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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M] 전태일을 불러내야 한다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웹진 [e-품]의 <PRISM> 꼭지는 노동과 이어지는 다양한 사회운동과 관련한 내용을 싣습니다. 첫 번째 시작을 전태일열사 50주기를 앞두고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분의 글로 준비했습니다. 반론과 기고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e-품] 편집팀(nodonged@gmail.com) 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편집자주]

 

전태일을 불러내야 한다

 

한석호

전태일재단 50주기 사업위원장

 

  한국 현대사 100대 위인 중 하나 전. . . 그 이름 앞에는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극소수 몰지각한 인간이 시비를 걸기는 하는데, 보수를 대변한다는 이른바 조··동도 전태일을 아름다운 청년이라 한다.

 

  어째서 전태일 이름 앞에는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붙었을까. 모두가 인간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마지막 결단이 배경일 것이다. 근로기준법을 지키며 세금도 정당하게 납부하는 모범기업 꿈도 배경일 것이다. 그런데 왠지 이것들은 아름다운보다 철의 투사또는 사회연대경제 선구자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아름다운 청년수식의 결정적 배경은 풀빵으로 표현되는 인간 사랑이 아닐까 싶다.

 

  당시의 평화시장 열서너 살 어린 시다들은 하루 14시간 안팎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배가 고팠다.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는 점심 한 끼 때우는 것에도 부족했고, 그것마저 없는 시다도 있었다. 수돗물로 허기를 채워야 했다. 전태일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배고픈 청년이었다. 제 배 하나 채우는 것도 버거웠다. 그럼에도 전태일은 제 차비를 털어 시다들에게 풀빵을 사줬다. 그러고서 늦은 밤 평화시장에서 창동까지 3시간 가까운 거리를 휘청휘청 걷고 뛰며 퇴근했다. 일상에서의 연대고 나눔이고 사랑이었다.

 

  내년, 그러니까 2020년은 전태일 50주기다. 전태일재단은 전태일의 뜻을 따르는 노동시민사회와 함께 50주기 실천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이미 시작했다. 전국 극장에 걸릴 애니메이션영화 <태일이> 범국민 제작 운동이다. 1인당 1만원을 참여하면 영화 자막에 이름을 넣기로 했다. 민주노총 전 위원장 단병호를 비롯한 노동시민사회,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배우 염정아, 광주 풍양초등학교 학생들, 박원순 서울지장 등 남녀노소 각계각층이 참여하고 있다. 노동조합들은 조합원 모금운동 등의 방식으로 합류하고 있다.

 

  전태일 50주기 운동의 한 방법으로 양극화 극복 캠페인도 구상하고 있다. 풀빵기금을 모아 미조직 노동자와 비정규직·하청노동자의 조직화에 사용하는 계획도 있다.

 

  출판사 10여 곳이 전태일 50주기와 연동해서 각각 1권씩 책을 출판하기로 했다. 내년 메이데이에 출간할 계획으로 책을 기획하고 만들어 가는 중이다. 기독교에서는 전태일과 기독교운동이라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연극, 노래 등으로도 전태일 50주기가 진행될 것이다. 몇몇 언론사도 전태일 50주기 기획을 고민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5.18 40주기 및 전태일 50주기를 엮어서 5.18노동자 조형물을 구상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전국 곳곳 각 부문에서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면서 전태일, 그리고 전태일의 꿈을 불러내려 한다.

 

  전태일을 불러내어 극단의 양극화 문제를 드러내려 한다. 노동마저 위아래로 극명하게 갈라진 현실을 드러내려 한다. 전태일의 꿈을 끄집어내서 양극화와 노동분단의 해소 및 노동존중사회를 향한 물결을 만들려 한다.

 

  대한민국은 토대가 갖춰져 있다. 경제력은 세계 11위다. 촛불로 대통령을 탄핵하고 감옥에 보낸 국민이다. 문화는 한류열풍을 일으킬 만큼 강하다. 너도나도 음식물 쓰레기를 남겨 골치가 아플 정도로 먹고사는 것도 일정하게 갖춰진 사회다.

 

  문제는 경쟁 일변도의 사회 체계와 그것에 물들어 있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그것을 바꿔야 한다. 그것을 바꾸는 사회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50년이 지난 전태일과 전태일의 꿈을 불러내려는 이유다.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 제작 범국민 모금운동 포스터 (전태일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