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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복의 노동상담 이야기

[조광복의 노동상담 이야기] 일곱 번째 이야기, ‘상품’의 유혹 - ‘알 게 뭔가요?’

 

일곱 번째 이야기,  ‘상품’의 유혹 - ‘알 게 뭔가요?’

 

조광복

(전)청주노동인권센터 상담활동가

 

 

1.

20대 나이에 공장을 다녔습니다. 1990년대였으니 지금만큼의 자동화는 덜 되었겠지요. 자동차 에어컨에 들어가는 부속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회사였습니다. 나는 가공반에 소속되어 니플(암나사와 암나사를 연결하는 배관의 이음매)을 만들었습니다. 알루미늄 소재에 나사선을 내는 일입니다. 주야 교대로 하루 12시간 일했는데요. 밤을 새며 36시간 연속 노동을 하는 철야도 일주일에 두 번씩 죽지들 않고했습니다.

 

나사선을 가공하기 위해 하루 종일 서서 기계 속에다 알루미늄 소재를 넣었다 뺐다 넣었다 뺐다 하기를 반복했어요. 그렇게 해서 나오는 생산량이 하루 12시간 중 식사시간과 휴게시간 2시간을 빼고 10시간 기준으로 2000개 안팎이었으니 얼추 잡아 1시간에 200, 1분에 3.3개였습니다. 이것을 초 단위로 환산하면 18초에 한 개의 니플을 생산하는 셈입니다.

 

그 중 용변 보는 시간, 완성품을 담는 박스 교체시간, 기계 트러블 수정하는 시간 등등을 빼고 남는 즉, 순수하게 제품만을 만들어내는 시간 동안 눈, , 허리, , 어깨, 손가락 등등 몸을 구성하는 모든 신경과 근육은 사소한 군더더기도 다 덜어내고 오로지 물량 생산을 위한 동작만을 남기게 됩니다. 한 손은 재료를 집어넣고 다른 한 손은 완성품을 빼고 허리와 어깨는 쉼 없이 돌리고 하는 일에 특화되었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문득 손가락을 보니 지문이 희미해졌어요. 희미해진 것은 지문만이 아닙니다. ‘라는 존재도 함께 희미해졌습니다. 감각이 둔해지고 사람이 멍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자동차에 내장된 에어컨은 라는 존재를 대량생산시스템의 부속물로 빨아들여서 시원한 바람으로 배출하는 마법을 부린 셈입니다.

 

그러나 이 표현은 글을 쓰는 이 순간 한참을 생각해서 찾아낸 비유에 불과합니다. 땀이 죽죽 흘러내리는 뜨거운 여름날 자동차 좌석에 앉아 오감을 만족시키는 에어컨 바람을 쐬며 어떻게 이런 비유를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차량 에어컨 바람 앞에서 이 에어컨 바람을 만들자고 나의 노동이 참 고달팠지라고 생각해 본 적 거의 없어요.

 

영혼까지 잠식해버릴 것 같은 끝 모를 단순반복 노동을 걱정하기에는 무더운 여름날 승용차 에어컨 바람은 너무나 쾌적합니다.

 

 

2.

닭 도축 공장에서 일하다 뇌경색이 발병하여 치료 중인 이가 찾아왔습니다. 산재가 아닌가 싶어 상담을 받으러 온 겁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닭 도축(‘도계라고 부릅니다) 공정을 알게 됐는데요, 생산에만 대량 시스템이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죽이는 일도 그렇습니다. 이 도계 공장에 근무하는 현장 노동자는 150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여기서 잡는 닭이 하루에 적게는 17만 수, 많게는 25만 수라고 합니다. 어림이 잘 안 됐습니다. “한 달에 25만 마리라고요?” “아니 아니 하루요, 하루 25만 마리

 

