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로 바쁘신 와중에도 마감해주신 편집자의 귀인.. 송기애 선배님께 큰절 올립니다. [편집자주] |
장애를 가진 대형견 하니(의 보호자), 그 고달픈 삶
송기애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인천 회원
1-1) 하니는 대형견이다.
1-2) 하니는 장애를 갖고 있다.
2-1) 한국에서 대형견을 기르는 건 힘들다.
2-2) 한국에서 장애견을 기르는 건 힘들다.
결론 : 한국에서 하니를 기르는 건 무척, 아주, 매우 힘들다.
얼마 전에 아주 유명한 동물 외과전문병원에 하니를 데리고 갔었다. 원장님 예약을 하려면 최소 3개월에서 6개월까지 대기를 해야되는, 아주 유명하고 큰 병원이다. 다행히 우리 하니 재활치료를 하고 있는 병원에서 그쪽에 진료 의뢰를 해주셔서 두달 대기 후에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새벽부터 서둘러서 분당까지 갔는데 들어갈 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병원은 엄청 크지만 출입문이 코딱지만해서 하니의 아기차가 들어갈 수가 없다. 그 큰 병원의 출입문은,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우리동네 작은 동물병원의 출입문과 크기가 같았다. 소형견을 기준으로 만든, 폭 80cm 높이도 80cm쯤 되는, 어느 병원에나 있는 비슷한 크기의 안전문. 하니의 아기차를 밖에 세워놓고 17kg 하니를 안고 안으로 들어갔다.
작은 테이블만 잔뜩 있어서 하니가 앉을 곳이 없다. 데스크에 하니를 데리고 앉아있을 곳을 문의하니 검사용 소파가 있는 방으로 안내해준다. 진입과 대기, 모두 하니에겐 힘들다. 진료도 보기 전에 하니와 나는 벌써 지쳐버렸다. 도대체 이 큰 병원에서 왜 이렇게 문을 코딱지만하게 만든 것인지 화가 났다. 이곳이 아니더라도 나는 하니의 아기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을 단 한 군데도 본 적이 없다.
“진도 대형견이고 장애가 있는데 유치원에 갈 수 있나요?”
“장애 있는 아이는 안됩니다”
몇 곳의 유치원과 호텔에서 똑같은 거절의 말을 들었다.
개농장에서 태어나서 사회성을 전혀 기르지 못한 채 극단적 쫄보가 된 하니는 자주 밖에 나가고 친구들과 사람들을 만나야 사회성을 기를 수가 있는데, 걸을 수 없어서 친구들과 대면하는 산책도 할 수 없고 유치원이나 호텔, 애견카페에서도 받아주지 않아서 더더욱 고립된 삶을 살고 있다. 하니에겐 그저 집과 엄마, 난이오빠, 송이언니가 세상의 전부이다.
하니의 아기차가 고장났다. 아기차에 태우면 무섭다고 난리치는 하니의 발톱 공격으로 주먹만한 구멍이 뚫린 지는 한참 됐지만, 대형견 아기차는 워낙 비싸고 국내에서는 구하기도 힘들어서 그냥 타고 다녔는데 브레이크가 고장나는 바람에 더 버티지 못하고 새차를 구입하게 됐다. 인천에서 용인까지 갔다왔다. 하니는 아기차가 없으면 외출을 할 수 없는데, 대형견 아기차를 파는 곳은 거의 없다. 그나마 용인에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이 나라의 거의 모든 강아지 관련 시설은 소형견 그리고 장애가 없는 강아지를 기준으로 만들어져있다. 사람은 장애인을 차별하지 말라고 법의 규정에라도 있지만(실제로 어떻든간에), 장애견은 그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개인적인 측은지심에 기댈 뿐이다. 나는 예전에 몇 번에 걸친 다리 수술과 오랜 재활을 거치면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장애가 없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설계되고 돌아가는지, 그것이 얼마나 당연하고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절감했었다.
지금은 하니의 보호자로서 한국사회에서 대형견이자 장애견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하니에 관한 모든 일은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보호자인 내가 직접 해야된다. 어느 곳에서도 받아주지 않고 누구도 내 일을 대신 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적잖이 지쳤다. 언제쯤 우리나라도 독일 등 동물권이 높은 나라처럼 장애견도 대형견도 자유롭게 다니고 다같이 어울려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나라가 될까...
‘발전’은 누군가의 고단함과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 나와 하니의 고달픈 생활과 울분, 노력이 동물권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것이라 철썩같이 믿고 싶다.
※[하니, 걷자] 재활기록⑧ 세상밖으로 https://youtu.be/4IPISOcZei0
※이곳에서 ☞ https://www.youtube.com/c/dungnansong 아이들의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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