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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진보] 우리는 모른다

이장규 회원님의 <건강과 진보> 입니다. [편집자주]

 

우리는 모른다

 

이장규

평등사회노동교육원 경남 회원, 한의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서 온갖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이 주장들 중 어느 쪽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쉽게 말해, 그들의 확신에 대해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오염수가 국제처리기준에 따라 방류되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이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과학을 무시하는 반과학적이라는 주장이 가장 어이가 없긴 하다. 미안하지만 과학은 그렇게 쉽게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국제처리기준에 따라 방류되는지도 사실은 불확실하거니와, 설사 그렇더라도 해양오염 축적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실제로 과학이 이야기하는 답은 단순하다. 우리는 잘 모른다는 것이 그 답이다.

 

설사 IAEA가 정해놓은 기준 내에서 방류하더라도 그게 장기적으로 별 문제가 없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그냥 간단히 말하자. 방사능물질은 그래도 기준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기후위기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이야기되는 온실가스 즉 이산화탄소나 메탄 등은 그간 어떤 기준 자체가 아예 없었다. 즉 방사능물질은 뭔가 위험하다는 생각이라도 있었지만, 온실가스는 실제로 문제가 되기 전에는 위험하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기후위기와 관련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오히려 온실가스다.

 

온실가스에 비하면 방사능물질은 별 문제가 안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온실가스가 실제로 얼마나 심각한지를 우리가 몰랐듯이, 방사능물질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우리는 모른다는 것이다. 이 말을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래서 실제로 당장 매우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 핵오염수 투기를 반대하는 쪽은 또다른 역편향을 가지고 있다. 마치 일본 핵오염수가 투기되면 당장 우리한테 무슨 큰 문제 가령 온갖 암이 발생하고 우리 건강에 당장 무슨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주장한다.

 

미안하지만 그렇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모른다. 삼중수소든 뭐든 그 영향이 얼마나 될런지 우리는 미리 알 수 없다. 물론 모르니까 그걸 막자고 말할 수 있다. 동의한다. 원래 런던의정서의 취지가 바로 그런 것이었다. 그 위험성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런 불확실한 상태에서라도 모두가 공유하는 바다에 버리지는 말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게 사실은 일본의 방류에 반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근거다. 오염수가 위험한지 그렇지 않은지가 핵심이 아니다. 그건 모른다. 그렇지만 모르는 것일수록, 우리는 위험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한쪽은 과학을 핑계로 무조건 안전하다고 떠들고, 다른 쪽은 보통 사람들의 감정을 근거로 당장 무슨 큰 일이 날 것처럼 떠든다.

 

둘 다 거짓말이다. 과학은 그리 쉽게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지 않는다. 역으로 그리 쉽게 당장 문제가 된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과학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일수록, 과학을 아예 신비화하거나 아니면 역으로 무시한다. 실제로는 그 둘의 중간쯤에 과학의 자리가 존재한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전혀 위험하지 않으며 그게 과학이라고 강변하는 자들은 과학이 뭔지를 전혀 모르는 것이다. 반대로 후쿠시마 오염수가 당장 우리한테 큰 문제가 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자들도 마찬가지다. 양쪽 다 선동일 뿐 실제로 과학적인 사고와는 무관하다.

 

위험한지 아닌지 사실은 모른다. 하지만 위험할 수 있으므로, 다른 대안이 있다면 다른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지층매립 등 비용은 더 들지만 다른 대안이 있는데도, 비용이 덜 든다는 이유로 해양투기를 선택하는 것이 옳은가를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선 이런 식으로 논의가 되지 않는다. 한쪽은 무조건 안전하다고 강변하고, 한쪽은 무조건 위험하다고 강변한다. 사실은 둘 다 제대로 된 근거는 없다. 그리고 솔직히 근거가 있기도 어렵다. 해양투기의 장기적 영향에 대해선 사실 그동안 근거가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가 사실은 실제 논의의 핵심이다. 잘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방향을 선택할 것인가가 실제 문제임에도, 게다가 런던의정서의 취지가 바로 그런 것임에도 이런 이야기는 거의 되지 않는다. 그냥 무조건 과학이다 아니면 무조건 당장 큰 문제가 생긴다는 식의 극단적 주장만이 넘쳐난다.

