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애 회원님의 <브.마.개> 입니다. [편집자주] |
기적마저도 양보한 착한 둥이는 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송기애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인천 회원
다시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간다.
2019년 2월, 둥이는 심상치않게 배가 나왔다.
1월부터 배가 나와서 갑자기 왜 이렇게 살이 찌지...라고 생각하다가 2월 들어서 배가 물컹거리는 느낌이 들어서 병원에 갔다.
“복수가 차고 있어요. 복수가 차면 보통 6개월 시한부예요...”
“?? 예???”
갑자기 이게 무슨 말... 청천벽력이었다.
내가 구조 할 당시 둥이는 심장사상충(심장사상충은 1기~4기까지 나누는데 둥이는 좀 심한 편인 3기였다)에 걸려 있었는데 8개월간 고생을 한 끝에 사상충은 완치했지만 ‘심장비대증’이 후유증으로 남게 돼서 조금만 심하게 놀아도 기침을 했다.
그 심장이 결국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갑작스런 시한부 판정에 정신이 멍했다.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해진 나에게 둥이가 다니던 병원 원장님은 “그래도 기적이란 게 있을 수도 있다”면서 나를 위로했다.
둥이의 투병생활이 시작됐다.
병원에 가서 복수를 빼고 매일 약을 먹고, 주기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했다.
배에 큰 바늘을 찔러넣어서 빼줘야 되는 복수는 처음에는 2~3주에 한번 뺐지만 시일이 지날수록 주기는 더 짧아져서 나중에는 거의 매일 병원에 가서 복수를 빼야 했다.
병이 든 심장은 모든 장기를 다 망가뜨렸다.
작은 체구의 둥이는 심부전 뿐 아니라 췌장염, 신부전 등을 합병증으로 앓았고 위장 기능도 망가졌다.
둥이는 점점 기력이 쇠해졌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심한 설사를 반복했다.
큰 주사를 계속 꽂아야 했던 둥이의 배는 항상 피멍이 들어 있었다.
둥이는 너무나 순하고 착한 아이여서 20분 이상을 꼼짝하지 않고 누워 있어야 되는 심장초음파 검사도 잘 견뎠고(강아지에게는 진짜 힘든 일이다), 복수 뺄 때의 고통도 견뎠다. 그저 무섭다고 엄마에게 안길 뿐 입질을 하거나 몸부림을 치지도 않았다.
순하기만 한 둥이, 그래서 둥이의 고통이 더 가슴 아프고 안쓰러웠다.
매일 같은 고민을 반복했다.
24시간 큰 병원에 입원을 하면 조금이라도 더 살 수 있지 않을까...
아니야, 병원 입원실에서 엄마도 없이 외롭게 떠나게 할 수는 없어...
결국 내 품에서 둥이를 보내기로 하고 다니던 집앞 병원에 출퇴근을 했다.
(나는 지금도 이 결정이 과연 잘한 결정이었는지 자주 생각한다...)
여름이 되자 둥이는 병색이 완연해졌다.
스스로는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소화도 시키지 못해서 매시간 유동식을 주사기로 먹여줘야 했고, 약도 소화를 시키지 못해서 검은 설사가 나왔다.
숨 쉬기도 힘들어져셔 병원에서 산소 마스크를 쓰고 있는 날도 많아졌다.
아침에 둥이랑 난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몇시간, 때로는 하루 종일 있다 오는 날이 많아졌다.
병원에서 말했다.
“둥이를 보내줘도 죄책감을 갖지 않아도 될 만큼 둥이가 고통이 심한 상태예요”
그렇지만 나는 차마 둥이를 보낼 수 없었다. 내품에서 숨쉬고 있는 아이를 어떻게 보낼 수가 있을까...
둥이는 결국 물조차도 제대로 삼키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그런 상황에서도 집안에서 비틀대면서 일어나서 배변패드에 배변을 하려고 애를 썼다.
10월이 되면서 나는 둥이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10월 9일, 둥이 상태가 너무 안좋았다. 둥이가 떠날 때 잠들어 있지 않으려고 밤을 꼬박 샜다.
다음날인 10일도 역시 둥이 옆에서 밤을 샜다.
잠깐 깜빡 잠이 들었다가 화들짝 놀라서 일어났다. 둥이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실내에서는 절대로 배변을 하지 않는 난이가 갑자기 부엌쪽으로 가더니 오줌을 눴다.
나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둥이의 눈에서 둥이의 말을 읽었다.
“엄마, 나 이제 가요...”
둥이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내가 안자마자 둥이는 내 품에서 눈을 감았다.
2019년 10월 11일 새벽 5시 28분.
작은 몸으로 세상에 내려와서 끔찍하게 불행했던 6년을 견디고 행복한 시간은 고작 4년밖에 갖지 못했던 우리 둥이는 그렇게 엄마 품을 떠나서 천국으로 돌아갔다.
난이는 둥이가 떠나자마자 침대 위로 올라가더니 똥을 눴다.
장례식장에 예약을 하고 둥이의 영정사진을 출력했다. 근처에 사는 오빠가 장례식장에 동행해주었다. 식어버린 둥이를 이불에 곱게 싸서 안고 연신 눈물을 훔치면서 오빠차에 실려갔다.
평생을 친하게 지내고 의지했던 둥이형아가 떠났지만 난이는 차에 대한 공포가 심해서 둥이의 장례식장에 같이 갈 수가 없었다.
둥이는 엄마와 삼촌의 배웅을 받으면서 천국으로 영원히 떠났다.
둥이가 떠난 후 며칠 동안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난이도 일주일간 밥을 거의 먹지 않았다. 둥이의 죽음은 엄마와 난이 모두에게 큰 충격이고 슬픔이었다.
엄마는 둥이의 유골을 안고 돌아오면서 난이가 떠날 때는 더 많은 사람들의 애도 속에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둥이의 생전 모습을 어디에도 기록하지 않은 것도 후회가 됐다.
그래서 유튜브 공간에 둥이를 기억하고 난이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둥이는 너무 일찍 천국으로 돌아갔지만 엄마의 인생을 바꿔놓았고 엄마는 위기에 처한 동생들을 구조했다.
엄마는 둥이에게 기적을 바랐지만 둥이는 ‘기적’마저도 자신이 아닌 다른 아이들에게 양보했다.
너무나 착한 우리 둥이...
둥이야, 아픔 없는 천국에서 열심히 뛰어놀고 동생들도 잘 보살펴주길 바라...
영원한 엄마의 첫사랑 우리 둥이, 엄마가 많이 많이 사랑하고 언제나 둥이를 기억할게...
※둥이의 사진을 보는 것은 아직도 많이 힘들고, 특히 아팠을 때의 사진을 보는 건 저에게 큰 고통입니다. 그래서 이번호에는 사진을 많이 싣지 못했습니다.
※ 이번 글이 <브.마.개>의 마지막 글입니다.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둥이 이야기를 마무리 했습니다. 다음 호에는 에필로그로 찾아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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