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
김명숙
울산여성문화공간 교육팀장,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울산 회원

83세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94세 때 나는 무얼 하고 있을까? 그때까지 살아있을까? 요즈음 추세로 보면 생존해 있을 거라 예측된다. 83세에 그림을 시작하고 94세에 화가가 되어 이 책을 펴낸 김두엽 화가처럼 살아가고 있을까? 알 수가 없다. 김두엽 할머니가 그랬듯 우리 모두는 앞날을 알 수 없다.
내 나이는 현재 65세다. 60대 중반이라니! 내 나이를 인식할 때마다 생경하다. 2025년 12월에 내가 몸담고 활동하는 단체를 학교가 모여있는 동네로 이사했다. 마음에 꼭 드는 공간을 만났으나 임대료가 이전 사무실보다 꼽으로 비싼 곳이다. 고심 끝에 반은 단체활동 공간으로 하고 반은 내가 책임지는 작은 서점(책방 아닛짜)을 오픈하기로 했다. 매우 부담스러워하는 회원들을 설득하고 후원금을 모금하여 새로운 곳으로 이사했다. 가난한 단체라 이사와 인테리어 거의 모두를 후원회원들의 도움으로 진행했다. 15년간 쌓아온 살림살이를 정리하고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이사하는데 3개월간의 길고 고단한 노동시간이 소요되었다.
사무실을 옮기고 책방 오픈 한 일을 친구들에게 말했을 때 모두 놀랍다고 했다. 일을 줄일 나이에 새롭게 더 크게 일을 시작한다고. 돌아보니 65세에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게 그리 흔한 일을 아니다. 시작할 때는 몰랐는데 만만찮은 일이다. 그러나 나에게 독서운동이나 서점 일은 아주 새로운 일이 아니다. 책과 함께 하는 일은 오래전부터 꾸준히 해왔고 서점 운영 경험도 있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 큰 부담 느끼지 않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김두엽 할머니의 삶도 그럴 거 같다 싶다. 긴 고난 속에서도 사랑으로 자식들을 키우며 타고난 아름다움에 대한 열정을 품고 살아오신 것이다. 긴 노동에서 벗어나 시간적 여유를 가졌을 때 그 오래 품어온 열정은 싹이 트고 쑥쑥 자란 것이다. 그림 그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에도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라 깊이 빨려들어 간 것이다. 김두엽 할머니가 그랬듯이 우리 모두 미래는 알 수 없다. 어떤 인연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사무실 이전 후 예상에 없었던 독서모임을 추진하게 되었다. 도서 구입비 지원을 받아 월 1회 총 8회 정신건강을 주제로 하는 모임이다. 새로운 분들과 만나는 모임으로 다양한 60대 7명과 20대 1명, 총 8명이 함께 한다. 유일한 청년, 28세 취준생은 현재 우울증 상태로 병원을 다니고 있다. 이 모임이 어떻게 변화할지 기대가 된다.
첫 번째 책을 무엇으로 할까 고심하다가 떠올린 책이 오늘 소개하는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이다. 2021년에 출판된 이 책은 글씨가 많지 않고 그림이 많아 부담 없이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러니 평소에 책과 친하지 않는 분도 편안히 읽을 수 있어 첫 모임 책으로 딱이다. 무엇보다도 정신건강에 매우 도움이 되는 책이다. 83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94세에 화가로 활동하시는 할머니! 책을 읽지 않아도 이 사실 자체로 감동을 주지 않는가!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좋아할 책이지만 그렇지 않아도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품고 있다. 이 책과의 만남은 김두엽 할머니의 마을로 떠나는 행복한 여행이 될 것이다.
2021년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 감동적인 충격에 빠졌다. 83세에 그림을 시작하여 책을 출판하시다니!! 바로 구매해서 책을 보니 그림이 놀라웠다. 그림을 배우지 않은 할머니의 그림은 따뜻하고 밝고 조화로웠다. 무엇보다도 나를 감탄하게 한 것은 색 선택의 과감성이다. 그래서 김두엽 할머니의 그림은 사랑스런 동심과 강한 생명력을 품고 있다.
한국의 모지스 할머니는 불리던 김두엽화가님은 행복하게 그림을 그리시며 자신의 꽃을 활짝 피우시고 2024년 97세에 돌아가셨다. 우리들에게 큰 선물을 남기시고.
김두엽 화가는 일본에서 태어나 18세에 귀국하여 한국말도 서툰 상황에 결혼을 했고 대화가 어려웠던 남편을 만나 긴 세월 외롭게 사셨다. 긴~ 가난 속에 팔 남매를 키우셨고 80세에 겨우 힘든 노동에서 벗어나셨다고 한다. 그리고 83세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셨다.
90이 넘어서 공주처럼 살고 있다고,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다고 자랑하신 할머니의 삶과 그림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특별한 여행이 될 것이다.
책에 실린 추천사를 일부 전하며 마친다.
“이 동화 같은 행복일기를 감탄하면서 읽다 보면 우리도 어느새 그림 속의 주인공이 되어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따뜻한 꿈을 꾸게 되니 얼마나 멋진 일인지요.” - 이해인 수녀
“어떠한 편견이나 고정관념 없이 할머니만의 방식으로 완성된 그림, 그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좋은 기운을 우리 집으로 옮겨오고 싶다” - 최화정 배우
“대체 화가 김두엽 할머니에게 인생은 무엇이기에 고되면 고될수록, 아프면 아플수록, 다치면다칠수록 이리 더 희망차지는 것인지” - 노희경 작가
“역경과 고난의 인생에서 수많은 파도를 헤쳐오셨음에도, 아찌 그리 산뜻한 봄과 깊은 가을의 색체를 그림에 고스란히 담아내는지 연신 감탄하게 됩니다” - 김창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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