한다는 말이 자기네는 책임질 자리가 아니라서 할 말이 없단다. 그럼 이 자리에 왜 나왔냐고 물어봤더니 얘기를 들어줄라고 왔단다. 이것들이 미쳤나? 고성을 지르며 책임자 데려오라고 아니면 교육감 만나러 간다고 했더니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잠시후 장학관(사무관)을 데려왔는데, 우리를 보더니 첫 마디가 선생님들 웬일이야? 이건 무슨 조끼를 입은거야?” 한다. 내가 대뜸 그럼 다 벗고 할까요? 했더니 조용히 앉는다.

 

그런데 얘기를 계속하면서 자꾸 존댓말 반말을 섞어서 사용하는데 1차 빡침

우리 조합원들의 떨리면서 약간 사정하는 말투에 2차 빡침

더 이상 참을수가 없어서 이봐요 혀가 반토막입니까? 왜 자꾸 반말을 해요? 사측과 노측의 공식적인 면담자리이니 상호존중하며 존댓말을 사용하세요. 아니면 그냥 말 까고 얘기할래?” 했더니 멍~하니 쳐다보다가 ~” 한다. 연합형 폐지는 자기들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학운위에서 먼저 논의를 진행한다느니 계속 거부를 한다. 한참을 싸우다가 대책을 마련하기로 하고 1차 면담을 마무리하였다.

 

면담을 마치고나니 선생님들은 새로운 경험을 했단다. 이제는 학교에서도 문제가 생기면 당당히 말해야겠단다. 울 국장님 짱!!! 멋있단다. 그래 난 당분간은 멋진 조직국장이어야 한다. 선생님들 스스로 멋진 노동자가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후 몇 차례 면담투쟁 끝에 연합형은 폐지되었고 지난 9월부터 선생님은 한곳에서만 근무한다. 가끔 선생님한테 카카오톡으로 선물이 온다. 맛난 것 드시고 울 멋진 국장님 힘내시라고...

 

내가 이맛에 조직국장 역할을 더 열심히 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