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애 회원님의 <개고생라이프> 입니다! [편집자주] |
견뎌라, 기다려라, 인내하라
송기애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인천 회원
사람의 성격은 아주 다면적이어서 딱 하나로만 정의할 순 없지만 굳이 따지자면 나는 느긋한 성격은 아닌 것 같다. 생각한 일은 빨리 빨리 해야되고 다른 사람이 먼저 하지 않을까 걱정되고 지금 안하면 큰일나는 것 아닐까 조바심이 난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일은 예외다.아이들을 키우면서 성격이 변했다기 보다는 아이들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성격 중에서 참고 기다리는 성격이 더 많이 발현된다고 보는 게 맞겠다.일반적이지 않은 아이들과 함께 사는 일은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난이는 학대트라우마를 앓는 아이다. 브.마.개 7회에서 언급했는데, 다른 아이들은 자연스러운 모든 일상생활이 난이한테는 두렵고 힘든 일이었다. 기다림과 인내, 꾸준한 교육 없이 된 일은 하나도 없다. 난이를 만지는 것부터가 큰 난제였다. 난이는 아주 오랫동안 만질 수조차 없는 아이였고, 입양한 지 6년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안을 수 없는 아이다
극도로 두려워하던 목줄을 하기 위해서 1년 7개월 동안 하루에 몇 번씩 같은 훈련과정을 끈기있게 반복해야 했다. 목줄 훈련을 거쳐서 산책을 나가서 실외배변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이불, 방바닥, 거실 등 아무 데나 똥오줌을 싸는 시간을 인내해야 했고(트라우마 때문에 혼낼 수도 없다), 욕실에 들어가기 연습부터 시작해서 몸을 조금이라도 씻을 수 있게 되기까지 1년을 넘게 똥오줌이 묻어있는 난이와 같은 이불을 써야했다. 나는 때로는 부글부글 끓어오를 정도로 화가 나기도 했고 죽을만큼 힘이 들 때도 있었고, 좀체로 발전이 없는 난이 때문에 매순간 좌절했다.
난이가 나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 그동안 해 온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기에 화를 내거나 혼낼 수도 없었고 무조건 참고 마음을 진정시킬 수밖에 없었다. 오랜 세월 나는 꽤 많은 인내력을 발휘해왔고 난이는 아주아주 조금씩 좋아져왔다.
집에 온 지 2년 6개월이 된 송이는 극도로 겁이 많고 사람 손을 무서워한다. 엄살도 아주 심하다. 송이에 대해서는 브.마.개 8회와 10회에서 소개한 바 있다.
난이는 집중훈련으로 1년 7개월만에 산책을 했지만 송이는 아직도 산책을 하지 못한다(대신 유치원에 보내서 뛰어놀게 한다). 역대급으로 힘든 난이보다도 송이가 더 발전이 더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난이보다는 좀 더 쉬운 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이와는 달리 물어도 다치지 않고 아프지도 않다.
송이는 스피츠 믹스로 체격이 작다. 병원에 가야될 때는 극심하게 반항을 하지만 어쨌든 잡아서 데려갈 수는 있다. 사실 강아지를 억지로라도 잡아야 되는 위급한 상황은 다치거나 아파서 병원에 가는 것 외에는 딱히 없다. 위급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으니 절박함이 덜하다고나 할까. 무서워서 혀가 보라색으로 변하는 아이를 억지로 몰아붙여서 훈련할 이유가 많지 않은 것이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불에 똥오줌을 싸는 것인데 나는 이것 때문에 꽤 힘이 든다. 매일 침대패드 2~3개에 베개나 이불빨래도 해야된다. 정말 한숨이 나지만 겁이 많으면서도 뻔뻔한 성격의 송이를 혼내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그저 조용히 다시 빨래를 돌리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2년 6개월 동안 기다려주고 사랑해 줘서 요새는 꽤 예쁜 짓도 하고 잡히는 것도 한결 수월하게 잡히고, 등을 쓰다듬거나 만질 수도 있고(배쪽은 아직 안됨) 눈꼽을 떼줄 수도 있다. 게다가 처음에는 똥을 싸고 밟고 다녔지만 지금은 밟지는 않는다! 얼마나 큰 발전인가!
장애가 있고 극단의 쫄보인 하니도 건강 문제를 제외하면 똥오줌이 제일 큰 문제이다. 하니는 사실 혼낼 일이 없다. 착하고 순한 아이 하니는 걷질 못하니 다니면서 사고도 치지 않는다. 그저 엎드려서 쉬고 자고 엄마만 보고 있는 하니인데 혼낼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문제는 너무 겁이 많아서 외출하려는 낌새만 보여도 이불에 똥오줌을 싸고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 대형견이다보니 엄마 혼자 힘으로는 감당이 힘들다. 결국 온집안과 엄마 옷까지 똥범벅으로 만들고 나서야 외출을 할 수 있다. 너무너무 무서워서 그러는 걸 어쩌겠는가. 큰소리를 내거나 혼내면 무서움만 더 커질 뿐이다. 그저 묵묵히 인내,인내,인내... 그래도 지금은 차에 타고 이동하는 중에는 똥을 싸지 않으니 2년 넘는 시간 동안 하니도 조금이나마 발전한 것이다.
상처를 가진 아이들은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다. ‘예쁜 강아지’ ‘말 잘듣는 강아지’라는 말 자체가 인간의 편의대로 만들어진 말이지만 어쨌거나 그런 사랑스러운 강아지를 원한다면 기다려야 된다.
사람도 자기 편한대로 사는 게 좋은데, 인간처럼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강아지들은 왜 이런저런 규율을 따르고 살아야 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내가 이렇게 하니까 가족들이 좋아하는구나’ ‘이런 건 엄마가 싫어하는구나’라는 걸 느끼고 깨닫고 가족이 좋아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강아지는 사람 2살 정도의 지능을 갖고 있다고 한다. 끊임없는 반복교육과 학습, 스스로의 깨달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한번 사람에게 상처받고 신뢰를 잃어버린 강아지들의 경우에는 그 시간이 더더욱 길어질 수 있다. 억지로 해서 되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상처가 있는 아이라도 아이의 성향에 맞게 기다려주고 칭찬해주고 사랑해주면 언젠가는 곁을 내어주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된다. 아이를 입양하려면 소위 말하는 ‘문제 행동’을 포함해서 아이의 모든 것을 사랑해주고 품어주고 기다려주겠다는 큰 결심이 있어야 된다. 그래야 보호자와 강아지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사랑스러운 강아지를 원하는가? 견뎌라, 기다려라, 인내하라.
※이곳에서 ☞ https://www.youtube.com/c/dungnansong 아이들의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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