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사회노동교육원 웹진 [e-품]의 <단!마디> 꼭지는 평등사회노동교육원 단병호 대표(민주노총 지도위원, 17대 국회의원)의 노동 및 사회현안에 대한 논평과 제언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자
2020. 4.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 인류가 고통과 두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과 한국에 이어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진정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유럽 여러 나라와 미국과 일본에서는 여전히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지만 빨라야 연말에나 돼서야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도 인류가 더 얼마나 많은 희생과 고통을 감내해야 할지 속단하기 어렵다.
코로나19는 인류에게 질병에 의한 고통과 두려움만 준 것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세계경제가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고 있다. 국내 상황도 날로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소비와 생산 활동이 동시에 위기를 맞고 있고, 국가적 이동이 제한되면서 호텔‧공항·항만·해운업 등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또 자영업과 중소기업의 폐업이 늘어나고 대기업들도 날로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한 순간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경제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정부는 닥쳐 올 일을 예견하면서도 대책에는 속수무책이다. 금리를 낮추고 재난기금을 푸는 것 외에는 마땅히 할 일을 찾지 못하는 듯하다. 언 발에 오줌 누기다. 무엇보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구조는 코로나19 이후의 상황을 헤쳐 나가는데 있어 결정적이 장애요인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는 또 다른 양상의 경제위기가 될 것이 예고되고 있다.
이후의 파장에 대해서는 노동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시기 두 차례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그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겪어야 할 고통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절실하게 경험했다.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무기력함이 얼마나 힘들게 했던가를 뼈아프게 경험했다. 이번에 닥쳐 올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파장은 지난 두 번의 경제위기 보다 더 크고 길게 갈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번은 어쩔 수 없었겠다 라고 하고 두 번은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느냐 라고 한다. 하지만 똑같은 일을 세 번을 당하면 어쩌자고 또 그랬느냐(멍청하게!)고 한다. 지난 두 번은 예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황망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다르다. 귀가 있고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예상하고 있는 일이다. 제대로 준비하고 제대로 대응하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병서에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라는 말이 있다. 바둑에서 자주 인용되는 격언이다. 지금이 그럴 때라고 생각된다. 상황에 이끌려 뒤만 따라가는 수세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대안을 제시하며 상황을 주도하는 공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예컨대 노동시간을 대폭 줄여 일자리를 나눔으로써 해고와 실업을 줄이는 것, 중소영세사업장과 체인점 등을 구조적으로 착취하고 있는 재벌과 대기업에 확실하게 책임을 묻는 것, 공공의료 시스템과 사회복지 제도를 강화하는 것, 재원 마련을 위해 세제를 개혁하는 것 등을 노동자들이 공세적으로 제기할 때가 되었다. 전제는 노동자들, 특히 조직된 대기업노동자들도 감당해야 할 부분은 과감하게 감당하겠다는 확실하고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은 상황을 주도한다는 것의 다른 말이다. 호치명은 혁명 투쟁을 할 때 ‘이불변 응만변(而不變 應萬變; 변할 수 없는 원칙을 가지고 만 가지의 변화에 대응한다.)’이라는 주역의 경구를 항상 곁에 두고 보았다고 한다. 노동계, 민주노총에게는 지금의 시기가 이불변 응만변의 뜻을 곱씹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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