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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마디] 서울대병원분회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투쟁 사례를 확산해야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웹진 [e-품]의 <단!마디> 꼭지는 평등사회노동교육원 단병호 대표(민주노총 지도위원, 17대 국회의원)의 노동 및 사회현안에 대한 논평과 제언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서울대병원분회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투쟁 사례를 확산해야

 

2019. 09.

 

  지난 93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와 서울대병원은 환경미화소아급식경비운전주차승강기 안내 업무 등에서 근무하는 파견용역 노동자 614명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할 것을 합의했다. 전국 15개 국립대병원 중에서는 비정규직을 정규직 직접고용으로 전환한 첫 사례이다. 그 동안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자회사를 만들어 채용하는 방식을 고집해 왔다. 때문에 이번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의 사례가 이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전환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에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가 이뤄낸 파견용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오랜 기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투쟁을 전개해 온 결과수 있다. 서울대병원분회는 IMF경제위기 이후 20년 동안 비정규노동자 문제를 임금교섭과 단체협약교섭 때마다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매년 가장 중요한 문제로 다루어왔었다. 이런 지속적인 투쟁을 통해 노동자(특히 정규직노동자)들에게는 비정규직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와 사명감을 가지도록 하고, 병원 측에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결코 안정적인 노사관계는 이뤄질 수 없다는 위기를 느끼도록 압박해 온 결과라는 점에서 비정규직 투쟁의 모범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서울대병원 노사합의 (사진=노동과세계)

 

  그리고 이번에 의료연대본부가 만들어낸 값진 성과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하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쟁취할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좋은 선례를 남겼다. 그 동안 많은 사업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한 투쟁이 있었지만 타타대우상용차지회와 상신브레이크 등의 몇몇 사례를 제외하면 그 결과는 그리 신통하지 않았다. 대부분 정규직 노동자의 형식적이고 소극적인 지원으로 그치거나, 몇몇 사업장에서는 투쟁과정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극심한 갈등을 낳기도 했다. 심지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렵게 투쟁해서 사측으로부터 정규직화의 합의까지 이끌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직의 극렬한 반대로 인해 정규직화가 무산된 뼈아픈 사례도 있었다.

 

  이런 그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었던 데는 서울대병원분회의 정규직 노동자들의 지난한 투쟁과 함께 보건의료노조와 의료연대본부 소속 노동자들이 함께 연대해 전국 15개 국립대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5천여 명의 간접고용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벌인 투쟁도 크게 한몫했다 할 수 있다. 이번 투쟁으로 그간에 있었던 반목이 엷어지고 서로에 신뢰가 구축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이 또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에 못지않은 값진 결과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에 서울대병원에서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노사가 합의함으로써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화라는 허울뿐인 정규직화의 방침은 더 이상 힘을 갖기 어렵게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우선적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완전 정규화로 전환하겠다는 말에 비정규 노동자들은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이었다. 정부는 더 이상 허울뿐인 방침을 고집함으로써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비정규노동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줘서는 안 된다. 정부 방침을 직접고용 정규직화로 수정하든지 아니면 최소한 기존의 자회사 설립 채용 방침을 철회하고 노사의 완전한 자율적인 협상에 맡겨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계는 이번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기 이뤄낸 성과와 의미를 잘 수렴해 전조직적으로 확산시켜나가는 일이라 하겠다. 노동자 계급 내에 나타난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은 노동운동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핵심과제이다. 그러나 그 대응은 그 중요성에 미치지 못했고 성과 또한 만족할 만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 없이는 전체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은 없다’, ‘정규직 노동자가 나서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그 필요성과 가능성을 전체 노동자가 받아 안아 비정규노동자의 차별 철폐와 정규직화 투쟁이 다시 한 번 크게 일어날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