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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꺼리] 좌충우돌 수영이 아빠 되기_ (8) 뜨거운 동지애

 

얼마 전이 수영이 생일이었습니다! 처음 만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 번째 생일이네요! 수영이 생일을 다같이 축하해 주세요^^! [편집자주]

 

뜨거운 동지애

 

조경석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서울 회원

 

  수영이를 처음 봤을 때 기억이다. 호출을 받고 분만실로 들어간 나는 허둥대고 있었다. 처음엔 간호사님과 아이가 같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근데 아이가 보이질 않았다. 간호사님이 내게 뭔가를 큰 소리로 설명했다. 내겐 그저 웅웅 거리는 소리일 뿐이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이지만 어떤 엷은 막이 있어서 나만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았다. 머릿속으로 도대체 아기는 언제 오지? 어디 있지?’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간호사님이 보고 있는 차트 뒤로 무언가... 아주 작은 것이 얼핏 보였다. 그때쯤 아빠가 제정신이 아닌 걸 알았나 보다. 간호사님이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아이를 잘 볼 수 있도록 몸을 비켜 주었다. 그리고 손으로 아기를 가리켜 가며 설명을 이어갔다. 처음부터 아기는 거기에, 간호사님과 함께 있었다. 나만 못 보고 있었다. 인큐베이터 속 수영이는 정말 작았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작았다. 꼬물 꼬물...! 요 이쁜 놈!

 

수영이와 첫 만남! 아직도 생생하다^^

 

  생일날 아침에 수영이는 깨자마자 엄마를 흔들었다. 그리곤 푹 안겼다. 지니는 수영아! 두 번째 생일을 축하해라고 말하고 ‘happy birthday to you’를 불러줬다. 잠결이었음에도 질투가 나서 뭐야! 둘이서만!’ 항의했다. 불쌍했는지 엄마와 세레머니가 끝나자 수영이가 내게로 와서 아부지하며 안겼다. 나는 아기상어 생일 축하해를 불러줬다. ‘자다가 이게 뭔 짓인가라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하지만 수영이가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수영이는 자기 생일날인 걸 아는 것 같이 행동했다. 잠결 속 축하 세레머니가 끝나고 조촐한 생일상이 차려졌다. 흰 쌀밥과 미역국 그리고 시금치나물과 동그랑땡. 아마도 지니가 새벽에 일어나 준비한 것 같다. 엄마 고생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영이는 미역국을 먹기보다는 손을 담가 장난치는데 정신이 팔려있었다. 그래도 두 번째 생일 지냈다고 수영이 행동이 이전보다 눈에 띄게 달라졌다. 물 컵 뚜껑 여는 것처럼 아빠에게 대신해달라던 일들을 스스로 알아서 한다. 생일 선물 받은 (겨우 페달에 다리가 닿는) 세발자전거를 곧잘 탄다. 말하는 것도 두 단어를 이어서 문장으로 (간혹!) 말한다. 대게는 아빠 물!’ 같이 요구사항을 말한다. 잠꼬대도 한다. 자면서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를 호명한다. 본능인지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것도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뭔가를 옮겨서 그걸 딛고 올라가지 말라는 곳을 기필코 올라가려고 한다. 그러다가 들키면 그 자리에서 가만히 얼음외치는 것처럼 있다. 말귀를 알아듣는 것은 놀랍다.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목욕시키면서 장난삼아 세수는 수영이가 해라고 했더니 세수 같은 세수를 한다. 우연인가 싶어 목도 닦아야지하니 목도 닦는다. 아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수영이는 더 많은 것을 알아듣는 것 같다. 물론 욕조에서 더 놀겠다고 버티다가 눈물 바람으로 끌려 나왔지만.

 

 

지니가 새벽에 준비한 수영이 생일상

 

  인큐베이터 안에서 꼬물거리던 수영이가 이렇게 컸다. 짧고도 긴 2년 동안 (모든 아이 키우는 집이 마찬가지겠지만) 셀 수 없이 울고 웃는 일들이 있었다. 수영이 첫 돌잔치에서 지니는 신랑에게 부부로서 애정보다 동지애를 더 느낀다라는 소감을 말했다. 그때는 공감하면서도 뭔가 섭섭했다. 하지만 내가 육아휴직을 하면서부터는 그 말뜻을 뼈저리게(!) 공감한다. 수영이는 나라도 팔아먹을 만큼이쁜 존재이다. 그렇지만 새벽 내내 세상 떠나가도록 울 때, 하지 말라는 위험한 짓을 굳이 하겠다고 할 때, 그걸 막는 아빠 손가락을 있는 힘을 다해 깨물었을 때, 저체중이면서 굳이 받아먹은 밥을 퉤하고 뱉을 때, 집안은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을 때, 그걸 치우는 아빠 다리에 매달려 ~(버스)’ 보러 가자고 떼를 쓸 때는 모두 집어치우고 도망가고 싶어진다. 꼭 이렇게 영혼이 털릴 때만이 아니다. 종일토록 아이와 둘만 있는 고립감, 끊임없이 반복되는 집안일에서 오는 피곤함 그리고 여기저기 뼈마디에서 삐걱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자기야! 언제 와?’ 소리가 절로 나온다.

 

가족이 된 지 2년이 됐어요!^^!

 

  수영이 태어나고 첫 돌까지 시간이 1/2배속으로 느려졌다. 내가 육아휴직 들어간 이후부터는 1/10배속으로 더 느려졌다. 그 느린 속도로 아홉 달을 넘어서고 있다. 석 달 후에는 혼란 속에 빠진 일터로 복귀한다. 남은 시간 동안에 혼돈의 육아와 혼돈의 일터 사이에서 내가 혼돈에 빠지지 않게 준비해야 한다. 앞으론 지니와 내가 이전엔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국면일 거다. 하지만 어디에선가 외쳤던 구호처럼 동지를 믿고! 나를 믿고! 끝까지 투쟁해서! 반드시 승리하자!’ 다짐하고, ‘더 뜨거운 동지애로 잘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투쟁!

 

귀염귀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