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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꺼리] 눈물의 운동일기_(2)

간만에 돌아온 편집자입니다. (원고가 빵꾸가 나서) 운동일기를 또 한편 써봅니다. 지난 운동일기는 여기(링크)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

 

눈물의 운동일기_(2)

 

예준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서울 회원

 

올 것이 왔다

 

직장을 옮긴 여자친구는 퇴근하고 집근처로 운동을 가는 것에 힘들어하고 있었다. 야근이 잦아 퇴근하고 집에들러 옷을 갈아입고 나면 잠깐 씻을 시간도 빠듯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운동을 아예 회사근처로 옮기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했고, 어차피 회사가 곧 이전할 것이니 옮긴 곳에 가서 찾아보기로 하였다. 이때까진 나의 입방정을 깨닫지 못했다.

 

얼마 후 사무실 이사를 마친 여자친구는 나의 허리가 불치병에 걸렸음을 듣고는 알아보는 김에 운동을 같이 하는건 어떠냐고 제안했다. "같이"라는 말에 머리를 굴려 보았다. 바쁜 여자친구와의 데이트는 주1회 정도인데, 운동을 같이 하면 안정적으로 주2회는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여자친구가 하고 있던 운동은 필라테스였는데, 대충 요가와 비슷한 복장을 하는 것을 보니 요가처럼 명상이나 좀 하는 가벼운 운동일 줄 알았다. 물론 이 것이 잘못된 관념이었음을 깨닫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일단 여자친구 회사 근처의 필라테스 센터를 찾아보기로 했다. 당시는 한 여름으로, 우리는 둘다 더위를 많이 타고 땀을 많이 흘려 샤워시설이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일단 처음 상담을 받으러 간 곳은 샤워시설이 있긴 했으나 남자 샤워장이 고장이라고 했다. 아니 이게 무슨.. 거기다가 15분은 족히 걸어야 하는 거리에 있어 한여름에 거기까지 걸어가는 것도 부담이었다. 일단 패스하고 다른 곳을 가 보았는데, 그곳엔 여자 샤워실만 있고 남자 샤워실은 없었다. 하지만 거리가 가깝고 일단 여자 샤워실은 있다는 조건이 괜찮아 선택하기로 했다. 나는 샤워를 건너편 사우나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정기권을 끊었다.

 

 

잘못했어요

 

처음 만난 선생님은 우리보다는 연배가 있어 보이시는 호리호리한 여성 선생님이었다. 아 저런 분이 가르치시는거면 좀 할만 한가보다..하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이 산산조각 나는데에는 오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일단 기구부터가 중세 고문기구를 떠오르게 하는 것이었다.

 

중세 고문기구처럼 생긴 이것은 '리포머'라고 한다.

 

첫날 나는 운동이 끝나고 제대로 걷지를 못했다. 다리가 후들거려 담배를 겨우 물고서 한발 한발 내딛을 뿐이었다. 세상에 이런 무시무시한걸 하고 있었다니 존경스러운 눈으로 여자친구를 쳐다봤지만, 여자친구도 힘들어하고 있었다. 이것은 내가 처음 해서 힘든게 아니라 그냥 힘든 것이었다. 나는 무시무시한 공포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이 날부터 "필라테스 그거 요가 비슷한거 아니야?"라고 하는 사람에게 마구 화를 내기 시작했다.

 

 

선생님 말로 하세요

 

또 무서운 것은 자꾸 선생님이 나의 가동 범위 이상의 운동을 "강제로" 시킨다는 점이었다. 나는 분명히 내가 할수 있는 범위까지 몸을 움직이고 있었는데, 뒤에서 스윽 나타난 선생님이 나를 마구 짓눌러 내가 할 수 없는 동작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는 고통에 가득차 선생님께 말로 하시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그 다음주에 이런 티셔츠를 만들어갔다.

 

진짜 만들어 입었다.

 

이 티셔츠는 기능성 티셔츠로, 선생님이 말로 하시게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기능은 온데간데 없고, 선생님이 갑자기 글자를 못읽게 되는 부작용이 확인되곤 했다. 물론 말로 하지는 않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