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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정치의 시선

[기후정치의 시선] ‘65%’ 기준은 현실을 넘어서는 정치적 의지의 표현이다

연휴동안 글을 열심히 써주신(마감을 한참 넘긴) 김상철 필자님께 매우 감사 드립니다^^ [편집자주]

 

‘65%’ 기준은 현실을 넘어서는 정치적 의지의 표현이다

: 이재명 정부의 2035 NDC 목표 수립

 

김상철

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정치위원회 위원장

 

정치에서 장기적 전략은 가장 인기가 없는 이야기다. 특히 5년 단임제 대통령제의 한국 권력 구조는 임기 내에 정치적 응답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다 보니, 임기를 벗어나는 장기전략을 수립하는데 정치자원을 배분하지 않는다. 잘 수립해봤자 자신들의 성과라 보기 힘들고 잘 되지 않으면 오히려 잘못된 대못을 박았다는 식의 정치적 책임에 빠진다. 통상적으로 단기적 선거는 장기적 정당체제에 의해 보완되기를 기대하지만 어떤 현대 정당도 과거와 같은 장기 전략을 내세우지 않는다. 정당의 장기전략은 곧 정당의 이념적 좌표 즉 이데올로기인데 현대 정당은 곧 탈이념인 것이 미덕이고 반면 고집스러운 가치의 추구는 지루하거나 아니면 퇴행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측면에서 왜 기후위기 대응이 실패하는가라는 것은 그것에 대한 정치적 해법 자체가 진지하게 고민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미루면 책임은 커진다: 2030 목표의 실패 이후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조기대선 시기부터 이미 의미를 상실한 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크게 2가지 방향인데, 하나는 감축목표에 대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기존 산업부분에 할당되었던 감축목표를 줄여서 확정했다. 기본적으로 산업정책의 전환을 전제로 하지 않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 불가능함에도 경제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식이라는 이유로 흡수와 해외지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절충했다. 이로 인해 2023년 기준 국가 총배출량 624백만톤 중 절대 다수인 239백만톤을 차지하는 산업부분은 2030년까지 할당된 40%의 감축목표에서 기존 14.5%의 감축비율을 11.4%로 의무가 줄었다. 이는 명백하게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에서 많이 배출하는 측이 더 많이 책임진다는 책임의 원리를 위반한 것이고 결과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해당 계획을 수립하고 정부의 추진여부를 감독해야 하는 정부 기구의 태만이다. 현행 탄소중립기본법 제15조에는 ‘정부의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주요정책 및 계획과 그 시행에 관한 사항을 심의, 의결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으로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설치한다’고 정하고 동법 제16조로 14개 항목에 따른 심의, 의결 사항을 나열하고 있다. 여기에는 동법 제9조에서 정하고 있는 이행현황의 점검이 포함되는데 ‘중앙행정기관이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공공기관의 장은 부진사항 또는 개선사항이 있는 경우 해당 기관의 정책 등에 이를 반영하여야 한다’고 정해서 해당 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포함한 기후위기 대응에 실질적인 역할을 부여한다. 하지만 탄소중립위원회가 현재까지 부족한 온실가스감축과 관련하여 무언가 권고를 내리거나 이행사항에 대한 개선방안을 내놓은 적이 없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6월 조기대선이 마무리된 직후인 6월 24일에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여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재설정을 요구했다(자료집 보기). 특히 감축목표에 대해서 2050년까지 1.5도씨 지구온도 상승을 제한할 수 있는가와 기후정의 원칙에 부합하는가라는 2가지 질문을 바탕으로 2035년 기준으로 67% 이상 감축목표를 제시했다. 2030년 40%로 설정한 기존 계획에 비해 단 5년이 증가했을 뿐인데도 27% 이상 늘어난 이유는 기존 계획 자체가 과소 목표였다는 것과 동시에 2030년 산업부문의 달성 감축률이 3%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과소 달성 중인 현실이 고려되었다. 즉 언제가 할 일을 미래로 미루면 미래에 할 일이 더 많아 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제안한 2035년 67% 감축목표는 ‘그게 가능하겠나’라는 현실론을 넘어서, 감축해야만 하는 국가적 과제로 기후위기 대응 문제를 재정립하자는 제안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결국 더 나눠서 적게 책임을 나눌 수 있는 문제를 특정한 시기에 집중해서 감당하도록 전가하게 된다. 2035년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면 그 이후 15년은 훨씬 더 강력한 목표에 놓일 뿐이라는 것이다. 

 

 

모르는 사이에 진행 중인 공론화 

 

이재명 정부는 그동안 정부의 온실가스감축 과정에 대한 절차를 개선해서 공론화 방식으로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뜬금없이 오는 10월 14일에 종합토론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니 분야별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도 알 수가 없는데 갑자기 통합토론이라니 무슨 일인가 했더니 이미 지난 9월 19일부터 탄소중립위원회를 중심으로 공론화를 진행하고 있었다. 9월 19일 금요일 오후 1시에 국회에서 총괄토론을 시작으로, 9월 23일 화요일 오후 2시 30분에 전력부문, 9월 24일 오전 9시에 기아 광명 오토랜드에서 수송부문을 하는 식으로 해서 추석연휴 직전인 10월 2일 화요일 오후 2시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농축수산, 흡수원, 순환경제 부문을 하는 식이었다. 10일 남짓 하는 시간 동안 군사작전 하듯이 부문별 공론화를 마치고 추석연휴가 끝나는 14일에 최종 토론회를 개최한다는 것이다(각 분야별 발표자료는 여기서 볼 수 있다). 참가자의 면면은 더욱 가관인데, 9월 24일 기아-현대차 소하리 공장에서 진행한 수송분야의 경우만 보더라도 환경부 산하기관인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최민지 센터장이나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인 이규진 아주대 교수는 전기, 수소차 공급을 반복하고 유진투자증권이사가 전기차 공급을 위해 정부의 재정, 조세 지원을 강조하는 발제가 진행되었다. 좌장은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었고 토론자는 4명의 전기자동차 산업관계자, 1명의 정부출연기관관계자 그리고 1명의 전기차사용자협회와 1명의 녹색교통운동 활동가가 전부였다. 이들이 내놓는 급진적인 조치는 내연차의 전기차 전환으로만 한정되었는데, 2030년까지 누적 450만대를 도입해야 하는 목표에서 이제 고작 80만대를 공급한 상황에 대한 진단이나 향후 연간 60만대씩 누적해야 2030년 공급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만 반복했다. 

