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수강후기는 얼마 전 진행한 <리더십 길라잡이 : 모두 다 꽃이야> 15기 수료생께서 보내주셨습니다. 제가 진행한 기초과정 42기 수료생이시기도 합니다(자랑). [편집자주] |
'리더십 길라잡이' 후기
정다혜
리더십 길라잡이 15기 수료생,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교육선전국장
우리는 바다의 섬들과 같다. 표면에선 떨어져 있지만 깊은 곳에선 이어져 있다.
매주 다양한 노동조합과 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일상 업무는 서로 달랐지만, 털어놓는 고민의 결은 매우 비슷했습니다. 우리는 간부, 리더로서 겪는 어려움과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공감과 위로를 주고받았습니다. 우리 모두 다 꽃으로 피어났다는 걸 받아들이면서요.
저는 작년 3월 노동조합 상근 활동가로 첫발을 뗐습니다. 내 손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포부는 아니었습니다. 하루 최소 8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 의미를 찾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노조 생활은 말 그대로 모르는 것 투성이였고, 입력과 출력을 동시에 하느라 정신 차릴 새 없이 1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개인의 부족함을 채우기에 급급해 자기고민이 없다는 게 활동가로서 고민이었던 작년과 달리, 올해 고민풍년을 맞이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조합원들을 잘 설득할 수 있을까?", "좋은 간부란 무엇일까?" 같은 질문들이 빚쟁이처럼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이 [리더십 길라잡이 :모두 다 꽃이야] 과정을 소개받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교육 첫날, 학습에 대한 기대를 얘기 나누던 시간이 떠오릅니다. 저는 설득력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더 확장된 연대가 필요하다거나 원칙적으로 투쟁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생각만으론 설득의 동력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조합원들이 조직의 공동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설득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알고 싶다고 했습니다.
학습 목표를 말하고 나자 지독한 악담같은 학습 내용이 뒤를 이었습니다.
“지배집단은 막대한 자본과 공권력을 가졌지만 노동운동 조직은 그렇지 못하다. 노동조합 리더는 보상은 적고 희생은 크며 그를 알아주는 사람도 별로 없다. 노동자 대중은 변덕스럽고 눈앞의 이익을 추구한다.”
‘뭐지.. 이런 희망 없는 말로 잘도 동기부여가 되겠다.. 일찍이 운동을 그만두라는 건가’ 싶었지만 그 뒤로 이어진 말이 제 마음을 다시 움직였습니다.
“정부, 기업 등 지배집단이 갖춘 막대한 자원에 맞설 수 있는 노동자대중의 유일한 무기는 쪽수다. 그저 머릿수만 많은 다수집단이 아닌 조직된 쪽수는 변화를 만들어낸다.” 이어진 [유기적이고 능동적인 쪽수 만들기] 실습까지 제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대중은 변덕스럽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항상 그들이 가진 변혁성을 믿어야 합니다. 저는 이 학습과정의 명칭이 ‘모두 다 꽃이야’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아스팔트에서도 백합꽃이 피어날 수 있으리라 믿고 열심히 물을 뿌릴 수 있는 인간은 시인과 성자뿐이지 않을까.
저는 여기에 노조 활동가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숫자, 집단으로 인식되는 최소 단위가 3명이라는 ‘3의 법칙’에 따르면 저와 생각을 같이 하시는 두 명을 더 모아야겠지요. ㅎㅎ
학습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모 노조 지도부 선거공약을 분석한 실습입니다. 선거는 조합 내 이해관계와 조합원들의 요구가 가장 명확히 드러나는 시기입니다. 우리는 청군과 홍군 후보의 공약을 1)물질적 욕구, 2)관계적 욕구, 3)자기실현 욕구로 분류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낮은 단계의 욕구(물질적 욕구)에서 자기실현 욕구 추구로 나아갈 수 있을지, 또 어떻게 노동자 대중들의 이해를 넓힐 수 있을지 토론했습니다. 결론은 이러했습니다. 우리의 진정한 자원은 우리 요구의 정당성이며, 지치지 않고 설득하다 보면 조합원들의 이해를 얻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교육 과정을 함께 한 구성원들과 그들이 이 교육을 듣게 된 이유를 다시 떠올립니다.
1인분의 몫을 하는 간부가 되고 싶다던 동지, 노동조합 간부의 삶을 지속할지 고민하던 동지, 지부 통합 후 하나라는 마음으로 조합원을 이끌 수 있을지 고민하던 동지, 활동가란 무엇인가, 우리는 활동가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나하는 의문이 든다던 동지...
지난 5월에 처음 만나 총 6강의 과정을 거쳤고, 종강한지도 한참이 지나 이제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붑니다. 이 교육을 듣고 난 지금,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아직 비슷한 고민에 빠져 계실까요? 아니면 나름 자신만의 답을 찾았을까요? 저는 아직 고민 중입니다. 그러나 예전만큼 막연하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이 리더십 교육과정이 이정표가 되어주었기 때문 같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모든 분들 부디 건강하시고, 투쟁의 현장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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