UN이 통계 낸 2022년 한 해 육류 소비량을 보면 닭고기가 전 세계 700억 마리 이상, 한국 5억 마리 이상이고 돼지고기가 전 세계 15억 마리 이상, 한국 1800만 마리 이상이고 소고기가 전 세계 약 3억 마리, 한국은 약 80만 마리였습니다. 양고기도 전 세계에서 5억 마리 이상 소비됐지만 한국의 주요 품목에는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닭은 도축되기에 앞서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대량으로 그리고 속성으로 생산됩니다. 빨리 살을 찌우도록 개량된 닭 병아리를 계사에 넣는데 1평 당 평균 70마리 이상을 몰아넣습니다. 그리고 24시간 내내 불을 켜둡니다. 어두워지면 사료 섭취를 중단하고 밝으면 지속적으로 사료를 섭취하는 닭의 특성을 이용한 겁니다.

 

닭의 기대 수명은 7년에서 10년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프라이드치킨 혹은 양념치킨을 먹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한 달이면 충분합니다. 한 달을 속성으로 살찌우면 50그램 병아리가 30배 증량한 1.5kg의 육계가 되어 케이지에 가득 채워져 트럭에 상차됩니다. 닭은 24시간 내리쬐던 전등 빛과는 전혀 다른 질감을 가진 자연 햇빛을 볼 테지요. 도계장 길을 앞두고 제공되는 처음이자 마지막 보상이랄까요.

 

닭들이 트럭으로 한 차 가득 실려서 옵니다. 어리장이라고 불리는, 닭들을 한가득 담은 케이지를 기계로 들어서 기울이자 닭들이 컨베이어 벨트 위로 짐짝처럼 우르르 쏟아져 내립니다. 컨베이어는 도계장의 모든 공정이 끝나는 곳까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기대수명에 비추어 턱없이 짧은 생의 마지막 순간을 향해서 닭들이 컨베이어를 타고 빨려 들어갑니다. 작업자들이 닭의 발을 갈퀴 모양의 체인에다 겁니다. 체인이 컨베이어를 따라 쉴 새 없이 흘러가기 때문에 닭발을 체인에 거는 일을 멈춰서는 안 됩니다.

 

발이 걸린 채 거꾸로 매달린 닭들이 체인을 타고 흘러 들어가면 기계에 장착된 칼날이 반복해서 닭의 목을 땁니다. 그 중엔 덜 따져서 숨이 깔딱깔딱 하는 것이 있는데 사람이 마저 손으로 땁니다. 사람도 기계의 일부가 되어 쉬지 않고 같은 동작을 반복합니다. 잘린 목에서는 피가 뚝뚝 흘러내리는데 어느 정도 핏물이 빠질 때쯤 탕적기(뜨거운 물로 닭을 데치는 설비) 속으로 들어갑니다. 털이 뽑히기 좋게 닭의 몸체가 불면 탈모기로 이동하여 그 안에서 털이 후루룩 뽑힙니다.

 

다시 컨베이어를 타고 이동하면 자동 칼날이 반복해서 닭의 발목을 자르고 다음엔 내장반으로 이동합니다. 이곳에는 배를 뚫는 기계와 배 속으로 집게를 넣어 내장을 빼내는 기계가 있습니다. 그렇게 내장이 빠지면 또 다른 설비가 차가운 바람을 불어서 식혀줍니다.

 

이제 마지막 공정입니다. 포장반으로 이동하는데 거기서 닭들의 무게를 재고 무게에 따라 지정된 호수별로 닭을 분리합니다. 그러면 작업자들이 박스에 비닐봉지를 넣어서 분리된 닭들을 포장한 다음 얼음을 넣어 밴딩(묶는 작업)을 하고 마지막으로 파레트에 적재하여 창고에 쌓습니다. 그리고 트럭이 오면 파레트를 상차하는 것으로 도계장의 일은 모두 끝납니다. 컨베이어 시스템은 전국 대형 도계장을 움직이는 주력부대입니다.

 

이 도축 공장에도 사람이 구분됩니다. 중국,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태국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이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데 그들과 한국인들의 업무는 분리되어 있습니다. 작업 공정 가운데 자동화 기계를 보는 사람은 한국 노동자들이고 닭발을 갈코리 모양의 체인에 거는 일이 이주 노동자 또는 용역 소속 노동자들의 몫입니다. 그들은 쉴 틈 없이 닭을 걸어주어야 합니다.

