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사회노동교육원 웹진 [e-품]의 <단!마디> 꼭지는 평등사회노동교육원 단병호 대표(민주노총 지도위원, 17대 국회의원)의 노동 및 사회현안에 대한 논평과 제언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
정치권에서 반복되는 성범죄,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2022. 5.
또다시 정치권에서 성 비위 문제가 터졌다. 3~4년 전에 광역단체장들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 문제가 드러나면서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후에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 정치권 전반에서 위력에 의한 성 비위가 자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를 샀다.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이번에는 정치권 전반에서 이런저런 성비위 문제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성폭력 혐의를 받는 박완주 의원을 제명하고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의식해 비교적 신속한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성폭력 혐의를 받는 박완주 의원은 “어떤 희생과 고통이 있어도 아닌 건 아니다”라며 사실상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당은 사과하고, 당사자는 부인하고, 그러면서 제명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사실상 2차 가해까지 이뤄지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민주당 최강욱 의원 ×××(일명 짤짤이) 발언 혐의, 이준석 국민의 힘 대표의 성상납과 증거인멸 혐의, 강민진 전 청년정의당 대표의 성폭력 피해 폭로 등 여야와 진보 보수를 가릴 것 없이 성 비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유재순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은 과거 성추행으로 징계 처분 받은 사실까지 드러났다. 여의도에는 이외에도 성 비위 문제와 관련해 유명 정치인들의 이름이 나돌고 있다.
정치인들은 이런 문제와 연루되면 일단 무조건 발뺌부터 한다. 모르쇠로 일관하다 더 어찌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마지못해 영혼 없는 사과를 한다. 정치권의 대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문제가 터지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엄중 조치를 하겠다.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머리를 조아린다. 그뿐이다. 실상은 그와는 정반대로 진행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제 식구를 감싸고, 진영의 이익을 위해 최대한 사실을 축소하거나 진실을 덮으려 한다. 그렇게 버티다 국민의 관심이 수그러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간다.
성폭력은 인간의 자존감을 뿌리째 파괴하는 반인륜적·반사회적·반문화적 범죄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범죄에 관해서는 철저하게 무관용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특히 국민의 공복(公僕)이 되겠다는 정치인에게는 법의 형평성을 떠나 일반 국민보다 더 엄격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제도와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우선 정치인의 성범죄에 관해서는 일반인보다 양형기준을 높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정치인은 국민의 혈세를 받으며 일하는 사람들이다. 선출직 정치인에게는 이런저런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 특히 국회의원은 더더욱 그러하다. 선출직은 특권을 누리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철저하게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자리다. 정치인의 범법행위는 곧 국민에 대한 배반이다. 그런 만큼 정치인의 범법 행위에는 단호하고 엄격한 잣대가 당연히 적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비위 혐의가 있는 정치인은 당이 즉각 형사 고발하고, 국회의원은 곧바로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도록 당규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범죄 혐의가 있는 국회의원이 대법원 확정판결이 있기까지 보통 2~3년이 걸린다. 그 기간(수감되어 있어도) 꼬박꼬박 세비를 받는다. 국민의 혈세가 범죄 혐의가 있는 자에게 세비로 지급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윤리위 제소와 동시에 세비를 포함한 모든 혜택도 중단되어야 한다.
또한 범죄 혐의가 있는 국회의원의 체포·구금은 일반인과 동일한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현재 국회법은 국회의원의 체포 또는 구금은 아주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법원은 영장을 발부하려면 먼저 정부에 체포 동의서를 제출하고, 정부가 국회에 체포 동의를 요청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체포 동의서를 송부 받은 국회는 72시간 이내에 본회의에서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부가 법원의 요청을 수용할지 거부할지 정무적 판단을 할 수 있고, 법원도 회기를 넘길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다.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은 독재정권 시절에는 분명 필요한 제도였지만 민주화된 사회에서는 범법자를 과잉보호하는 제도이므로 개정되는 것이 마땅하다.
이러한 조치만으로 정치인들의 성폭력을 비롯한 각종 비위 행위를 근절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인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는 있다. 그리고 정치인의 범법 행위는 솜방망이 처벌로 그친다는 국민의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시 진상규명이니, 재발 방지니, 무관용의 원칙이니 하는 말로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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