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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마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웹진 [e-품]의 <단!마디> 꼭지는 평등사회노동교육원 단병호 대표(민주노총 지도위원, 17대 국회의원)의 노동 및 사회현안에 대한 논평과 제언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2021. 8.

 

  지난 8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3일에 있었던 민주노총의 집회를 문제 삼아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어 경찰은 영장집행을 이유로 민주노총 사무실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조만간 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영장집행을 다시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임기 말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민주노총과의 극단적인 충돌이 불 보듯 뻔 한데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지 그 진의가 의심스럽다.

 

  코로나의 확산이 잦아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집회를 개최한 것에 대해 국민의 정서와는 다소 거리가 있을 수는 있다. 민주노총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방역에 협조하겠다고 했다. 함에도 정부는 최대한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방역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하기 보다는 무조건 금지하는 식의 관료적 권위적 방법만을 고수했다.

 

  코로나 상황이 2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국민의 삶이 피폐해지고 일상적인 생활 자체가 무너져가고 있다. 모든 국민들이 힘들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은 자영업자와 노동자들이다. 특히 청년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이미 청년 실업률이 10퍼센트에 이르고(체감 실업률은 30퍼센트에 이른다고 한다) 있다. 이 와중에도 산재 사망은 끝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한 마디로 소수 노동자들을 제외한 대다수 노동자들의 삶이 뿌리 채 흔들리며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협상에 나설 것을 수차에 걸쳐 제안했으나 정부는 끝내 귓등으로 들어 넘겼다. 정부가 민주노총의 요구에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였다면 민주노총이 거리로 나서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결국 정부가 노동자들로 하여금 거리로 나서게 만든 것이다.

 

영장실질심사 출석 대신 기자간담회를 진행중인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사진=노동과세계) [편집자주]

 

  그리고 국민의 기본권에 해당하는 집회 시위의 자유를 무조건 막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방역조치와 기본권이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방법을 찾으려고 하면 얼마든지 안전한 집회와 방역조치를 둘 다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있었다. 예컨대 더 넓은 장소에서 충분한 거리두기를 한 속에서 행사를 진행할 수도 있었고, 참여 인원에 대해서도 성실한 협의를 통해 조정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모든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집회 금지라는 관료적 행정 조치만을 고집했다. 이런 정황들을 미루어 볼 때 양경수 위원장에 대한 영장 발부가 정의롭지 못한 의도 속에서 이뤄진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을 들게 한다.

 

  총리의 민주노총 방문을 거부하고 돌려보낸 것은 분명 민주노총의 위상에 맞지 않은 경솔한 행동이었던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정부로써는 충분히 모양이 구겨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혹여 이번 정부의 강경 대응 조치가 그에 대한 괘심하다는 생각 때문이 아니길 바란다.

 

  또 하나의 의심이 있다. 최근 들어 계속해서 확진자 수가 2천명 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백신부족과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에 국민들의 불안과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혹시 정부가 민주노총을 방역 실패의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정의를 믿고 싶다. 정의롭지 못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즉각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하루하루를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노총과의 진솔한 협의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