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편집과정에서 한 부분이 통째로 누락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의도적으로 편집한것처럼 딱 한 파트가 누락되어서, 필자님께서 그 부분을 더 구체화해서 써주셨습니다. 양해해 주시고 편집자의 사고를 대신 수습해주신 송기애 선배님 사랑해요 [편집자주] |
사고 팔고 버리는 것까지 몽땅 '산업화'
(변종) 펫숍, 번식장, 경매장.
송기애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인천 회원
지난달 브.마.개 14호에서 요새 문제가 되고 있는 신종(변종/사기) 펫숍을 잠시 언급했었는데 그 부분이 편집과정에서 누락된 걸 뒤늦게 발견했다. 그래서 이번호 앞부분에 지난번에 누락된 내용을 추가하다가 아예 관련 내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쓰기로 했다. 혹시 강아지를 기를 생각이 있는 분들은 꼭 읽어보시기를 바란다.
지난 3월에 양평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양평 시골의 한 노인 집에서 개 사체와 유골 1천3백여구가 발견됐다. 이 노인은 2~3년 전부터 강아지들을 이곳에 버리는 조건으로 돈을 받고 ① 강아지 번식장에서 발정제를 맞고 평생 강제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다가 나이가 들거나 아파서 더 이상 새끼를 낳는 게 불가능해진 모견,부견들 ② 펫숍에서 예쁘지 않거나 개월 수가 많아서 팔리지 않은 강아지들 ③ 사람들이 반려동물로 키우다가 버리는 강아지들을 받아서 가두어놓고 먹이를 주지 않고 방치해서 굶겨 죽였다.
발견 당시 이곳은, 이빨로 철창을 뜯다가 그대로 죽은 강아지의 모습이 박제되어 있기도 했고 굶주린 다른 개에게 뜯어먹힌 사체들, 마당과 철창, 고무통 안에 아무렇게나 널려서 썩은 사체들이 산더미를 이룬, 지옥과도 같은 너무나 끔찍한 모습이었다.
이 끔찍한 일을 저지른 노인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 3년을 선고받았는데, 이는 동물보호법 위반의 법정 최고형이다. 동물학대의 최고형이 3년이란 것과 이런 솜방망이 형량마저도 지금까지 선고된 적이 없었다는 것이 매우 슬프고 분노가 치밀긴 하지만 아무튼 이 노인은 며칠 전에 있었던 2심에서도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또한 이 노인에게 돈을 주고 개를 버린 번식장 업주 32명도 공모 혐의로 송치됐다. 이 번식장들은 경기도에서 강원도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이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가장 큰 원인은 ‘펫숍’이다. 펫숍에서 진열하고 파는 강아지들은 업자들에겐 ‘생명’이 아닌 그저 ‘물건’이다. 그 물건은 작아야되고 어려야되고 예뻐야된다.
죽지 않을 만큼만 사료를 줘서 강아지가 크지 못하게 하고(예전에 한참 유행했던 소위 ‘티컵 강아지’는 작게 태어난 아이들이 아니라 대부분 굶겨서 자라지 못하게 한 아이들이다), 성견티가 나기 시작한 아이들은 더 이상 상품의 가치가 없기 때문에 매장에서 ‘뺀다’. 매장의 작은 플라스틱 전시장에서 스트레스에 무방비로 노출되어서 살다가 밀려난 강아지들은 번식장으로 보내지거나 길바닥에 버려지거나 개를 ‘처리’ 해주는 전문 처리업자에게 가거나 개농장 또는 도살장으로 끌려간다. 더러는 강아지 관련 매장의 마스코트 역할로 갔다가 매장이 문을 닫으면 버려지기도 한다. 예쁘지 않은 아이들의 운명도 별반 다르지 않다.
펫숍은 강아지 공장(번식장)과 경매장에서 ‘물건’을 사온다.
번식장은 펫숍에 팔기 위해서 더럽고 비좁은 뜬장에 아이들을 가두어놓고 평생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게 한 후 쓸모가 없어지면 도살장에 팔거나 버린다. 경매장에서 팔리지 못한 강아지들도 같은 운명을 맞는다. 주로 식용을 목적으로 강아지를 번식시키는 개농장의 아이들도 더럽고 극한 환경에서 구더기가 끓는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살다가 이런 저런 질병에 걸린 채로 도살되는 끔찍한 최후를 맞는다. 우리 ‘하니’를 구조했던 개농장에서 같이 구조된 임신견은 근친교배로 새끼를 가져서 네 아이 중 두 아이가 치명적인 뇌질환을 갖고 태어나기도 했다. 하니의 다리 장애도 어떤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다.