 

공론화 과정도 공론화 내용도 초라하기 짝이 없는데, 이와 같이 그나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적 수준의 공론화를 가로막는 것이 바로 탄소중립위원회다. 현행 탄소중립위원회는 기업 쪽 이해당사자가 많고 정부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정부출연기관의 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한다. 또한 지나치게 교수들의 비중이 높아서 시민들의 구체적인 인식을 반영하기에는 편향적이다. 무엇보다 짧은 시간에 효과적인 참여를 조직하려면 시민참여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 통상적으로 이와 같은 역량은 탄소중립위원회에 참여하는 인사들의 역량에 해당되는데, 이들이 얼마나 다양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서 거버넌스의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탄소중립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들은 내용적 전문성이 부분적으로 있을 지라도 사회적 공론화를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은 기대하기 힘들다. 기후위기비상행동과 같이 기후위기 의제에 민감한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조직 조차도 최종토론회를 앞두고 진행 중인 부문별 토론이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은 현행 탄소중립위원회가 공론화를 추진할 의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역량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무엇보다 각 분야별 공론화를 제대로 진행하려면 논의안을 사전을 공개하고 적어도 1달 정도의 자체 공론시간을 부여한 후,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는 방식과 시간, 장소를 고려하여 추진했어야 했다. 누가보더라도 현재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2035년 국가감축목표를 둘러싼 논의는 매우 제한적이고 나아가 문제적이다. 

 

 

67% 감축목표의 설정을 요구한다

 

전 세계적으로 1.5도씨로 상징되는 기후위기 대응의 실효적 기준은 무너진지 오래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아가 온도의 문제 외에 생물다양성을 비롯한 더 중요한 변화들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진단 역시 심심치 않게 이야기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절대온도를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는 것은 과학적 임계치에 대한 인정이자 인류의 생존을 위해 인류가 정치적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선언이다. 이재명 정부는 주가지수 5000이 상징하는 경제성장을 기후위기 대응 앞에 놓았다. 그나마 윤석열 정부처럼 노골적이진 않겠지만 오히려 더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비관론을 강화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이재명 정부의 임기가 2030년까지의 목표를 실제로 달성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이미 낙제점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실패한다면 그 다음의 2040년 목표는 80%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 30년 동안 해야 할 일을 15년 동안 해야 되는 셈이니 2030년까지의 40% 목표를 갑절로 해서 다음 세대로 떠넘기는 몰염치이고 더 이상 손 쓸 방도가 없다는 비관과 더불어 민주적 방식 대신 강제적인 방식으로라도 목표에 달성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방법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2030년 감축목표의 실패를 전제로 하는 2035년 67% 목표는 역설적으로 지금이라도 2030년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한다면 손쉬운 목표일 수 있다. 즉 2030년에 40% 감축목표를 달성하면 나머지 기간의 27%는 감축의 경향성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가능할 수 있다. 앞서 수송부문의 예를 들었지만 2011년 정부가 수립한 그린카 공급목표 상 2020년의 누적 전기차 공급계획은 129만대 였지만 실제로는 4만 6천대에 불과했다. 마찬가지로 2021년에 수립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상 2030년까지 450만대의 전기차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절반이 지난 지금까지 공급한 양은 80만대에 불과하다. 애당초 전기차 중심의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런데도 개인자동차의 수요억제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고, 이를 위해 필요한 공공교통의 확충이라는 목표는 제시되지 않는다. 전기차 공급은 20년 가까이 실패한 전략이고 공공교통을 통해서 수요전환을 꾀하는 방식은 여지껏 시도되지 않은 방법이다. 급하다면 실패한 전략을 반복해야 할 까, 아니면 그동안 채택하지 않은 방법을 고려해야 할까. 실패한 방식을 통해서 더 큰 실패를 누적하기 보다는 오히려 정책 수단의 전환을 통해서 새로운 교통전환의 경향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 낫지 않나라는 것이고, 이는 결국 기후위기 대응이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종합한다는 책임회피가 아니라 어떻게 목표를 민주적으로 달성할 것인가라는 통치의 문제로 이어진다. 공론은 단순히 합의의 과정이 아니라 토론과 설득의 과정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 논의는 합의는 고사하고 이 정부가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무능의 증명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형식적인 공론화를 멈추고 도대체 정부는 어떤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밝히고 그에 대한 논의를 공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현재 정부사이트에서는 국민의 의견을 듣는다고 하는데도 200개가 되지 않는 의견이 올라왔을 뿐이다. 특정 지역의 지역발전소 설립 반대 의견을 제하면 실제 의견은 100개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정말 한심한 지경이긴 한데, 그래도 이 사이트에 형식적인 공론화를 중단하라고 남겨 두는 것이 현 시기에 가장 최소한의 알리바이가 될 것 같다. 


* 의견을 남길 사이트: https://opinion.2050cnc.go.kr/main.do?pageNo=1
** 9일 현재 기준으로, 14일로 예정되었던 종합토론회는 잠정적으로 연기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