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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마디] 더불어민주당은 원칙과 대의에 따라야 한다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웹진 [e-품]의 <단!마디> 꼭지는 평등사회노동교육원 단병호 대표(민주노총 지도위원, 17대 국회의원)의 노동 및 사회현안에 대한 논평과 제언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더불어민주당은 원칙과 대의에 따라야 한다

 

2020. 3.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생각이 복잡해지고 있다. 명분을 택하자니 잃어야 할 실리가 너무 크게 보이고 실리를 택하자니 명분을 잃을 것이 두렵고. 명분과 실리를 다 챙길 수 있는 방법으로 위탁비례정당(미래통합당은 직접 비례정당을 만들었으니 위성정당이라 할 수 있고, 민주당은 대리인을 내세워 비례정당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니 위탁정당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을 만드는 것을 생각해냈지만 정의당, 녹색당, 민생당, 민중당이 흔쾌히(온도 차이는 있지만) 동의하지 않으니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도 어렵게 되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몰렸다.

 

  지금 민주당 내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종합하면 위탁비례정당 창당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것 같다. 연동형 비례의석 30석을 통째로 잃어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전형적인 소인배의 견물생심으로 보인다. 결과는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은 지금 시점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촛불정신에 부합하는 것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개혁을 이뤄나가는 길인지, 또 어떻게 하는 것이 정치발전을 이루는 길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성찰해보아야 한다. 권력이란 물과 같은 것이어서 무리하게 움켜쥐려면 더 빨리 빠져나간다. 지금은 비우는 것이 채우는 것이라는 겸양의 정치를 펼치는 것이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민주당이 위탁비례정당을 만든다면 미래통합당이 위성비례정당을 만든 것보다 더 국민을 기만하는 부도덕한 행위라는 비판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점점 그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소나무당인가 하는 비례당 빨리 만드세요. 정치에 무슨 도덕성을 개입시키는 건지? 무슨 공자 같은 소리하고 있어? 정치하고 패싸움에서는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하는 겁니다.” 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존경하는 선배로부터 받은 글이라며 자신의 소신발언처럼 당당하게 페이스 북에 올린 글이다. 충격 그 자체다. 혹시 민주당 대다수 의원들이 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 소름이 돋는다. 만약 민주당이 목적을 위해 모든 방법을 정당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제 더 이상 민주개혁진보라는 말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이 위탁비례정당을 만든다면 미래통합당보다 더 부도덕한 집단으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다. 미래통합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자체를 반대했고, 도입되면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그들은 속내야 어떻든 미국식 양당체제가 가장 좋은 정치제도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위성정당 창당은 정치적 신념에 따른 것이라는 변명의 여지라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다르다. 권력의 과독점을 합리적으로 분배하고 국민의 다양한 견해가 정당정치를 통해 정당하게 대변될 수 있으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위탁비례정당 창당은 불과 몇 달 사이에 자신의 논리와 주장을 한 순간에 뒤집어엎는 것이 된다. 이는 미래통합당보다 정치적으로 더 부도덕하고 타락한 행위가 된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해 선택할 할 수 있는 선택지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민주당이 위탁비례정당을 만들지 않고 비례대표도 일체 내지 않고 민주·개혁·진보정당에 투표하도록 당 방침을 내는 것이다. 이럴 때 민주당은 병립형 비례대표 6~7석을 잃게 된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의 연동형 비례대표를 10석으로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이 가장 우려하는 미래통합당이 제1당이 되는 것도 막을 수 있고 민주당의 제1당의 지위도 확실하게 지킬 수 있게 된다. 또 연동제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취지에 따라 다당제의 토대도 확실하게 세워낼 수 있고, 앞으로 이들과 협치를 통해 정치연대를 해나간다면 개혁도 중단 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민주당으로서는 명분도 지키게 되고, 개혁정당으로써의 지위도 지키게 되고, 정치개혁도 이루게 되고,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게 된다. 일거사득(一擧四得)이다.

 

  두 번째 선택지는 당 지지율을 모아 병립형 비례대표를 확보하는 방안이다. 당 지지율을 40%까지 올렸을 때 병립형 비례대표 7석 정도를 당선시킬 수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았다는 명분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얻은 40%의 당 지지율의 등가성은 사분의 일로 떨어져 사표가 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반면에 미래통합당은 연동형 비례대표+병립형 비례대표 해서 25석 이상의 비례대표를 가져가게 된다. 이들은 총선 이후 통합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미래통합당에게 제1당의 지위를 내주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몇 석의 의석도 늘리고 명분도 지켰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전형적인 소탐대실의 소인배 짓이다.

 

  세 번째는 위탁비례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민주당의 의석을 좀 더 늘릴 수 있는 실리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얻는 것보다는 잃을 것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우선 원칙도 정치적 도덕성도 없는 정치 집단이라는 신랄할 비판을 피할 길은 없다. 그리고 당장 총선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 당은 친문세력의 집단으로 낙인찍혀 당 지지율도 반토막이 나고 경합지역에서의 낙선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 모든 정당과 적대적 관계가 만들어져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가 힘들고 고달파질 수도 있다. 민주당이 위탁비례정당을 만든다면 그야말로 일거사실(一擧四失)의 늪으로 걸어들어 가는 짓이다.

 

  민주당은 지금이 백낙청 선생의 말에 귀를 기울려야 할 때다. “초조와 오만이 겹치면 온갖 제 죽을 꾀가 나오게 마련이다. 민주당이 지금 하는 짓이 딱 그렇다. ‘초조는 매사에 민주당을 중심에 두는 잘못된 프레임에서 오고 오만은 실제로 이 나라 적폐의 상당부분을 내장하고 있는 정당이 촛불의 열매만 따먹으면서 아무런 참회도 안 한 데서 오는 것이다. 참회부터들 좀 하시라

 

  유혹이 클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 만큼 후과(後果)가 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실익이 눈앞에 있고, 가야하는 길이 멀고 힘들게 느껴질 때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피해갈 수 있는 명분을 만들려고 한다. “정치와 패싸움에서는 무조건 이기고 봐야하는 것이 정치가 아니라 정치야 말로 대의에 따라 움직여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