 

건강칼럼에서 왜 후쿠시마 오염수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았는지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쓴 이유는, 얼마 전에 어떤 인터넷 사이트에서 음양수에 대한 논란을 보았기 때문이다. 음양수는 비과학적이라고 단언하는 다수의 태도가 사실은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걱정은 비과학적이라고 단언하는 태도와 본질적으로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음양수란 건 이런 것이다. 뜨거운 물 절반에 차가운 물 절반을 섞어서 아침 공복에 먹으면 몸에 좋다는 것이다. 동의보감에도 생숙수라는 이름으로 언급되어 있다. 그런데 사실 뜨거운 물과 찬 물을 섞어 마신다고 무슨 대단한 효과가 있을 리는 당연히 없다. 그러니까 이런 일종의 유사과학을 무슨 대단한 것인양 주장하는 이들은 다 사기꾼이며 반과학적이라는 게 그 게시판의 분위기였다.

 

물론 이게 무슨 대단한 비법인 양 주장하는 일부 사기꾼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음양의 조화니 어쩌니 해가면서 온갖 이상한 소리를 떠드는 자들은 당연히 문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게 무조건 반과학이라고 말할 것도 아니다. 사실 물을 많이 마시는 건 대개 건강에 좋다. 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 즉 공복일 때 물을 섭취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몸에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뜨거운 물이나 지나치게 찬 물은 오히려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적당히 미지근한 물을 한 잔 마시는 것은 사실은 매우 좋은 습관이다.

 

그리고 요즘은 좀 다르지만 과거에는 그렇다고 미지근한 물을 바로 마시는 것도 또다른 위험성이 있었다. 상수도 등이 없었던 과거에는 미지근한 물은 어떤 이유로든 오염된 물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끓여서 살균한 후에 온도를 조절해서 마시는 게 가장 합리적이었다 (음양수는 먼저 따뜻한 물 즉 끓인 물을 넣고 그 다음에 찬 물을 넣어서 온도를 조절한다).

 

즉 음양수는 그 당시의 기준으로는 나름 과학적인 처방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서 너무 뜨겁거나 차갑지 않은 물을 마시는 것은 건강에 좋은 습관이다. 그럼에도 한 쪽은 그 합리적 핵심조차 무시하면서 그냥 반과학적이라고 주장하고, 또다른 쪽은 무슨 음양수가 대단한 비법이나 되는 것처럼 주장한다. 사실은 둘 다 아니다.

 

우리가 정말 생각해야 하는 것은 어떤 것에 대한 즉자적인 판단이 아니다. 손쉽게 어떤 판단을 할 정도로 우리는 잘 모르는 경우도 많고, 알더라도 그게 제기된 맥락을 무시하는 경우도 많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과학의 이름으로 쉽게 단정하는 것도, 과학 따윈 중요하지 않다고 쉽게 당장의 감정에 호소하는 것도, 실제로는 과학의 자리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추가) 물은 많이 마시는 것이 좋지만, 이것도 한꺼번에 많이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가끔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저나트륨혈증이 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게 바로 한꺼번에 너무 많이 마셨을 때의 이야기다. 그런데 사실은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저나트륨혈증이 올 정도로 물을 마시려면 한 번에 매우 많은 물을 마셔야 하는데 그런 경우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즉 이것도 그간 이 칼럼에서 계속 강조했듯이 지나친 맹신의 문제다. 물을 많이 마시되 자주 조금씩 마시는 것이 좋은 것이지,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고 한꺼번에 많이 마시는 건 별로 좋지 않다. 갈증이 느껴질 때 적당하게 마시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자고 난 후에는 오랫동안 수분 섭취를 안 했으므로 물을 마시는 게 좋지만, 평소에는 그냥 본인이 마시고 싶을 때 마시면 된다. 억지로 물을 많이 마시려고 노력할 필요는 전혀 없다. 다만 마시고 싶을 때 자주 조금씩 마시라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뭐가 좋다느니 그런 온갖 정보 몰라도 된다. 오히려 본인의 몸이 요구하는 것에 충실한 게 제일 좋다. 갈증나면 마시고, 배고프면 먹고, 힘들면 쉬는 것. 다만 한꺼번에 많이 마시거나, 한꺼번에 많이 먹거나, 휴일이라고 하루 종일 자거나 그렇게 하지 말자. 몸에 좋다고 말하는 것조차도 너무 많이 하지 않는 게 사실은 진짜 건강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