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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M] 장애인의 노동 및 장애인일반노조 창립준비과정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웹진 [e-품]의 <PRISM> 꼭지는 노동과 이어지는 다양한 사회운동과 관련한 내용을 싣습니다. 네 번째 글은 장애인의 노동과 장애인일반노조에 관한 글을 싣습니다. 반론과 기고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품] 편집팀(nodonged@gmail.com) 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편집자주]

 

장애인의 노동 및 장애인일반노조 창립준비과정

 

정명호

장애인일반노조 준비위원장

 

  안녕하세요.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여러분 장애인일반노조 준비위원장 정명호입니다. 장애와 노동에 글을 실을 수 있게 되어 좋습니다.

 

  제 장애상태부터 말하고 이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목 아래로는 타인의 도움 없이는 물 한 방울도 마실 수 없는 중증장애인입니다. 컴퓨터 자판도 머리에 해드포인터이라는 보조기기 통해 한 글자씩 칩니다. 이런 제가 노동을 할 수 있느냐? 의문에서 글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 입장에서 저를 볼 떼 저는 무가치 존재입니다. 그래서 일평생 중증장애인 생활시설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헌법에 보면 국민의 4의무와 권리가 있습니다.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노동의 의무 노동할 권리가 있음에도 국가, 기업은 그걸 박탈해 버립니다. 자기네들한테 이윤을 가져다주지 않으니까요.

 

  저는 10여년 장애인운동 전개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노동운동 쪽에도 많은 연대를 했습니다. 그때마다 가슴 한 구석에 커다란 돌덩이가 있었습니다. 이 사회는 중증장애인에게 노동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가? 중증장애인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말이죠. 그러다가 저랑 같은 고민을 하는 동지들과 20182월부터 노조 준비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이들 모두 하는 활동이 있었기 때문에 2주에 한번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후 여러 번 회의와 세미나를 거쳐 지난 612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준비위원회 발족식을 열고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활동하는 정명호위원장 (사진=장애인일반노조 제공)

 

  그렇다면 장애인일반노조는 앞으로 무엇을 하고 방향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로 장애인은 어떤 부문보다 실업자가 많습니다. 그만큼 정부의 정책도 잘못되었고, 기업들도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30대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1.92%입니다. 법정 의무고용률 3.1%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치죠. 우리는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고, 장애인의 고용을 늘리라는 투쟁을 전개할 것입니다. 먼저 정부를 상대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장애인 의무고용률 및 부담금의 대폭 상향조정 장애인 노동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제외 폐지 장애인 고용 안정 대책 마련 등 장애인에 대한 일자리 확대와 각종 제도의 강화를 요구할 것입니다. 또한, 사용자로서의 정부를 상대로 각 사안에 따라 단체교섭을 진행할 것입니다. 장애인 의무고용을 지키지 않는 기업들을 상대로는 법에 정한 의무고용률을 지키라는 투쟁과 사업장 내 장애인 노동에 대한 인식 개선, 편의 제공 등을 요구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그나마 일하는 장애인노동자 대부분이 50인 이하의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일하다 해고되고 승진에서 차별받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장애인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할 것입니다. ,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현장에서 받아야 하는 불이익을 우리 노조가 해결해 나가려고 합니다. 앞으로 조합원이 많아지면 이 부분이 가장 바쁜 사업 중의 하나가 되겠죠.

 

  세 번째는 앞서 언급한 최저임금 적용 제외에 문제입니다. 헌법에 인종, 성별, 장애 등의 문제로 노동을 차별하지 말라고 나와 있습니다. 최저임금이라는 것은 어떤 노동을 하든 그 사람이 먹고살 수 있는 최소한의 돈 아닙니까? 이를 생산력이라는, 자본의 이익에 얼마만큼 기여하느냐 하는 기준에 맞추어 재단하는 것은 정부가 스스로 차별을 공식화하는 것입니다. 현재 여러 장애인보호작업장 등에서 정말 말도 되지 않는 금액을 받으며 일하는 장애인이 있습니다. 그들은 일한다는 것 만으로 감지덕지하면서요. 여기서 우리는 노동에 대한 권리를 생각하게 됩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여러 권리가 있잖아요? 의식주, 시설에 안 들어갈 권리 탈시설, 이밖에도 여러 권리가 있는데, 왜 우리는 노동에 대한 권리는 흐지부지 대처할까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시행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단 세 개 국가뿐입니다. 우리 장애인일반노조는 노동의 평등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최근 사회가 가사노동에 대해 새로운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 같이, 장애가 있는 노동자의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동은 이미 사용가치가 있는 노동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권익옹호 활동도 노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왜냐. 자기 시간을 투자해서 편의시설 조사해 문제점 있으면 해당 지차체를 찾아가 면담요청하고, 안되면 기자회견 준비해서 기자회견 진행하고, 이런 게 자동으로 될까요? 아니죠. 우리 시간과 생각, 땀이 모아져 이뤄나가는 건데 이것이 노동이지 아닙니까? 그런데 국가는 이걸 노동으로 쳐주지 않습니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 중에서도 저게 무슨 노동이냐고하실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 생각들을 바꿔봅시다. 자본주의 노동 이데올로기를 깬 노동을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네 번째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중증장애인의 노동을 새롭게 정의하여 자본이 규정한 생산력에 따른 기준이 아닌, ‘일할 수 있는 만큼 일하고 필요한 만큼 가져가는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칼 맑스는 고타강령비판초안에서 각자는 능력에 따라 일하고 각자에게는 필요(욕구)에 따라 분배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최중증장애인에게는 살아 숨 쉬는 것,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노동입니다. 이는 노동자가 생산한 것의 일부를 떼어주는 자본주의의 관점으로는 도무지 해결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참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자본주의적 사고 체계를 뛰어넘는 상상력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우리 노조 준비위와 별도로 장애인노동담론 모임이 있는데, 그 모임에서도 외국 사례나 논문 등을 읽으며 치열하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장애인일반노조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이 사회의 약자, 소수자들과의 연대를 통해 모든 차별이 철폐되는 사회로 나아갈 것입니다. 여성, 성소수자, 빈민, 노점상 등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 그리고 사회복지노동자, 산업재해노동자, 이주노동자 등과의 연대를 통해 장애인노동자의 존재를 알려내고 잘못된 사회구조에 함께 싸워나갈 것입니다. 또한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등 탄압받고 소외당하는 노동자들의 장기투쟁사업장에도 적극적으로 연대해나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 사회는 속도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속도는 곧 자본가들에게 이윤을 가져다줍니다. 그런데 중증장애인들은 노동의 속도도 느리고 노동을 아예 할 수 없는 최중증장애인들도 있습니다. 따라서 자본가 입장에서는 중증장애인들은 쓸모없으니깐 사회격리(장애인 수용시설 또는 방구석) 상태로 한평생 살아가게 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사대 권리와 의무에 노동할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장애인은 노동에서 철저하게 소외되는 자본주의 구조입니다. 자본가 관점에서 저희 쪽의 노동은 가치가 없는 노동 즉, 이윤을 가져다주지 않기 때문에 노동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틀을 깨려고 합니다. 장애인 노동자이든 비장애인 노동자이든 그 노동이 평등하게 만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