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사회노동교육원 웹진 [e-품]의 <단!마디> 꼭지는 평등사회노동교육원 단병호 대표(민주노총 지도위원, 17대 국회의원)의 노동 및 사회현안에 대한 논평과 제언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
‘출생율’과 ‘평등’의 상관관계
2023. 10.
상반기 출생율이 0.7%로 떨어졌다. 8월 신생아 수는 18,984명으로 2만 명대가 무너졌다. 33개월 만에 다시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연말에 가면 0.6대로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대로라면 그럴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윤석열 정부뿐만 아니라 역대 정부 모두 출생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정책을 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와 관련해 국민행복바우처, 첫만남이용권, 부모급여, 아동수당, 출산지원금 등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다양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출생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옛 시절 어른들로부터 자주 들었던 말이 있다. ‘먹고 사는데 걱정이 없고, 신간(身幹)이 편해야 아이도 낳고 기르지’라는 말이다. 한국은 가진 사람들에게는 평화의 땅이고, 기회의 땅이고, 천국일지 몰라도 대다수 국민은 하루하루가 전쟁터다. 한국은 평범한 젊은이가 결혼과 출산의 꿈조차 마음대로 꿀 수 없는 사회적 불임국가가 되었다.
올해 이코노미스트의 조사 발표를 보면 한국의 ‘직장여성 유리천장 지수’(유리천장 지수는 이코노미스트가 각국의 고등교육 수준, 노동참여율, 임금 수준, 양육비용, 여성 출산·육아휴가 권리, 남성 출산·육아휴가 권리, 경영대학 지원현황, 기업 관리직 여성비율, 기업 이사회 여성비율, 의회 내 여성비율 등 10가지 지표에 따라 측정하고, 3,8 세계여성의 날을 전후해 발표한다.-필자주)는 OECD가입국 29개 국가 중 29위다. 또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가 발표한 행복지수는 올해 한국은 146개국 중 59위다. 경제 10위권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꼴찌나 진배없다.
한국의 저출생은 차별이 사회구조적으로 굳어진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즉, 성별 차별, 고용 형태의 차별, 학력 차별 등이 저출생의 원인이 되고 있다. 여성 임금은 남성 임금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여성 임금노동자 중 41%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관리직 여성 비율과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도 OECD가입국 29개 국가 중 28위다. 윤석열 정부의 고위 관료들도 서오남(서울대 50대 남성)으로 채워졌다. 비정규직은 정규직 임금의 70% 수준으로 굳어져 있다. 기업규모별 임금 격차까지 겹쳐 30인 미만 사업장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45.6%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절대다수가 여성임을 고려하면, 한국에서 여성은 차별의 대상 그 자체다. 한국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한국과는 정반대로 출생율이 1.5배를 웃도는 나라들이 있다. 행복지수가 상위 10위에 속하는 국가는 출생율도 높다.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뉴질랜드, 스웨덴, 벨기에 등이 이들 국가다. 모두 ‘행복지수’와 ‘직장여성 유리천장 지수’가 10위권 안에 든다. 즉,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임금을 비롯해 기업·사회·정치 기여에 있어 어떤 차별도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추진해 온 출산·육아 지원 정책은 그대로 시행하되, 아이를 키우고 싶은 나라로 바꾸기 위해서는 정책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차별’을 넘어 ‘평등’이 사회·국가의 중심 가치가 되어야 한다. 인식이 바뀌면 정책은 그야말로 차고 넘치도록 많다.
2,13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독일의 ‘쿠르츠게작트(Kurzgesagt)’라는 유튜브 방송은 ‘한국은 왜 망해가고 있나(Why Korea is Dying Out)’라는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 따르면 2100년 한국 인구가 2,400만 명으로 급감하고, 앞으로 100년 안에 한국의 청년인구가 94% 감소할 것이라 한다.
이런 영상이 유튜브 창에 올라왔다는 것만으로도 두렵고 창피한 일이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 평등 운운하는 것 자체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마찬가지라 부질없는 짓이기는 하지만, 절박함이 실낱같은 기대를 만드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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