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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마디] 서울대는 죽음 앞에 겸허하고 진실하라!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웹진 [e-품]의 <단!마디> 꼭지는 평등사회노동교육원 단병호 대표(민주노총 지도위원, 17대 국회의원)의 노동 및 사회현안에 대한 논평과 제언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서울대는 죽음 앞에 겸허하고 진실하라!

 

2021. 7.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대학 측의 비인도적 태도로 인해 20일이 지난 지금까지 진상규명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유족의 요구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방지 등 가장 기본적인 요구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는 학교 측의 태도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서울대 청소노동자 이00씨가 휴게실에서 죽음으로 발견된 것은 지난 달 26일 저녁이다. 유족들과 직장 동료들은 이00씨의 죽음을 과중한 업무와 직장 내 갑질과 괴롭힘에 따른 스트레스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족들과 동료들의 주장에 따르면 학교 측은 청소노동자들에게 설마 교육기관에서 그렇게까지 했을까 할 정도로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행위들을 자행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특정 건물의 준공연도나 특정 시설물의 이름을 영자나 한자로 쓰게 하는 시험을 치르게 하고, 점수를 공개해 인격적 모욕을 주었다고 한다. 청소 노동자들에게 왜 이런 시험이 필요한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뿐만 아니다. 1주일에 한 번씩 하는 회의 때 남성 노동자에게는 정장 또는 남방에 멋진 구두를 신고 가장 멋진 모습으로 참석하라고 하고, 여성 노동자에게는 회의 자리에 맞게 최대한 멋진 모습으로 참석하라고 했다고 한다. 지금이 무슨 전제주의 시대도 아니고, 정상적인 이성으로는 이해가 불가능한 일들이 그것도 상아탑이라고도 불리는 대학 내에서 비인간적 반인권적 행위들이 버젓이 자행되었다고 한다.

 

  죽은 이00씨는 평소에 과중한 업무에 힘 들었다고 한다. 00씨는 여학생 196명이 기숙하는 승강기도 없는 낡은 4층 건물의 청소를 혼자서 했다고 한다. 이 건물에는 매일 100리터짜리 6~7개의 쓰레기 외에도 다량의 음식물과 재활용 등의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누가 봐도 여성이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벅찬 일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00씨는 안전관리팀장으로부터 보복적인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한다. 회의 때 노동들이 제초작업의 어려움을 호소했으나 팀장은 이런 호소를 묵살하고 도리어 18시간 노동을 7시간으로 줄이고, 토요일 제초작업을 하는 임금으로 지불하겠다며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에 대해 이00씨는 팀장의 이런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임금은 노사가 협의해서 결정해야 한다.”며 팀장의 잘못된 결정을 반박했다. 이 일이 있은 뒤부터 팀장은 매일 같이 청소상태를 점검한다며 사사건건 이00씨를 괴롭혔다. 00씨는 평소에도 가족과 동료들에게 과중한 업무와 괴롭힘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이러한 정황을 미뤄 볼 때 이00씨의 죽음은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의한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는 과로사임이 분명하다. 함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에서는 모두 청소 노동자들의 소속감을 고취시키기 위한 조치였고 모두 정상적인 업무에 해당한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서울대 측의 주장은 죽음 앞에 겸허하고 진실 되지는 못할지언정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학이 맞고 소위 한국을 대표한다는 대학이 맞는지 그 뻔뻔함이 도를 넘어선 주장이다.

 

  유족과 노조의 요구는 최소한이다. 첫째가 죽음의 진상을 명확하게 밝히자는 것이다. 당연한 요구다. 의문사로 남겨 놓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에 대해 서울대에서는 서울대인권센터를 통해서 진상을 규명하자는 입장이다. 그런데 서울대인권센터는 사측의 교섭위원으로 나오는 사람을 비롯해 사측의 위치에 있는 사람 다수가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한계를 분명히 안고 있다. 따라서 유족과 노조는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관이나 사람들로 진상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주장이다. 누가 봐도 타당한 요구다.

 

  둘째는 직장 갑질과 괴롭힘을 앞장서서 자행한 안전관리팀장에게 확실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팀장의 비인간적 반인권적 행위가 있었음이 자명한 만큼 그에 상응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를 서울대가 수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셋째는 재발방지를 위한 협의회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이번 이00씨의 죽음이 있기 2년 전 그러니까 20198월에도 서울대 2공학관에서 청소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있다. 그 만큼 서울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협의회를 구성해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주장이다.

 

  사람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고 했다. 이 말은 인간은 모두가 평등하고 어떤 이유로도 또 어떤 사람으로부터도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함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 인간의 기본권인 인권과 노동권이 이렇게 속절없이 유린된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서울대는 이00씨의 죽음 앞에 겸허해야 한다. 그리고 진정한 마음으로 사죄해야 한다. 그리고 유족과 노조의 정당한 요구를 가감 없이 수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