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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꺼리] 브라보 마이 개고생 라이프_(12) 힘을 내요, 난이씨

오늘도 귀여운 댕댕이들이 나오는 <개고생랑프> 입니다. [편집자주]

 

힘을 내요, 난이씨

 

송기애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인천 회원

 

난이는 아주 예민한 아이다. 예민한 아이를 키우는 건 힘든 게 사실이지만, 학대 트라우마를 앓는 난이를 생각하면 난이가 그렇게 예민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고 짠하기까지 하다.

 

첫째 둥이와 마찬가지로 난이도 전혀 짖음이 없는 아이였다. 그런 난이가 요새는 많이 짖어서, 아파트에 사는 나는 항상 걱정이 많다. 난이는 나와 같이 안전한 집에서 사랑 받으면서 산 지 6년하고 5개월이 됐지만 과거의 기억을 다 떨치지 못해서 아직도 겁이 많고 깜짝깜작 잘 놀란다.

 

보통 겁이 많은 아이들이 자기한테 다가오지 말라고, 나 무서운(?) 강아지다라는 표현으로 짖곤 하는데, 난이는 겁은 많지만 그걸 짖음으로 표현하지도 못하고 그저 구석에서 무서워하는 아이였다.

 

 

난이의 짖음이 생기기 시작한 건 동생들이 생긴 이후다. 둥이가 천국으로 돌아가고 한동안 실의에 빠져있던 난이는 1년 반정도를 외동으로 사랑받으면서 살았다. 그런데 작고 몸과 마음이 아픈 동생 송이가 오고 조금씩 짖음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하니가 온 후로는 본격적으로 짖기 시작했다.

 

아무 때나 쓸 데 없이 짖는 건 아니고 집에 낯선 사람이 들어올 때만 짖는다(초인종이 울리면 낯선 사람이 들어온다는 것을 알아서 초인종 소리가 날 때도 짖는다). 일단 들어와서 앉으면 또 안전하다고 생각하는지 짖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요새 난이의 짖음이 예전과 다르다는 걸 발견했다. 전에 난이는 송이가 빽빽거리면(극심한 쫄보인 송이는 무서움을 느끼면 비명을 지른다) 송이에게 조용히 하라고 화를 냈는데, 요새는 엄마가 송이를 잡기 위해 따라다니면 송이와 엄마 사이에 끼어들어서 엄마를 보면서 짖는다. 송이 괴롭히지 말라고... 허참...

 

하니는 외출을 무서워해서 아기차에 태울 때마다 무서워서 몸부림을 치면서 똥오줌을 싼다. 난이는 하니가 처음 왔을 때는 똥오줌을 싸는 하니에게 화를 냈는데, 요새는 엄마를 보면서 하니를 그냥 놔두라고 짖는다. 그리고 삼촌이 와서 움직이면 엄마를 괴롭힌다고 생각하는지 엄마를 등뒤에 두고 삼촌을 향해서 짖는다허허... 쪼꼬만 게...

 

 

우리집 쫄보들 중에서 그나마 제일 용감한 난이는 아프고 약한 동생들을 지키고있다. 엄마의 사랑을 빼앗아가는 눈엣가시같은 동생들이지만 동생들과 가족이 된 지 몇 년이 지나면서 이제 약한 동생들을 자기가 지켜야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놀자고 들러붙는 송이를 귀찮아하고 하니랑도 절대 놀아주지 않는 무뚝뚝하고 시크한 난이지만 귀찮은 건 귀찮은 거고 또 지켜야 할 건 지키는 난이. 난이도 겁이 많은 성격임을 감안하면 난이로서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무서움을 감내하면서 큰 용기를 내고 있는 것이다.

 

 

강아지의 짖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다만 한국에서 반려견들은 대부분 공동주택에서 살아야되기 때문에 강아지가 헛짖음을 하지 않도록 교육한다. 나도 혹시나 난이가 짖을까봐 항상 신경을 쓰고, 내가 집에 없을 때 누가 벨을 누를까봐 걱정이다.짖지 못하게 하는 것, 난이의 입장에서는 무척 이상한 일일 것이다.

 

하니가 오고 나서 심한 스트레스로 원형탈모까지 생겼었지만 이제는 가족 지킴이가 된 난이열 살 추정인 난이는 몇 년만 더 지나면 기운이 없어서 더 이상 가족을 지킬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이것 저것 지킬 것이 많아서 피곤하고 힘든 난이. 난이의 피곤한 삶이 안쓰러우면서도 응원하게 된다.

 

힘을 내요, 난이씨!

 

 
 

[견생극장] 1. 속상한 난이씨는 옛날이 그립다. (2021.09.14.) https://youtu.be/7NxiS7urVeI

이곳에서 https://www.youtube.com/c/dungnansong 아이들의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