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애 회원님의 강이지 일기입니다~ [편집자주] |
강아지 유치원과 펫숍
송기애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인천 회원
난이랑 송이는 두달전부터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엄마도 못 다녀본 유치원. 송이가 집에 온 지 2년이 넘었지만 극단적 겁쟁이인 송이는 목줄과 리드줄에 대한 두려움이 너너 커서 아직 산책을 나가지 못한다.
언제까지 집에서만 살게 할 수는 없어서 다른 사람과 다른 친구들을 만나며 사회성도 기르고 외출이나 외부활동에 대한 무서움도 없애기 위해서 큰맘 먹고 유치원엘 보내기 시작했다. 밖에 나가면 극심한 무서움 때문에 혀가 파랗게 질리는 송이, 혹시나 무서워서 호흡곤란이라도 올까봐 의지할 난이오빠를 같이 보냈다.
난이도 매일 엄마를 따라서 가게에 나가느라고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어서 유치원에서 좀 쉬게 할 필요가 있기도 했다.
난이는 트라우마 때문에 너무 예민한 성격이라서 야외 운동장이 있는 큰 유치원에서 거절 당한 경험이 있는데 다행히 새로 문을 연 유치원에서 받아줬다. 장애가 있는 하니는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
바로 집 앞에 새로 문을 연 댕댕이 유치원. 주1회~주5회까지 정원 내에서 등록할 수 있고, 8시부터 등원을 시작해서 10시가 되면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표가 있는데, 각종 놀이 시간, 교육 시간, 간식 시간, 낮잠 시간 등 사람 유치원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주 소심하거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은 일정 기간 분리해놨다가 천천히 함께 놀게 한다. 너무 사납고 공격적인 아이는 입학이 거절된다.
하원은 저녁 8시30분까지, 주말에는 일일 학교를 보낼 수 있다. 이 곳은 스쿨버스는 운행하지 않는데, 스쿨버스를 운행하는 강아지 유치원은 집앞에서 스쿨버스를 기다리는 어린이집 등원 풍경과 똑같다. 보호자들이 강아지를 안고 기다렸다가 스쿨버스에 태워서 아이를 등원시킨다. 아이들은 유치원 단체 가방에 좋아하는 간식, 기저귀 등 각자의 짐을 챙겨서 등원한다.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낯선 일이겠지만, 댕댕이 유치원의 정원은 오픈하자마자 다 차버렸다. 거의 ‘오픈런’이었다. 나도 인테리어 공사할 때부터 문의를 했었으니까 ㅋ 나처럼 아이의 사회성을 위해서 보내는 사람, 출근하면 혼자 있는 아이가 안타까워서 보내는 사람, 보호자도 쉴 시간이 필요해서 보내는 사람, 남들 하니까 하는 사람 등 다양한 이유로 강아지 유치원을 이용한다. 비용은 적지 않게 든다. 일주일에 며칠 보내느냐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어쨌든 돈이 있어야 보낸다. 보호자들은 아이들을 위해서 많은 돈을 기꺼이 지불한다.
불황 속에서도 새로 문을 여는 매장들은 반려동물 관련 업종이 가장 많다고 한다. ‘애완’이 아니라 가족으로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반려동물에게 아낌없이 돈을 쓰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반려가구가 늘어나면서 버려지는 동물들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울 준비도 안된 사람들이 펫숍에서 공산품 사듯이 생명을 쉽게 사고 귀찮아지면 쉽게 버린다. 동물 유기나 학대에 대한 처벌도 너무 약하고, 그런 법마저도 거의 적용하지 않는 게 현실이니 사고 버리는 게 일상 다반사이다. 동물 유기나 학대가 범죄라는 인식조차 없는 사람도 많다.
난이는 엄마랑 떨어지면 불안해하는 분리불안이 있지만 친구들을 좋아해서 그럭저럭 잘 적응한다. 그렇지만 저녁때 엄마가 데리러 가면 어디 갔다 왔냐고 울고 불고 난리다. 송이는 처음에는 극강의 쫄보답게 하루 종일 벌벌 떨면서 난이 오빠만 졸졸졸 따라다녔는데 요즘엔 조금씩 난이와 떨어져서 잠도 자고 할 일을 한다고 한다. 그래도 여전히 쫄보여서 아직은 유치원 선생님들이 쉽게 잡을 수 없다.
그래도 송이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하니까 어떤 분이 이런 말을 했다. “아이들도 학교에 들어가면 갑자기 어른스러워지는데 송이도 마냥 천방지축 애기같더니 이제 조금씩 철이 들려나봐요” 사람이나 강아지나 똑같다. ㅋ
※이곳에서 ☞ https://www.youtube.com/c/dungnansong 아이들의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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