안 걸어주면 빈 체인이 그대로 흘러가니까 난리가 나요.”

 

이주 노동자들이 배치된 곳이 또 있습니다. 주로 학교 급식용 닭고기를 만들기 위해 부분육을 뜨는 공정입니다. 하루 종일 서서 절반 정도는 기계로 나머지 절반 정도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날개 따위 등 부위별로 절단합니다. 이주 노동자들은 염지반에서도 근무하는데 치킨 가게에 납품하기 위해 양념으로 절이는 작업을 합니다.

 

지나가는 말로 물었습니다.

닭의 생명이 느껴져요?”

어휴, 생명이 느껴지면 일이 되겠어요?”

어리석은 질문이었습니다.

 

도계장에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정급은 말 그대로 최저임금 언저리에서 고정되어 있습니다. 이들에게 제공되는 복리후생은 전무하다시피 했습니다. ‘존중이라는 말! 얼마나 어색한가요? 대량 시스템 속의 닭도 사람도.

 

 

3.

생맥주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십중팔구 치맥도 환영할 겁니다. 거품이 시원스럽게 올라오는 생맥주 한 모금 들이킨 뒤 혀에 닿는 프라이드치킨 혹은 양념치킨의 촉촉한 맛은 얼마나 매혹적인가요? 매혹때문에라도 눈앞의 치킨이 목숨붙이였다는 사실을 생각해내기 어렵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고선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선 단순반복 저임금의 도계 노동에 연대감을 갖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치킨의 맛은 치킨 생산의 이면을 떠올리지 못 하도록 달달하고 바삭바삭하고 촉촉하게 나를 유혹합니다.

 

그러므로 대량 시스템 속의 우리는 상품을 매개로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역설적으로 상품으로 단절되어 있기도 합니다. 자본주의의 꽃인 상품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사람과 사람 아닌 생명 사이의 관계, 사람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격리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4.

상담을 하다보면 상품의 이면을 만나게 되죠. 참 괴로운 일입니다만 노동 상담 활동가라면 이 괴로움을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됩니다. 간절하게 당사자의 목소리, 현장의 풍경을 기록해야 할 소명이 있습니다.

 

삼겹살을 군침 돌도록 노릇하게 구우면서 대량축산시스템은 차치하고 여성 노동자들의 몸에 밴 피비린내를 상상할 수나 있겠습니까? 다섯 명의 여성들이 찾아왔습니다. 나이 40대에서 오십대 정도 되어 보였습니다. 그이들은 소와 돼지를 도축하는 회사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도축된 소, 돼지를 해체시킨 뒤 분류해야 하는데 그 중 내장을 수습하는 일이 여성들의 몫이었습니다.

우비를 입고 일하는데 피가 여기저기 튀죠. 당연히 우비 안으로도 들어와요

남자들은 샤워 시설이 있는데 여자들은 없어요. 몇 번이나 샤워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는데도 가타부타 반응이 없어요.”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요 피비린내가 몸에 배어 있어요. 눈물이 왈칵 나오려고 하죠.”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준수해야 할 보건조치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만, 이 사안이 관련 법 규정의 적용을 받을지는 애매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9조(보건조치)
① 사업주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이하 “보건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
1. 원재료ㆍ가스ㆍ증기ㆍ분진ㆍ흄(fume, 열이나 화학반응에 의하여 형성된 고체증기가 응축되어 생긴 미세입자를 말한다)ㆍ미스트(mist,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작은 액체방울을 말한다)ㆍ산소결핍ㆍ병원체 등에 의한 건강장해
3.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기체ㆍ액체 또는 찌꺼기 등에 의한 건강장해
6. 환기ㆍ채광ㆍ조명ㆍ보온ㆍ방습ㆍ청결 등의 적정기준을 유지하지 아니하여 발생하는 건강장해
② 제1항에 따라 사업주가 하여야 하는 보건조치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

 

상담을 온 이들은 난상토론 끝에 작업 거부도 불사하겠다고 결정하고 그 사실을 회사에 통보했습니다. 그제서야 회사한테서 여성 세면장을 즉시 설치하겠다는 답이 왔습니다. 이 상담이 나한테 꽤 강렬했던 모양입니다. 그 뒤로도 문득 문득 떠올랐으니까요.

