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사회노동교육원 웹진 [e-품]의 <단!마디> 꼭지는 평등사회노동교육원 단병호 대표(민주노총 지도위원, 17대 국회의원)의 노동 및 사회현안에 대한 논평과 제언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
비정규노동자가 투쟁의 중심에 서다
2019. 07.
2019년 7월 3일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전면적인 투쟁을 전개할 것을 선언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전국에서 올라온 공공부문 비정규노동자 5만여 명은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가진 뒤 청와대까지 가두행진을 벌렸다. 비정규노동자운동 20년 역사에서 가장 크고 위력적인 투쟁이었다.
비정규노동자 문제는 신자유주의의 핵심인 노동유연화 정책이 추진되며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비정규노동자 문제가 노동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되기 시작한 것은 IMF세계경제위기 때부터이다. 물론 이전에도 비정규노동자는 있었지만 고용과 차별이 크게 문제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정부와 자본이 IMF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부터 비정규노동자 문제는 노·정, 노·자 간의 갈등의 중심이 되었다. 이후 20년 동안 있었던 노동자의 크고 작은 투쟁은 대부분 비정규노동자 문제와 연관되어 있었다.
그러나 비정규노동자 문제의 중요성에 비해 위력적이고 지속적인 투쟁을 이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화물연대노조가 대정부적 전사회적 파급력을 불러일으켰던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비정규직노동자 투쟁이 분산되고 고립된 상태에서 주체들만의 완강한 투쟁으로 전개되었던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여기에는 우선 비정규노동자가 스스로 조직과 투쟁의 주체화가 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과 정규직노동자가 이 문제를 받아 안고 적극적인 투쟁에 나서는데도 역시 어려움이 있었던 점이 크게 작용했다. 정부와 자본은 노동진영의 이러한 한계에 편승해 비정규노동자 문제를 더욱 악화시켜왔던 것이다.
7.3 공공부문 비정규노동자 총파업투쟁은 무엇보다 그간의 한계를 딛고 일어섰다는 측면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나는 그날 연대 앞줄에 앉아있지 않고 집회대오의 옆과 뒤를 오가며 나름대로 유심히 관찰해 보았다. 그날 광화문 집회는 이전의 집회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노동자들은 지도부의 발언 하나하나를 경청해 들었다. 내뻗는 팔뚝질에도 힘이 들어있었다. 이런 그들의 모습에서 절박함과 분노를 읽을 수 있었다. 그들은 분명 투쟁의 객체가 아니라 투쟁의 주체였다.
7.3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 투쟁이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는 지금으로써는 속단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 역시 비정규직노동자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 본질적으로는 지난 정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바꾸게 하는 것과 마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이번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 투쟁의 승패는 민주노총 1백만 조합원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입하느냐에 따라 결판날 것으로 본다.
비정규직노동자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가 총파업으로 투쟁의 포문을 열었다면 이 투쟁을 승리로 이끌고 이 투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민주노조운동이 재도약의 길로 나가는 것은 민주노총의 역할이다. 우선 현재 진행 중인 투쟁을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그 동안 수없이 많은 비정규직노동자 투쟁이 있었지만 완전한 승리를 이뤄내지는 못했다. 그로인해 비정규직노동자운동은 의기소침할 수밖에 없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 투쟁을 통해 그런 어두운 그늘을 말끔하게 걷어내야 한다.
다음은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운동을 민간부문 비정규직노동자운동으로 신속하게 확장해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 조직화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그에 비해 민간부문 비정규직노동자 조직화는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물론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 조직화가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데는 정치 지형과 환경의 변화가 크게 작용했지만 그에 비해 민간부문에서는 노동조합 자체를 부정하는 자본이 여전히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어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의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운동이 민간부문 비정규직노동자운동으로 연결되어 나가지 못한다면 비정규직노동자운동은 또 다시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이야 말로 비정규직노동자 조직화를 위해 민주노총이 가지고 있는 인적·재정적 역량을 총동원해 비정규직노동자 조직화운동에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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