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남천 풀다발, 적당한 거리
김명숙
울산여성문화공간 교육팀장,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울산 회원


더위에 짓눌린 나날, 겨우겨우 하루 하루를 생존하는 기분이다. 책 소개 글을 써야 하는데 시작할 기운이 잘 모아지 지 않았다. 냉풍기 바람 아래 종일 있어야 하니 매우 힘들다. 퇴근 무렵엔 코피가 나고 기진맥진이다.
이 더위에 무슨 책을 소개하나? 환경에 관한 책이 먼저 떠올랐지만 내키지 않았다. 신간을 할까 만화를 할까 고심 끝에 먼저 기준을 정했다.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좋은 책! 기준을 정하자 바로 떠 오른 그림책 두 권을 소개한다.
전소영 작가의 ‘연남천 풀다발’(2018년 출판)과 같은 작가의 ‘적당한 거리’(2019년 출판)이다. 이 두 책은 민주시민교육 촉진자 활동을 활발하게 했던 2021년, 22년에 많이 알리고 같이 토론한 책이다.
그림책은 무엇보다도 그림이 중요하다. 이 두 그림책을 보며 ‘그림의 힘’을 체험했다. 그림이 사진보다 더 생생하게 식물들의 질감과 생기를 느끼게 해준다. 어떤 그림에서는 향기가 나는듯했다.
탁월한 그림에 어울리게 내용도 좋다. 간결하고 깊다.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다.
“연남천 풀다발”은 연남동에 있는 홍제천을 산책하며 만난 소박한 풀 이야기이다. “적당한 거리”는 화분에 키우는 식물 이야기이다.
작가는 자신의 일상에서 자주 만난 소박하고 작은 존재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깊이 만났다. 그들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고 그들을 주인공으로 두 권의 책을 펴냈다. 이 두 권의 책은 식물에 대한 사랑 고백이다. 작가가 그들을 만나 얼마나 많은 위로를 받았는지, 얼마나 풍요로워졌는지를 다정하게 말한다.
그 고백이 내 마음에 쏘옥 들어와 큰 울림을 선물했다.
“이 곳에서도 아름답게 피는 꽃을 보면서 나도 힘을 내야지”
“어떤 풀은 뾰족하고 어떤 풀은 둥글둥글하다.
둥근 풀은 뾰족한 풀이 되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잎을 키우고 열매를 맺는 너에게
오늘도 배운다.”
“네 화분들은 어쩜 그리 싱그러워?”
“적당해서 그래, 뭐든 적당한 건 어렵지만 말이야.
적당한 햇빛, 적당한 흙, 적당한 물, 적당한 거리가 필요해.
우리네 사이처럼.”
“어떤 식물은 가끔 쓰다듬어 주면 향기를 내뿜으며 좋아하는 거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도와주는 것일 뿐”
식물을 깊이 사랑하는 전소영 작가는 나의 오랜 친구 같다.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나보다 더 나의 마음을 잘 표현해준 작가님에게 감사하며 이 더운 여름날, 싱그런 두 책이 누군가의 마음에 가 닿기를~
'나의 친구 종이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나의 친구 종이책] 호두와 사람 (0) | 2026.07.10 |
|---|---|
| [나의 친구 종이책] 완벽한 원시인 (1) | 2026.06.10 |
| [나의 친구 종이책]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1) | 2026.05.18 |
| [나의 친구 종이책] 긴긴밤 (0) | 2026.04.15 |
| [나의 친구 종이책]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 (1) | 2026.03.1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