 

하지만 삼겹살을 먹는 동안엔 그이들의 몸에 밴 피비린내가 전혀 떠올려지지 않습니다. 직사각형의 형상을 가진 접시 위의 납작한 고기 덩이는 육류로 분류되는 상품이지 물컹물컹 살집이 잡히고 피가 쏟아지는 돼지와 하등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살코기와 비계가 적당하게 섞여 입 안에서 씹히는 맛에 마음이 빼앗겨 도축 공장 여성 노동자의 몸에 밴, 고단한 피비린내를 떠올린다는 게 상담을 했던 나부터도 쉽지 않은데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한테는 가능치 않은 일이지요. 그런고로 우린 서로 상품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상품으로 단절되어 있습니다.

 

상품의 이면을 이야기하려고 하니 쉽게 잊히지 않는 일이 떠오릅니다. 반도체 회사의 엔지니어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했습니다. 30대의 창창한 나이였습니다. 역시 창창한 아내와 돌도 안 된 아들을 남기고 떠났지요. 어찌나 아내에게 자상했던지 그녀는 은행일, 주민센터 일 등등 본인 말로 집 밖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너무나 마음 여리고 또 티 없이 맑아 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남편의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남편의 얼굴, 남편의 마지막 모습을 사진으로 남깁니다. 사랑하는 남편을 잊지 않기 위해서, 남편의 죽음이 회사 업무와 무관치 않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중에 아이가 장성했을 때 아빠가 가족을 위해 이렇게 헌신하다 돌아가셨다고 말하기 위해서랍니다.

 

그런데 산재 유족보상 청구의 공동 대리인이 된 내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고인이 된 남편의 사진을 보고 싶다고 했지요. 파일로 받아 본 고인의 얼굴은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얼굴 피부가 완전히 허물어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흘러내리는 상태였습니다. 고인은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지속적으로 반도체 제조 설비의 방사선에 노출되었습니다. 당연하면서도 불행 중 다행으로 소송까지 가지 않고 산재로 인정받았습니다.

 

손바닥 위 스마트폰 액정화면이 나를 바라봅니다. 스마트폰은 못 하는 일이 없을 것 같은 첨단 기능과 사랑스러운 미모를 뽐내며 내 눈을 빨아들입니다. 농담 같지만 스마트폰은 전지전능의 첨단 기능과 사랑스러운 미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스마트폰 부품에 들어가는 반도체 공장의 젊은 엔지니어(혹은 반도체 공장의 수많은 황유미들)가 한스럽게 죽어갔는지 그 가족의 마르지 않는 눈물이 오늘도 흐르고 있는지... ‘ 게 뭔가요?’, 라고 스마트폰은 나를 유혹하는 겁니다. 이유는 단 하나, 많이 팔려야 하니까요. 그러므로 우린 서로 상품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상품으로 단절되어 있습니다.

 

 

5.

때론 맛으로, 때론 비주얼로, 때론 기능으로, 때론 로켓 속도의 배송으로... 상품은 치명적인 매력으로 유혹하지요. 그렇긴 해도 생각을 지는 맙시다. 상품의 유혹은 알 게 뭔가요?’의 다른 표현이니까요.

 

아프리카 선주민들이 부당하게 삶터에서 쫓겨났는지, 이산화탄소를 잔뜩 배출해 기후위기에 일조했는지, 공장 노동자들이 병들었는지, 원재료라고 표기된 목숨붙이 들이 학대 받는지, 로켓 속도로 배송하느라 유통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지... ‘알게 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