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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M] 노동정치 관점에서 본 선거제도 개혁방향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웹진 [e-품]의 <PRISM> 꼭지는 노동과 이어지는 다양한 사회운동과 관련한 내용을 싣습니다. 두 번째 글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입장을 준비했습니다. 반론과 기고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품] 편집팀(nodonged@gmail.com) 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편집자주]

 

노동정치 관점에서 본 선거제도 개혁방향

 

이근원

공공운수노조 정치위원장

 

  잘 알다시피 돈이 중심이 되는 자본주의는 그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차별배제를 특징으로 한다. 남성과 여성, 백인과 흑인,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일상화한다. 차별과 배제는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기 위한 효율적인 수단이다. 비교적 작은 주식을 가지고도 재벌들이 기업을 배타적으로 장악하고, 운영하는 것처럼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선거제도 개혁의 역사는 곧 투쟁의 역사다. 참정권 운동이 처음 시작된 영국에서는 19세기 초 지주층만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었다. 노동자들은 대규모 노동운동을 통해 참정권을 요구했고, 1867년과 1884년 두 차례 선거법 개정으로 노동자에게도 참정권이 주어졌다. 흑인과 여성의 참정권은 그로부터 한참 뒤에야 가능했다. 1966년에야 미국의 모든 주에서 흑인들의 참정권을 인정했다. 여성의 경우는 스위스에선 1971, 사우디아라비아에선 불과 4년 전인 2015년에야 비로소 인정되었다.

 

  지금 민심을 반영하는 정당정치를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있다. 지금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가장 최근 치러진 2018년 광역 선거결과를 참고로 보자. 서울의 경우 민주당은 지역구 당선이 97석이고 정당지지율은 50.5%인데, 총 의석 점유율은 무려 92.7%. 자유한국당은 정당지지율이 25.2%인데, 지역구 당선이 3석이고 비례 3석을 얻어 총 의석 점유율이 5.5%밖에 되지 않는다. 대구광역시를 보면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민주당은 정당지지율이 35.78%인데 총의석 점유율은 불과 16.7%이고, 자유한국당은 46.14%이지만 총의석 점유율이 83.3%나 된다. 1등만 뽑는 선거제도 하에서 사표가 워낙 많이 발생해서 정당지지율과 의석수가 일치하지 않음으로써 민심이 왜곡되고 승자독식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그래서 선거제도를 고치자는 것이다.

 

국회 앞 선거제도 개혁 요구 피켓팅 중인 공공운수노조 정치위원회 (사진=레디앙)

 

  1993년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네덜란드는 노동조합의 지위가 강화되고,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가 이뤄지는 등 명실상부한 개혁이 진행되었다. 정치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 특히 노동자들의 경우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부자들의 정치로 인해 피해가 크다. 현재 국회는 평균자산이 40억원이 넘는 의사, 약사, 변호사 등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 부자들의 정치를 대변한다. 이들의 입장에선 각종 노동악법의 통과는 계급적 입장에서 당연하다. 또 우리나라 국회의원 중 30대 이하는 3명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과 비교해도 엄청난 차이가 난다. 우리 정치가 낡고 고루한 이유다. 여성의원 비율도 마찬가지다. 우리 국회의 여성의원 비율이 17%인데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등 복지국가들은 40%선을 넘고 있다. 이것은 모두 이들 나라들이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입장에선 특히 국회를 바꿔야 할 절박성이 높다.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동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내년 4.15 총선은 그 출발점이 되어야만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한국정치를 바꾸기 위해 모든 노력과 투쟁을 조직하는 이유다. 시민단체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노동조합이 힘을 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