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김명숙
울산여성문화공간 교육팀장,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울산 회원

10 수년 전에 읽었던 이 책을 다시 읽었다. 독서동아리모임에서 읽기로 해서. 재미있는 책이라는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다. 다시 읽으려 목차를 살펴보는데 기억나는 것이 그야말로 하나도 없었다. 버들치 시인, 낙장불입 시인이라는 별명만 떠올랐다. 두 번째 읽는데 처음 읽는 것과 같았다. 예상보다 재미있고 특별한 울림이 있었다. 혼자 한참을 웃기도 했고 눈물 짓기도 하며 금방 다 읽었다.
공지영 작가의 관점에서 본 이야기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제목에 ‘공지영’을 넣었다고 밝히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공지영 작가는 많은 좋은 작품으로 인기도 많고 여러 가지 문학상도 받았지만 삶의 풍파도 많았고 구설수에 많이 시달리기도 했다.
이 이야기를 쓰기 직전 공지영 작가는 7년간의 은둔 생활했고 죽음을 많이 생각했다고 한다. 그 시기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할 즈음 지리산에 깃들어 사는 지인을 찾아갔다. 가난하지만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끌려 자주 그곳에 가서 술 마시고 놀면서 그들의 사는 모습에 매료되었다. 작가는 혼자만 알고 있기에 아까운 그들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어 당사자들에게 여러 번 글쓰기를 권유했지만 행복한 그들은 글쓰기를 진행하지 않았다. 결국 그들에게깊이 감동받은 작가가 모 일간지에 매주 연재하게 되었고 그 글을 모아 책으로 출판하였다. 그 덕분에 나를 포함하여 많은 독자들이 그들의 이야기에 즐거운 감탄사를 연발할 수 있었다. 2010년에 출판된 이 책은 2011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이 책으로 “지리산 행복학교” 바람이 전국에 불었고 내가 사는 울산에도 그 바람이 불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45인승 버스를 타고 “지리산 행복학교” 일일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그 유명한 낙장불입 시인을 만났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이후 지금까지 지리산 행복학교 문자를 받고 있다.ㅎㅎㅎ
도시의 경쟁적 삶에 지쳐 우울했던 작가가 만난 지리산 사람은 치유와 구원의 기운으로 다가왔고 그 진한 감동의 기운을 경쾌한 리듬의 글로 잘 담아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없이 당당하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이야기, 한편으로 망가지는 지리산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의 맑고 때로 코믹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소박하게 살아가는 그곳 사람들의 생활을 엿보며 인류의 성인들이 말한 지혜를 실천하고 있음을 알아본다.
현재의 삶에 집중하고 살아있음을 즐겨라! 내일의 걱정은 내일 하면 된다는 지혜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자발적 가난을 선택함으로 자유를 누리는 용기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머리로 동의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삶의 이야기다. 다 읽고 나니 맑은 거울로 나를 비춰본 느낌이다.
지리산 친구들의 삶을 오래 흠모하던 공지영작가는 이제 지리산 주민으로 살고 있다. 그녀도 지리산 행복학교의 일부가 되었다.
이 책은 이야기 선물 보따리처럼 다양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있다.
“내 시의 바탕이 슬픔인데 여기 지리산에 온 이후 그게 자꾸 없어져. 그래서 시가 안 되는 거야”라고 말하는 버들치 시인, 버들치를 보호하기 위해 한 몸을 기꺼이 던져 버들치 시인이 되었다는 이야기, 빨치산 아버지를 둔 슬픈 운명의 낙장불입 시인은 도시의 삶에서 견딜 수 없어서 아버지의 흔적이 있는 지리산으로 가서 지리산 파수꾼이 된 이야기, 스스로 발등 찍은 여자들, 일명 스발녀들의 이야기, 지리산 디오게네스 내비도의 교주 최도사 이야기, 시골 총각들의 슬픈 이야기, 나무를 심는 사람 이야기, 40년 지리산 산사람 이야기, 그 여자네 반짝이는 옷가게 이야기 등등 귀한 사람들의 소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바람과 풀과 나무와 물과 햇빛과 모든 것이 푸르러졌습니다. 그 푸르름 속에 있습니다. 저라고 어찌 견뎌내겠습니까. 이미 저도 푸르러졌습니다. 연락사항 남겨놓으세요. 그럼 안녕.” 버들치 시인의 자동응답기 내용
“한 2년 정신분석을 받은 일이 있었다. 내가 사람으로 인해 병들고 상처 입었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 때 나는 배웠다. 사람에게 입은 상처는 그 사람에게 다시 상처를 되돌려줌으로써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만 치유된다는 것을 말이다. 아니 꼭 사람이 아니라 해도 생명을 기르고 사랑하는 일이 치유의 길이라는 것을 말이다.” 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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