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사회노동교육원 웹진 [e-품]의 <단!마디> 꼭지는 평등사회노동교육원 단병호 대표(민주노총 지도위원, 17대 국회의원)의 노동 및 사회현안에 대한 논평과 제언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
진보정치 재구축을 통한 양당 체제 해체
2021. 9.
제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이제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바야흐로 본격적으로 정치의 계절로 접어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일부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중간층과 진보세력을 의식해 정권 재창출이 아닌 ‘정권 교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함)을, 국민의힘은 정권교체를 외치고 있다. 진보진영은 ‘반기득권 연대’, ‘민중경선 단일후보’의 목소리가 있으나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가운데 정의당과 진보당은 독자적으로 대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 진영별 후보들 사이의 각출전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정치는 생물이다. 지금으로써는 6개월 뒤의 결과에 대해 절반은 승자로 절반은 패배자로 남게 될 것이라는 것 외에 더 구체적인 것을 예측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 정치를 관통해 온 기본구조는 양당체제다. 물론 양당 체제가 일시적으로나마 균열이 나타났던 적이 있다. 예컨대 조봉암의 진보당에 의해 양당 체제에 균열이 있었다. 하지만 조봉암의 법살(法殺)과 함께 좌절되고 말았다. 민주노동당이 창당되면서 양당 체제의 해체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외부의 탄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부의 분열에 의해 좌절되고 말았다. 전자는 안타까운 역사로, 후자는 비판의 역사가 되고 말았다.
반대로 그나마 양당 체제마저도 형식화되었던 시절도 있었다. 이승만 정권 후반기와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부터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까지는 양당 체제마저 형해화된 사실상의 일당 독재체제였다.
한국 정치에서 실질적인 양당 체제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은 6월 항쟁 이후 90년부터 30년간이라고 할 수 있다. 양당 체제는 독재정권 시절에는 민주화를 이뤄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민주화가 이뤄진 다음의 양당 체제는 도리어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양당 체제는 진보정치의 출현을 봉쇄하고 있다. 더 좋은 정치 더 좋은 미래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는 논리로 정치적 선택을 강요했다. 그러면서 극우보수주의 세력은 합리적 보수주의로 분장하고, 자유주의 세력은 진보·좌파로 분장하고 있다. 현재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이들 양당의 본질은 철저한 보수주의 정치집단이다. 보수기득권 세력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민주당은 진보당, 국민의 힘은 보수당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프레임이 더 굳어지면 제대로 된 진보정당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질 것이 자명하다.
현재의 기득권 양당 체제로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의 제대로 된 변화를 이뤄내기 어렵다. 지금 과학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사회구조(체제)의 변화의 요구가 높다. 젊은 세대들로부터 의식과 문화적 변화의 바람도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기후위기, 불평등, 페미니즘, 이주노동, 장애인 문제 등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의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런 모든 문제는 진보정치의 재구축을 통해서만이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다.
진보정치 재구축은 불가능한 것인가? 민주노동당의 분열로 진보정치의 꿈은 사실상 좌초되었다. 15년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진보정치를 복원하기 위한 이런저런 노력과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결과가 통합의 기운을 높이기보다 더 많은 갈등과 회의를 낳게 했다. 하지만 이제 치유에 필요할 만큼의 시간도 흘렀다. ‘진보’란 ‘보수’에 반대되는 다양한 이념과 사상을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진보의 가치를 중심에 두고 생각한다면 함께하지 못할 이유는 그 만큼 줄어들 수 있다.
2022년은 진보정치 재구축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첫째, 경로와 방법 이전에 인식의 전환이 우선되어야 한다. 각자도생을 통해 진보정당 다운 진보정당으로 성장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솔직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비우는 것이 채우는 것이라는 자세가 중요하다. 진보정치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을 최대한 정치적 힘으로 만드는데 초점을 둔 후보전술이 필요하다. 셋째, 기존의 보수 정당 특히 국민들이 민주당과 확연하게 구별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버니 샌더스는 한 때 분명 미국의 양당 정치 구조를 바꿔놓을 수 있을 만큼 돌풍을 일으켰다. 진보정당의 재구축을 위해서는 샌더스의 돌풍을 능가할 수 있는 정책으로 국민적 관심을 집중시켜야 한다.
나는 여전히 인류의 가치 중심에 노동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분단이 사회발전에 결정적인 장해가 되고 있다는 사실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이 두 가지에 발목이 묶이면 미래로 나가는 발걸음이 천근의 무게가 될 것이라는 것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술한 바와 같은 시대적 다양한 가치와 요구를 수평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 때 진보정치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22년 대선과 지방선거가 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이전 > 단!마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마디]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주4일 노동제’, ‘신(新)노동법’ 공약을 환영한다 (0) | 2021.11.24 |
---|---|
[단!마디] 평등사회노동교육원, 함께 만들어 갑시다. (0) | 2021.10.21 |
[단!마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0) | 2021.08.25 |
[단!마디] 서울대는 죽음 앞에 겸허하고 진실하라! (0) | 2021.07.23 |
[단!마디] 더불어민주당의 선택을 주목한다 (0) | 2021.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