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사회노동교육원 웹진 [e-품]의 꼭지는 노동과 이어지는 다양한 사회운동과 관련한 내용을 싣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나타나는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대한 글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
코로나와 이주민 차별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인종차별을 극복해야 한다
정영섭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작년 12월에 중국에서 정체불명의 폐렴이 보고되고 1월 중순 국내에서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이래 석달 째 코로나19에 대한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노동 등 모든 영역에서 인류를 시험대에 들게 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BC, Before Corona)과 이후(AC, After Corona)로 시대를 나눌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100만 명이 넘게 감염되고 5만 명이 넘게 사망한 상황에서 바이러스는 여전히 확산되고 있고, 특히 노인, 빈민, 장애인, 이주민·난민,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의 건강과 안전, 생계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 이주민들은 각종 대책에서 배제되고, 혐오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 진단 검사, 확진자 조기 발견과 치료, 정보 공개, 유증상자 자가격리, 각종 예방정책 등 의료적 대응에서 한국 사례가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지만, 재난 시기 정책의 보편성과 포괄성에 있어서는 오히려 차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출신자, 이주민 전반에 대한 혐오
우선 사태 초기에 언론의 혐오성 보도가 심각했다. <헤럴드경제>는 “르포/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가래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 ‘위생불량 심각’”이라는 기사를 통해 대놓고 중국동포들을 바이러스와 연결시키고 혐오정서를 조장했다. 어느 재래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을 특정 이주민집단의 문제로 낙인찍는 전형적인 인종차별 기사였다. 이와 유사한 보도가 여럿 있었다. 또한 WHO에서 분명히 지역을 언급하는 전염병 이름을 써서는 안된다는 규정 하에 COVID19로 명명을 했지만 일부 정치권과 언론은 우한폐렴 혹은 중국폐렴을 고집했다. 중국인을 입국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뚜렷한 방역대안이 될 수 없는데도 이를 일부에서 반복적으로 선동해서 혐오를 증폭시켰다. ‘중국인 출입금지’혹은 ‘외국인 출입금지’를 공공연히 붙여 놓은 식당이나 가게들도 초기에 많았다. 스파에 출입을 금지당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런 혐오는 다시금 그대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유럽, 미국 등 서구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 혐오발언과 행위가 크게 늘었고 그 피해는 중국인, 한국인, 일본인, 베트남인 등을 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구에서 한국인이 입은 인종차별 피해에는 분노하면서 국내에서는 중국출신자들과 이주민을 차별하는 것은 자기모순일 뿐이고 코로나를 극복하는 것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재난 상황에서 공동체 내부의 이방인 혹은 적을 설정하여 공격하고 배제하려는 경향을 제어할 수 있어야 사회적 결속과 역량을 모아 사태를 해결하는 데에도 유효할 것이다. 모든 혐오발언과 행위를 규제하는 조치를 정부가 시급히 취해야 한다.
정보 제공에서의 소외
코로나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것은 사회구성원들의 방역 참여에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사람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확진자가 발생했고 동선에 어떠했는지 알아야 하고, 예방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고 증상이 발생하면 어디에 문의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또한 마스크를 어떻게 구매하고, 보건소는 어디에 있는지 개학 연기 상황은 어떤지, 아이돌봄 지원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등 알아야 할 정보가 많다. 중요한 정보를 정확히 제공받으면, 가짜뉴스로 인한 불안과 공포도 없앨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사태 초기에 코로나 예방수칙, 자가격리 수칙 정도만 이주노동자 16개국 언어로 번역하여 배포했을 뿐, 그 외에는 하지 않고 있어서 이주민들이 정보 소외, 차별을 겪고 있다. 매일매일 필요한 정보를 다국어로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이주민들이 스스로 방역에 참여할 수 있고 예방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정책이다. 이주민들이 많이 보는 하이코리아, 다누리포털, 서울시의 MySeoul 앱 등을 통해 정부가 통번역 인력을 활용해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므로 이제라도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
공적 마스크 불평등
마스크가 ‘금스크’가 되자 정부는 조달을 통해 약국 등에서 ‘공적 마스크’를 판매키로 하였는데 중복구매를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건강보험 가입자에게만 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250만 이주민 가운데 절반은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 사업주가 직장가입을 해주지 않은 이주노동자, 체류기간이 6개월이 안되어서 지역가입을 하지 못한 이주민, 지역가입이 2021년 2월까지 보류된 유학생, 미등록체류자 등이 그러하다. 가입이 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주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하기에 약국에 갈 시간도 없어서 구매가 어렵다. 그러니 ‘마스크조차 차별받아야 하나’라는 자조섞인 얘기가 나왔고 이주인권 단체들이 공동으로 이런 정책을 비판하고, 여권 확인 같은 대안적 구매방식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이는 바뀌지 않고 있다. 문제제기가 많이 되니 일부 지자체들에서는 KF마스크가 아니라 필터교체식 면마스크가 덴탈마스크 등을 확보하여 이주민지원단체 등을 통해 배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불평등은 여전하다.
재난지원금에서의 배제
사태가 장기화되어 경제가 위축되고 사람들의 소비활동도 줄어들고 실업도 늘어나자 서울시를 필두로 긴급생활비지원 류의 정책이 발표되었다. 경기도는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하였고, 중앙정부에서도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였다. 많은 지자체도 잇따라 이런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주민은 배제되는 형국이다. 특히 경기도는 명시적으로 ‘외국인 제외’라고 발표하였다. 즉 이주노동자든 동포든 결혼이주민이든 10년을 살았든 20년을 살았든 국적자가 아니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시와 중앙정부는 내국인과 가족관계를 가지고 있는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다고 했고 이 역시 많은 이주민을 배제하는 내용이다. 하도 이 사회에서 설움을 겪으며 살아오다보니 이런 돈은 안받아도 된다는 이주민도 있지만, 대다수 이주민들은 왜 세금 낼 거 다 내고 생산과 소비, 사회활동에 다 기여해 왔는데 우리를 배제시키냐며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이런 재난지원금에서 이주민을 제외하는 근거는 명확한 것이 없다. 아마도 ‘우리도 어려운데 외국인까지 챙겨야 하냐’는 인식을 못넘어선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주민을 배제하는 정책은 제도적 인종차별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이나 일본은 이주민에게도 현금지원을 했고, 현재 코로나 위기에서 포르투갈은 모든 이주민에게 일시적 시민권까지 부여하고 있다.
차별 극복이 코로나 종식에도 도움될 것
바이러스는 인종,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재난이 이주민을 빗겨가지 않는다. 코로나 종식을 위해서는 사회구성원 모두의 참여, 모든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코로나를 계기로 이제까지와 다른 사회를 만드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주민 역시 공동체의 성원으로 당연히 인식하고 차별없이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인종차별을 줄이고 연대의식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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