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사회노동교육원 웹진 [e-품]의 <단!마디> 꼭지는 평등사회노동교육원 단병호 대표(민주노총 지도위원, 17대 국회의원)의 노동 및 사회현안에 대한 논평과 제언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
거꾸로 달리는 윤석열 대통령
2023. 8.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 물속으로 가는 비행기 하늘로 나는 돛단배/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 위로 오늘도 애드벌룬 떠 있건만/ 포수에게 잡혀 온 붕어만이 한숨을 내쉰다/ 남자처럼 머리 깎은 여자 여자처럼 머리 긴 남자/ 가방 없이 학교 가는 아이 비오는 날 신문 파는 애/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위로 오늘도 애드벌룬 떠있건만/ 태공에게 잡혀온 참새만이 긴 숨을 내쉰다/
한여름에 털장갑 장수 한 겨울에 수영복 장수/ 번개소리에 기절하는 남자 천둥소리에 하품하는 여자/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위로 오늘도 애드벌룬 떠있건만/ 독사에게 잡혀온 땅꾼만이 긴 혀를 내두른다/ 독사에게 잡혀온 땅꾼만이 긴 혀를 내두른다.”
어느 한 소절도 아귀가 맞지 않는 노랫말이다.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의 원곡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저항 가수 밥 딜런의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두 번 생각하지 마세요 괜찮아요)’이다. 74년 저항 가수 양병집이 이 노래를 유신시대의 시대적 상황을 풍자해 번안 했다. 양병집은 ‘역(逆)’( 양병집은 김민기, 한 대수와 함께 70년대 저항 가수 3인으로 꼽힌다.[필자주])이란 제목을 붙여 노래를 내놓았는데, 3개월 만에 금지곡이 찍혀 대중화까지는 되지 못했다. 95년 김광석이 다시 가사 일부를 개사해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로 불러 대중화시켰다.
왠 한가롭게 노래 타령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노래에 얽힌 사연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고 있으면 이 노랫말이 절로 생각나기 때문이다. 87년 민주항쟁은 역사 발전의 변곡점이 되었고, 이후 세상은 때로는 더디게 때로는 급박하게 많은 변화 발전을 이루어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에 와서 40년 동안 굴려온 역사 발전의 수레바퀴는 멈춰졌고, 참담했던 과거로 되돌려지려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극우세력의 선봉장이 되어 이념과 사상 투쟁에 골몰하고 있다.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모든 사람은 적대적 대결의 상대로 생각하는 듯하다. 대통령의 본분을 던져버린 것 같다. 대통령의 언어도 저급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걸핏하면 ‘체제 전복세력’ ‘반국가 세력’ 등의 막말에 가까운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있다.
이런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광주시의 정율성 추모 공원 조성 반대로 확전되어 나타나고 있다. 육군사관학교에 그동안 멀쩡히 세워져 있던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느닷없이 옮기겠다니 참으로 어쳐구니없는 짓이다. 자유시 참변에 연류 의혹이 있고,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에 빨치산 신분으로 참가했고, 소련 공산당에 가입해 활동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흉상을 육사에 두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게 이유다.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다.
이미 역사적 평가가 끝난 것을 다시 뒤집으려는 것치고는 명분이 너무 저급하고 치졸하다.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전력은 일본제국주의로부터 국권을 되찾기 위한 독립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리고 사실관계도 분명하지 않은 것을 가지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특히 홍범도 장군은 43년 해방 이전에 이미 사망했고, 북한이나 6.25 한국전쟁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부관참시도 정도껏 해야 한다.
지금이 어느 땐데, ‘반공을 국시의 제일로’하는 70년대 반공 놀이를 21세기에 똑 같이 하겠다고 하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생각이 다르고 관점이 다르면 그것이 국민 다수라 해도 매카시즘으로 낙인찍어 몰아붙이는 게 윤석열 식의 자유민주주의라면 단호히 반대한다.
윤석열 정부는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저급한 방법을 동원해 난리법석을 떠는 것일까? 단순히 전정권의 흔적 지우기에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무슨 더 큰 목적이 숨겨져 있는 것이 분명하다.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는 대한민국임시정부 광복군의 이름으로 치룬 국가와 국가 간의 전쟁이다. 홍범도 장군은 대한광복군 사령관으로서 국가의 부름에 따라 대일전쟁을 수행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려하고 있다.
헌법 전문은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군은 대한광복군의 정신과 법통을 당연히 이어받아야 하고, 그것이 헌법정신에도 부합한다. 이치가 이러한데도 이토록 기를 쓰며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옮기겠다는 것은 진짜 이유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수 세력은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건국일로 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이번 홍범도 장군 흉상을 옮기려는 것은 건국일을 바꾸겠다는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진행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용서받지 못할 반역사적 행위를 국민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시대를 되돌리기 위한 그림자는 여러 곳에서 어른거린다. 요즈음 전국 곳곳에서 묻지마 폭력이 일어나고 있어 국민은 하루하루를 불안 속에 살고 있다. 이런 현상은 노동을 통해 꿈과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없다는 상실감이 클 때 사회를 향한 분노가 폭력의 양상으로 나타난다. 함에도 정부는 문제의 본질은 놓아둔 채 모든 것을 물리력을 동원해 해결하려한다. 길거리에는 장갑차가 서 있고 중무장 경찰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계엄 상태에나 볼 수 있는 진풍경을 보아야 하는 국민은 더 불안해하고 있다. 경찰 전원에게 권총을 지급하도록 하겠다하고, 사형제도의 부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70~80년대의 사회로 되돌리려하고 있다.
시대를 거슬러가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폭주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정의롭지 못한 역사의 역주행을 국민은 반드시 되돌려 놓았다. 이것이 민중의 힘이고, 역사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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