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김명숙
울산여성문화공간 교육팀장,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울산 회원

오늘은 어제 떠올렸던 책, 내가 읽고 많이 추천한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라는 환경 관련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이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글쓰기 관점에서 이 책을 깊이 읽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좋은 책은 세 번 읽는 것이 좋다는 생각은 늘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읽어주기를 기다리는 책들이 너무 많아서.
저자 호프 자런은 여성 과학자이다. 전문성과 객관성, 합리성으로 대표되는 과학의 세계에도 성차별은 있다. 저자는 여성 과학자로 겪어야 했던 불공정한 편견과 맞서 싸워야 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우아하게 정리한 첫 번째 책 <랩걸>로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이 책도 따로 추천하고 싶다.)
오늘 소개하는 이 책은 호프 자런의 두 번째 작품으로 <랩걸>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 많은 독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전 지구적으로 절실한 필요와 함께 멋진 구성과 수려한 문체의 매력이 많은 독자를 빠져들게 한다. 악셀 팀머만은 “호프 자런은 글쓰기, 소통, 자연과 과학에 대한 열정을 예술적으로 엮어낸 비범한 작가다”라고 했는데 나는 이 평가에 적극 동의한다.
저자는 1969년 자신이 태어난 해에서부터 현재까지 50년간의 엄청난 변화를 이야기한다.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진실, 외면하지 말아야 할 사실을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를 자신의 가족, 살았던 마을 등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해 지구 전체 환경 변화로 확장해나간다. 그리고 환경 변화의 심각성을 한 번에 알아듣기 쉽게 통계 숫자로 정리해준다. 심각한 문제를 옛날이야기처럼 풀어가는 글쓰기 실력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 책은 생명, 식량, 에너지, 지구 총 4부로 나눠 풍요를 추구한 결과 다다른 지구의 슬픈 변화, 위기 상황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부록으로 ‘지구의 풍요를 위하여’를 제안한다. 아직 희망이 있다고 다정하게 제안한다. 그리고 “희망을 가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50년 전보다 지구 인구는 두 배, 아동 사망률은 절반, 육류 생산량은 세 배, 비행기 승객은 열 배가 늘어날 만큼 인간은 풍요로워졌다. 반면 지구 표면 평균 온도는 화씨 1도가 올랐고 평균 해수면은 10cm 높아졌다. 모든 어류와 식물 종의 4분의 1에서 개체 수 감소가 일어나는 등 지구는 어마어마하게 달라졌다. 정신 차리고 보니 인간의 삶도 풍요롭지 않다. 지구의 위기는 인간들의 위기이니까. 책 출판한 지 6년이 더 지났으니 통계는 더 많이 나빠졌다.
저자는 그간 인간만의 풍요를 추구해왔는데 이제 인간과 지구의 풍요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덜 소비하고 더 나누는 삶”을 선택할 때라고 말한다. 이것만이 우리를 구하는 방법이고 이것이 풍요로운 삶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세상의 모든 결핍과 고통, 그 모든 문제는 지구가 필요한 만큼을 생산하지 못하는 무능이 아니라 우리가 나눠 쓰지 못하는 무능에서 발생하며 우리 각자는 언제 어디서 더 많이 소비할까 대신 어떻게 덜 소비할 수 있을지 스스로 질문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도 한다. 게으른 허무주의에 유혹당해서는 안 된다고. 한 가지 해결책이 우리를 구해주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중요하다. 우리가 먹는 모든 끼니, 우리가 여행하는 모든 여정, 우리가 쓰는 한 푼에 지난번보다 에너지가 더 사용되는지 덜 사용되는지를 고민하며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힘을 갖고 있다.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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