비록 빙산의 일각 수준이지만 끔찍한 번식장의 환경과 펫숍의 문제점이 조금씩 언론에 보도되면서 펫숍에 대한 인식은 예전같지 않다. 펫숍에서 강아지를 사오는 행위가 강아지 공장을 번창하게 하고 유기견을 양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인식의 변화를 재빠르게 간파해서 새롭게 돈벌이를 하고 있는 악덕 업자들이 있다. 바로 보호소를 가장한 변종(신종/사기) 펫숍이다. 포털이나 유튜브에서 광고하고 있는 ‘안락사 없는 보호소’는 100% 변종 펫숍이다.
이들은 번식장이나 경매장에서 사온 강아지를 판매하면서 유기견 강아지라고 속이거나, 보호소를 운영하기 위해서 강아지를 판매하는 거라고 거짓말을 한다. 또 키우기 어려워진 강아지를 데려오면 입양을 보내주겠다고 광고 하고는 반려견을 버리는 사람들에게서 큰 돈을 받고 강아지를 데려온다. 견주는 자기가 강아지를 버린 게 아니라고 자위를 하지만, 이 아이들은 입양을 가는 게 아니다. 비싸게 팔 수 있는 극히 일부의 예쁜 품종견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방치되다가 도살장으로 팔려가거나 동물처리업자 등에게 넘겨져서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 키우던 강아지를 버린 비정한 주인은 비싼 돈을 주고 강아지를 죽인 것이다.
강원도에서 이런 식으로 돈을 벌던 펫숍 주인이 장사가 잘 안됐는지 강아지들을 그대로 두고 도망을 가버려서 굶주림에 방치된 많은 강아지들이 아사 하거나 아사 직전에 구조된 일도 있었다. 할머니를 섭외(?)해서 ‘가정집에서 낳은 아이를 분양한다’고 속여서 집에서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 보호소라고 사기치는 판매 업자들이 하두 많다 보니까 이젠 대놓고 하는 ‘펫숍’이 차라리 양심적으로 보일 지경이다.
나는 강아지 관련 작은 매장을 하나 운영하고 있는데, 매장을 이용하는 손님 중에서 유기견을 입양하거나 구조한 보호자가 있으면 작게나마 지원을 해준다.
그런데 변종 펫숍에서 강아지를 사오고는 유기견보호소에서 데려왔다고 믿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 손님이 보호소에서 데려온 아이라고 하면 어디 보호소인지 물어보고 인터넷으로 확인하는데, 변종 펫숍이 조금씩 알려지다보니까 아예 지자체 보호소의 공고번호나 사설보호소의 입양 홍보처럼 양식을 만들어서는 판매하는 사기업체까지 있는 것을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예쁜 아이는 사오고 싶고, 펫숍은 주위 사람들 시선이 안좋고 하니 그런 곳에서 아이들을 쇼핑하는 사람들도 문제다. 생각을 조금이라도 해보면, 소위 ‘보호소’라고 하는 곳에서 어떻게 그런 어린 강아지들이 끝도 없이 나오겠는가? 유기견 강아지가 낳은 새끼들이 어미와 같이, 또는 어미를 잃고 아가들끼리 보호소에 오는 일은 더러 있지만 흔하지는 않다. 임신견을 구조해서 보호소에서 새끼를 낳는 경우도 많지 않다. 그런데 수많은 어린 강아지들이 계속해서 들어오는 보호소라니, 이상하지 않은가.
도시에서는 마당이 없는 공동주택에서 사는 인구가 대다수인 관계로 작은 아이를 선호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놈의 어리고 예쁜 게 도대체 뭐라고 이렇게 사기치고 당하면서까지 생명을 사고 파는걸까?
동물을 팔고 사는 펫숍과 펫숍에 납품하는 강아지공장을 없애고, 반려동물을 키우기 전에 반드시 관련 교육을 이수하게만 해도 한국의 유기견의 숫자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쉽게 살 수 있으니까 쉽게 버리고, 아무에게나 쉽게 팔 수 있으니까 펫숍과 번식장이 늘어난다.
끝없이 생산되고 매매되는 강아지, 생명을 물건처럼 샀다 버렸다 반복하는 책임감 없는 인간들, 유기를 부추기는 악덕 업자들, 그리고 식용으로 개를 잡는 불법 도살장에 팔기 위해서 강아지를 번식시키고 기르는 개농장, 이들의 콜라보가 한 해 20만 마리가 넘는 유기견을 발생시키고 있다.
제발 먹지 말고, 사지 말고, 버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곳에서 ☞ https://www.youtube.com/c/dungnansong 아이들의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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