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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꺼리] 브라보 마이 개고생 라이프_(10) 귀요미 4차원 소녀 ‘송이’ 이야기 ②

이번 호 <개고생라이프>는 지난 9편이 아닌 지지난 8편(링크)와 이어집니다! [편집자주]

 

귀요미 4차원 소녀 ‘송이’ 이야기 ②

 

송기애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인천 회원

 

지지난 호에서 얘기했던 송이에 대한 이야기 두 번째.

 

극단적으로 겁이 많은 송이와 새로 생긴 동생이 싫은 난이. 난이가 송이를 싫어하는 이유는 많았다. 대소변을 전혀 가릴 줄 몰랐던(지금도 잘 못가림) 송이는 아무 데나 똥오줌을 싸고 그걸 밟고 다녔는데, 깔끔쟁이 난이는 똥싸개 송이를 싫어했다(난이는 나중에 하니가 왔을 때도, 하니가 분리된 방안에서 똥을 싸면 하니의 방문 앞까지 쫓아와서 화를 냈다. 그런데 웃긴 건 난이도 처음에 그랬다는 거...-.-).

 

 

송이는 처음에는 난이오빠를 무서워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난이를 따르게 돼서, 난이가 귀찮은 티를 팍팍 내도 죽어라고 오빠를 따라다녔다. 난이는 그것도 싫었다. 송이는 원래 성격도 겁이 많은 데다가 길생활을 할 때 해코지를 많이 당하고 특히나 보호소로 잡혀갈 때 폭력적인 포획 방법 때문에 큰 트라우마가 생긴 듯하다. 그래서 조그만 일에도 빽빽 소리를 지르곤 했는데(특히 목에 무언가가 닿는 걸 아주 공포스러워 한다), 강아지 세계에서 그런 표현은 약한 개체라는 인식을 줘서 다른 아이들의 공격을 받는 빌미가 된다. 송이가 무섭다고 빽빽 거리는 걸 난이도 무척 싫어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난이가 송이를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엄마의 사랑을 나눠야 된다는 것이었다.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집안에 새로운 강아지를 들일 때는 보호자는 모든 순간을 조심해야 된다. 송이가 집에 올 당시 병휴직 중이었던 나는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항상 아이들을 주시했다. 꼭 외출을 해야될 때는 난이와 송이를 안전문으로 분리해놓고 외출을 했다. 밥도 각자의 방에서 따로 먹였다.

 

그렇게 조심조심 두달이 지났고, 나는 처음으로 아이들을 분리하지 않고 두시간 정도 외출을 하고 돌아왔다. 난이와 송이가 나란히 침대에 앉아있었다. 나가서도 내내 불안했던 나는 안심을 했다. 그런데 침대에 다가간 순간 나는 너무 놀라고 말았다. 여기 저기 피가 떨어져 있었다. 놀라서 송이를 쳐다본 나는 송이의 눈위가 찢어져서 피가 나고 있는 걸 발견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빽빽 거리면서 도망다니는 송이를 간신히 잡아서 병원으로 내달렸다.

 

송이는 마취하고 눈 위를 꿰맸다. 심장사상충 치료 중에는 마취를 하면 안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상처로 봤을 때 난이가 송이를 공격하려고 했다기보다는 짜증나서 왕! 한번 했는데 송이의 눈위 약한 피부에 이빨이 걸려서 찢어진 것 같다고 했다.

 

 

강아지는 나쁜 행동을 했을 때 그 자리에서 바로 혼내지 않으면 혼내는 게 소용이 없다. 왜 혼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알아듣지 못하는 난이를 혼낼 수도 없으니 내가 더 조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사고는 전적으로 보호자의 잘못이다.

 

훈련사님을 모셔서 집안 환경을 점검하고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 내가 교육을 받았다. 훈련사님은 아이들의 성향을 봤을 때 우연히 일어난 사고일 뿐, 앞으로 큰 사고는 없을 거라고 했다. 그렇지만 그 뒤로 몇 달간 나는 맘 편히 외출하지 못했다. 게다가 하니까지 집에 오면서 나의 외출은 점점 더 어려워졌고,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술먹는 걸 좋아하던 나는 첫째 둥이의 투병과 다른 아이들의 입양을 거치면서 완벽한 집순이의 삶을 살게 됐다.

 

 

아주 천천히, 아이들이 서로에게 적응하면서 큰 사고 없이 시간이 지났다. 집에 온 지 2. 쫄보 송이는 방구석 여포가 됐다. 포매라니안 믹스인 쪼꼬미 송이는 자기보다 덩치가 두 배도 넘게 큰 진도 믹스 순둥이 하니를 이겨먹는 건 물론, 세 배나 더 큰 니모까지(2~3화에서 얘기한 미쿡으로 입양간 아이) 성질머리로 이겨먹었다. 물론 니모는 송이가 무서워서 그런 게 아니라 하찮아서 봐준 거지만 송이는 그걸 모른다. 자기가 무서운 줄 안다.

 

순한 하니한테는 난리지만 송이는 밖에 나가면 여전히 극강의 쫄보여서 용품점에만 데려가도 너무 무서워서 숨을 쉬지 못한다. 송이 혀가 보라색으로 변하면 난 송이가 기절할까봐 황급히 아기차에 태워서 돌아온다. 병원에서도 아주 유명견이다. 무서워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침을 뱉고 똥오줌을 싸고 난리다. 마취를 하지 않으면 진료가 불가능하다(슬프게도 난이도 그렇다...). 아직 산책은 꿈도 못꾼다. 아기차로 외출연습을 하려면 집안에서 추격전을 해야 간신히 잡을 수 있다. 잡히면 무서워서 똥오줌을 싼다. -.-

 

 

사람 피해다니기, 많이 부족한 눈치, 오두방정, 화나면 침뱉기, 아무데나 똥오줌 싸기, 잔소리 해도 귓등으로도 안듣기, 4차원의 종잡을 수 없는 성격, 만만한 아이한테만 성질내기, 빽빽 소리 지르기, 목욕 안하기 등등 단점투성이인 송이. 그러나 그 모든 단점을 단숨에 이겨버리는 극강의 엉뚱발랄 귀여움, 그것이 송이의 매력이다.

 

송이는 어제 1년에 한 번 하는 정기건강검진과 스케일링을 했다. 2년 전에 매우 아픈 상태로 집에 온 송이는 수술과 치료를 잘 이겨내고 이제 아주 건강한 아이가 됐다. 빼빼 말랐던 송이는 비만 판정을 받고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그리고 더더더더더 귀여워졌다.

 

 

부평똥CINE SF미니시리즈. 4차원 행성에서 온 외계소녀 송이.

2. 낯선 지구별 생활, 위기의 송이공주. https://youtu.be/tJxHt0N51Sg

 

 

이곳에서 https://www.youtube.com/c/dungnansong 아이들의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