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은 하늘입니다
김명숙
울산여성문화공간 교육팀장,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울산 회원

나는 먹는 것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없었다. 첫째 아이를 출산하기 전까지는. 내가 온전히 책임지고 키워야 하는 아이를 만난 후 관점이 혁명적으로 바뀌었다. 아이 양육에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이 건강은 무엇을 먹는가에 달려있다는 너무나 자명한 사실을 그전에는 잘 몰랐다.
나는 건강했고 아무도 나에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그냥 가리지 않고 골고루 잘 먹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공부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백미, 백설탕, 조미료, 무수한 가공식품들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완전식품이라고 배운 우유, 계란 뿐만 아니라 육류, 채소 모두 어떻게 생산되었느냐에 따라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나는 매일 먹는 밥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공부하며 아는 만큼 실천하고 있다.
다양한 연대활동 중 요즈음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활동은 동물권 운동과 식물식평화 운동이다. 어릴 때부터 동물을 사랑한 나는 자연스럽게 비건 지향으로 식생활이 바뀌어 가고 있었는데 열정적인 식물식평화세상운동가들과 인연이 깊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소극적으로 활동하다 2025년 상반기 식물식평화세상에서 진행한 식물식밥상지도사 양성과정에 참여한 후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이 양성과정 중에 소개하려는 책 “밥이 하늘입니다”의 저자 전희식선생님을 만났다.
전희식선생님과의 인연은 2008년에 출판된 책 “똥꽃”을 읽으면서 시작되었다. 오래전에 읽었지만 그 책이 준 울림은 생생하다.
치매에 걸려 도시의 방에 갇혀 존엄을 잃어가는 늙은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충격받은 저자는 어머니와 시골로 들어가서 살기로 결심하고 실천한다. 어머니와 함께 산 3년의 기록, 깨달음이 “똥꽃”에 담겨있다.
어머니를 “통제하지 않고 관리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하시게 하겠다”는 원칙을 정하고 생활을 한다. 치매로 어린아이가 된 어머니를 수용하며 어머니의 똥을 어린 자식의 똥과 같이 보는 저자의 모습은 놀라웠다. “어머니가 싼 똥은 더러운 오물이 아니라, 당신의 몸을 녹여낸 생명의 꽃입니다”라고 했다.
내가 존경하는 저자를 식물식평화 운동 속에서 만난 것은 예상치 못한 행운이었다. 짧은 강의 시간에 왜 밥이 하늘인지, 왜 식물식을 해야하는 지에 대해 많은 내용을 전하고 싶어 애쓰는 저자의 마음이 따뜻했다. 강의 끝에 더 하고 싶은 이야기, 다 못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읽기 바란다고 하셨다. 나는 이 책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깊이 들을 수 있었다.
저자는 동학의 철학을 기반으로 자연과 더불어 맑고 간결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 생활 속의 깊은 깨달음으로 나를 살리고 세상을 살리는 밥이 하늘임을 알아가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늘 마주하는 밥상을 제대로 차려 생명살림과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한다. 밥상을 제대로 차리려면 밥이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는 우리 사회의 현실를 공부해야 한다.
저자는 30년째 자연에 순응하는 농부로 살고 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자동차를 버리고 자전거를 타고 세탁기도 버리고 손빨래를 하며 자신을 돌아본다. 몸 움직이는 걸 좋아하고 땅과 벌레와 풀을 사랑하고 보이는 것보다 안 보이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말한다. 그리고 미생물과 파동과 정령에 민감하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세계 여러나라 공동체를 찾아가서 익힌 공유경제와 선물경제를 우리나라 전통과 이어 보려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저자의 아름다운 기운이 널리 전해지길 바란다.
“동학에서는 동식물도 다 하늘로 여긴다. 생명체와 무생물, 존재와 부존재 모두 다 하늘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동학에서 말하는 하늘 모심을 밥 이야기로 풀고 있다. 동학은 과거 역사가 아니라 오늘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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