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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M] 2020년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당신을 만나기를 바라며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웹진 [e-품]의 <PRISM> 꼭지는 노동과 이어지는 다양한 사회운동과 관련한 내용을 싣습니다. 이번 글은 서울퀴어퍼레이드 신임 집행위원장이 되신 현주님의 글을 싣습니다. 갑작스럽게 드린 부탁에도 선뜻 기고해주신 현주님께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편집자주]

 

2020년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당신을 만나기를 바라며

 

현주

서울퀴어퍼레이드 집행위원장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대한 경험이 다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행사 이름 자체가 낯선 분들도 있을 것이고, 한두번 참여해봤지만 여전히 낯선 분들도 있을 것이고, 매년 행사를 손꼽아 기다리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아직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퀴어란 단어가 낯설 일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저는 글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소개하고, 노동 운동과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어디서 접점을 가지며 서로 연대해야하는지 필요성에 대해 서술하고, 마지막으로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연대에 있어 어떤 장이 되었으면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이하 축제)200050여명의 성소수자들이 대학로 거리를 행진했던 것을 시작으로 매년 빠지지 않고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문화행사입니다. 한국 사회에 성소수자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알리고 성소수자와 관련된 문화컨텐츠 향유에의 제약을 해소하며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해소와 같은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이루어 내기 위한 공개문화행사입니다.[1] 축제는 매년 성장을 거듭하여 연인원 10만명 이상이 오가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단위의 공개문화행사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떠올리면 음악이 나오는 차량과 함께 사람들이 즐겁게 행진하는 퍼레이드(자긍심 행진)를 직관적으로 떠올립니다. 그러나 축제에는 퍼레이드 외에도 영화제, 전시, 토론회, 강연회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고 담론을 형성하는 장을 마련함으로써 한국 사회를 더욱 평등한 곳으로 만드는 데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2018년 퀴어문화축제 (사진=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의 삶을 접할 기회가 부족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 성소수자는 없다는 말을 하고는 합니다. 역설적이게도 그 말은 주변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성소수자들이 더욱 자신을 드러내기 힘들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성소수자를 소수자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로 그들을 찾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 때문에 사회적으로 부당한 차별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결혼제도가 법적으로 이성간의 관계로 맺어져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이여도 동성 커플은 부부가 갖는 법적 권리를 누릴 수 없으며,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이성간 성접촉으로 인해 HIV/AIDS에 감염된 경우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남성 동성애자들이 에이즈의 주범인 것처럼 낙인 찍혀 있는 등 성소수자들은 평등한 대우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많은 성소수자들이 한국에서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성소수자는 고용상에 있어서, 일터에서 다양한 차별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성소수자란 이유만으로 해고당하는 등의 불이익만이 차별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주말에 무슨 일을 했냐고 물어볼 때에 자신의 성소수자 파트너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음을 말하지 못할 때와 같이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들도 차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동자로 일하고 있기에 일터에서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는 일은 당사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서로간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연대가 가능해진다고 믿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일터가 큰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단결한 노동자의 힘으로 평등한 세상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를 포괄하고 이들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축제는 다양한 정체성과 성적지향을 가진 수많은 성소수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입니다. 평소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포함하여 자신의 삶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을 어렵게 느끼던 당사자들이 모여 해방감을 느끼며 자신에 대한 긍정과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축제 현장에 설치된 다양한 부스들을 통해서 해당 시기에 한국 사회에서 특히 조명받고 있는 주제가 어떤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정체성과 그에 대한 담론이 있다는 것을 각 부스에서 성심 성의껏 준비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각 부스 참여자들의 취지에 공감하며 그 자리에서 후원을 함으로써 그 단체 및 모임의 활동에 보탬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민주노총 또한 2015년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처음으로 서울광장에서 행사를 진행할 때 환영 성명을 냈던 이래로 부스, 행진, 행진 코스내에 현수막 게시, 타투스티커 등의 굿즈 배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연대함으로써 많은 성소수자들이 민주노총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2018년 서울퀴어문화축제 (사진=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축제 행사장에서 참여자들이 자신을 꾸미는 방식이나, 자신의 즐거움을 표출하는 방식을 보며 불편함을 느낄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지금까지 사회가 강제해왔던 성별 규범에 순응하지 않는 모습을 봄으로써 즉각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며, 우리가 더욱 다양성을 포용하는 평등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불편함을 느끼는 것들도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서울퀴어문화축제는 더욱 탄탄한 운영을 위하여 사단법인 설립 신청을 했지만 서울시는 조직위의 정관과 사업 계획에 성소수자평등이 언급되기에 조직위는 문화단체가 아니다등의 답변으로 문화본부를 소관부서로 지정하는 것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여년동안 서울시를 근거지로 문화 및 예술 발전에 기여해온 역사를 철저히 지우는 서울시의 행보는 지난 2015년 이래로 쉽지 않았던 서울광장에서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누가 역사를 뒤로 퇴행시키고 있는지, 평등한 사회로 다가가는 걸음을 누가 가로막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보다 평등한 세상을 위해, 노동운동과 성소수자 인권 운동이 더욱 깊은 연대를 맺기를 바라며, 내년 2020년의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이 글을 읽는 당신을 만나기를 바랍니다.

 


[1] www.sqcf.org 서울퀴어문화축제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